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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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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duck    
담덕 (damduck)
42-01차 하계수련법회 참가 수련생들의 공간입니다.
그때의 감동과 기억을 아직도 기억하고 계신지요?
그때가 그리우면 그리운대로,
누군가 보고 싶으면 보고 싶은대로,
편하게 들렀다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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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덕
흉내내기(新무진기행) … 온전한 나에게로의 요란스런 여행⑥

내가 되어 세상으로 가다(다섯째날)

 

새벽 예불

 아름다운 여행이었다. 후회 없는 여행이었음을 자부했다. 한결 정갈해진 몸뚱이는 이제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는 사물의 소리를 몸으로 먼저 떠올려 박자를 맞추었다.

 난 대웅전 위 하늘을 먼저 보듬었다. 맑게 빛나는 별들을 손을 뻗어 만졌다. 모두 내 마음에 담았다. 모두 내 기억에 담았다.

 세상에 나가 내 몸이 내 마음이 다시 흔들리고 힘들어할 때 난 저 하늘과 저 별들을 끄집어 낼 것이었다. 나를 되살릴 것이었다.

 ‘이제 돌아갈 수 있겠구나.’

 난 떠날 준비가 되었음을 느꼈다.

 

좌선

 ‘처음 마음이 있어 그 마음이 발하여 동하고, 그 동함이 생겨났으니 이 모든 것이 다 자연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세상에 나아가 억지로 할 일은 하나도 없었다. 또한 내 의지를 시험 받을 필요도 없었다.

 난 나였다. 항상 어딘가로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내가 나였다. 내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고 내 모습을 인정하지 못하고 난 항상 다른 곳을 찾아 헤매었었다. 나는 내 안에 있었다.

 ‘이제 너를 잃지 않을게. 그 동안 미안했다. 고생했다. 이제 내 너를 참 나로 만들어 줄게.’

 약속을 하고, 또 약속을 하였다.

아침 공양

 내 것이 아닌 것은 금새 없어지기 마련인 것인가? 아님 마지막이라는 것이 가져다 주는 느슨함 때문인가? 마지막 아침공양은 약간 소란스러웠다.

 묵언을 마지막까지 강조하는 스님의 목소리 아래 속삭이는 수련생들의 쓰잘데기 없는 소리들이 연신 섞이었다.

 ‘다들 나를 찾았나 보구나.’

 

수계식

 담덕(潭德)’. 덕을 많이 쌓으라는 말인 것 같다. 내가 덕이 없이 살아왔음을 어찌 알고 이리 어울리는 법명을 지어주었는지 참으로 신기하기만 했다.

 모두들 엄숙한 표정이었다. 비록 의식에 서툴러 조금은 어리둥절해 하였지만 수련생들은 진지한 자세로 그런 것을 문제 삼을 필요가 없게 만들었다.

 송광사였기에 그랬을까? 아니면 원래 이들의 공력이 대단했기 때문일까?

 ‘이들은 어디서 왔을까? 왜 왔을까?‘

난 다시 또 궁금해졌다.

 

회향식

 시작하고서 제대로 끝마쳐지는 일이 우리 인생에 과연 얼마나 많이 있을까? 그리고 이렇게 자신에게 기특하다며 토닥여 주고 싶을 정도로 잘한 일은 또 얼마나 될 것인가? 기회가 되었다면 모두를 토닥여 주고 싶었다.

 ‘다들 대단하십니다. 다들 성불하십시요.’

 

다시 세상으로 나가다.

 점심공양을 하고 가기로 했다. 절 밥도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두자며 공양간으로 향했다.

 

 그녀가 있었다.

 비빔밥은 밥 양 조절하는 것이 힘들었다. 밥을 조금 담았다 했는데도 이것저것 나물을 넣다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밥 양이 많아졌다.

 그녀는 거짐 다 먹어가는 눈치였다. 마음이 급해졌다. 그녀가 자리를 일어섰다. 내 밥은 미련스럽게도 아직 많이 남아있었다.

 ‘미련한 놈. 미련한 놈.’

 꾸역꾸역 밥을 밀어 넣었다. 땀이 다시 비 오듯 흘렀다.

 ‘미련한 놈, 미련한 놈.’

 마음속으로 계속 자책하였다.

 너무나 긴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밥을 다 먹었다. 법회 내 쌓았던 평정심은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었다. 아니 관심도 없었다.

 

 대충 주변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였다. 한 걸음에 일주문을 빠져 나왔다.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없으면 어쩌나? 못 만나면 어쩌나?.’

 산사의 오솔길은 거칠었다.

 ‘미련한 놈, 미련한 놈.’

 천팔십 배를 겨우 견뎌 낸 다리가 느닷없는 서두름에 당황해 하였다. 그래도 기어이 여유를 주지 않았다. 올라오는 길이 이리 길었나 싶었다.

 ‘다행이야.’

 생각해 보니 길이 긴 것이 좋은 것이었다. 그렇다고 여유를 부려서는 안될 일이었다.

 

 저 멀리 드디어 음식가게들이 보였다. 버스 종점이었다. 너무 멀어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급한 마음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었다. 뛰기 시작했다.

 ‘왜 운동화를 안 신고 등산화를 신고 왔을까?’

 또 원망했다. 버스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갔다면 이미 갔을 것이었다. 그녀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날은 무더웠고 여전히 난 또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 뒤편 평상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수련복을 입지는 않았으나 그녀에게 어울리는 그녀만의 옷을 입고 있었다.

 난 그녀와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자리를 잡았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고개를 들어 절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산바람이 시원스레 불어와 내 등을 토닥여 주었다.

 ‘기특하다. 기특하다.’

담덕 | 2012.08.29 03:12:56 | 조회수(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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