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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jin    
적조월 (sunjin)
발심의 공덕은 측량할 수 없나니 삼세 일체 부처님을 만들어내고 세상 모든 즐거움을 이루어 내며 일체의 수승공덕 증장시키고 일체 모든 의혹은 길이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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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 - 제34장 입법계품(入法界品)
 

서다림회(逝多林會) - 제 34장 입법계품(入法界品)



그때 부처님께서는 사위성 기수급고독원의 대장엄중각 강당에서 문수보살을 비롯한 오백 명의 보살마하살들과 함께 계셨다.

존자 사리불은 부처님의 신력을 받들어 문수사리보살이 장엄을 갖추고 기원림을 나와 남방으로 떠나는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도 문수사리보살과 함께 남방으로 가리라.’

그리하여 존자 사리불은 육천 명의 비구들과 함께 부처님께 경의를 표하고 문수사리보살에게로 향하였다.

그때 문수사라보살은 코끼리의 왕이 무리들을 위엄있게 바라보듯이 비구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하였다.

“비구들이며, 그대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일 선남자 선여인으로서 열 가지 큰 마음을 성취하면 그는 여래의 지위를 얻을 것이거든 하물며 보살의 자리이겠는가.

그 열 가지란 바로, 광대한 마음을 내어 일체 선근을 기르면서 ?P까지 물러나지 않고 마음에 싫증을 내지 않는 것이며, 모든 부처님을 뵈옵고 공경, 공양하여 마음에 싫증을 내지 않는 것이며, 일체의 불법을 구하여 마음에 싫증을 내지 않는 것이며, 보살의 모든 바라밀을 두루 행하면서 마음에 싫증을 내지 않는 것이며, 보살의 모든 삼매를 구족하되 만족하다는 마음을 내지 않는 것이다.

또 불국토를 장엄하여 시방에 가득히 채우되 만족하다는 마음을 내지 않는 것이며, 일체 중생을 교화해 성숙시키되 만족하다는 마음을 내지 않는 것이며, 모든 국토와 모든 겁 동안에 보살행을 하면서도 만족하다는 마음을 내지 않는 것이며, 광대한 마음을 내어 모든 불국토의 티끌 수 같은 온갖 바라밀을 닦아 익혀 일체 중생을 구제하고 부처님의 열 가지 힘을 다 갖추되 만족하다는 마음을 내지 않는 것이다.

만일 선남자 선여인으로서 이런 열 가지 큰 법을 성취하면, 그는 일체의 선근을 길러 생사의 갈래와 일체 세간의 성품을 떠나고, 성문과 연각의 지위를 뛰어난 여래의 가문에 태어나며, 보살의 큰 서원을 모두 갖추고 보살의 행을 행하며, 보살의 지위에 머무르고, 여래의 공덕의 힘을 성취하여 온갖 악마를 항복받고 모든 외도를 제어할 것이다.”

그 말씀을 들은 비구들은 모두 다 걸림이 없는 깨끗한 눈의 삼매를 얻었으며, 시방의 여래와 무량한 중생을 다 보며, 그 중생들의 생각과 근성 등을 알며, 그 중생들의 과거와 미래를 모두 다 알았다.

그때 문수사리보살은 비구들에게 보현의 행을 닦고 보현의 행에 머물도록 권하였다.

그리하여 비구들은 큰 서원을 세운 뒤 몸과 마음이 청정해져 불사(不死)의 밝은 길을 얻었다. 또한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일체 여래의 법신을 내어 시방에 충만하고 일체의 불법을 원만히 갖추었다.

그때 문수사리보살은 비구들의 보리심을 확립시킨 뒤, 그들과 함께 차츰 남방으로 내려가 각성(覺城)의 동쪽에 이르러, 장엄당 사라숲 속의 큰 탑이 있는 곳에 머물렀다.

그곳은 과거의 모든 부처님이 계시던 곳이며, 또 과거 부처님께서 보살로 있을 때 고행을 닦으시던 곳으로서, 언제나 하늘, 용, 건달바, 아수라들의 공양을 받는 곳이었다.

그때 각성 사람들은 문수사리보살이 장엄당 사라숲의 큰 탑이 있는 곳에 머문다는 말을 듣고, 천 명의 우바새와 오백명의 우바이, 그리고 선재동자(善財童子)를 비롯한 오백 명의 동자와 오백 명의 동녀도 함께 문수사리보살의 처소에 나아갔다. 그들은 모두 문수사리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 쪽에 앉았다.

그때 문수사리보살은 대중이 모인 것을 알고 그 알맞음에 따라 대자대비의 힘으로 그들을 기쁘게 하고, 장차 설법하기 위해서 매우 깊은 지혜로 그들의 마음을 분별하고 큰 변재의 힘으로 그들을 위해 설법하였다.

먼저 문수사리보살은 코끼리의 왕처럼 선재동자를 돌아보며 말하였다.

“나는 그대를 위해 미묘한 법을 설하리라. 즉 모든 부처님의 바른 법을 분별하고, 부처님이 차례로 세상에 나타나는 법과, 권속을 깨끗하게 하는 법과, 법륜을 굴리는 법과, 모든 부처님의 색신과 상호의 청정하고 장엄한 법과, 일체 부처님의 법신을 갖추는 법과, 부처님 음성의 묘하고 장엄한 법 등을 분별하고 일체 여래의 평등하고 바른 법을 설하리라.”

그때 선재동자는 문수사리보살로부터 불법의 여러 가지 공덕을 듣고 일심으로 최상의 깨달음을 구하며, 문수보살에게 간청하였다.

“대성(大聖)이시여, 저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보살은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행을 닦으며, 어떻게 보살의 행에 나아가며, 어떻게 보살의 행을 행하며, 어떻게 보살의 행을 청정히 행하며, 어떻게 보살의 행에 들어가며, 어떻게 보살의 행을 성취하며, 어떻게 보살의 행을 따라가며, 어떻게 보살의 행을 기억하며, 어떻게 보살의 행을 더 넓히며, 어떻게 보현의 행을 속히 성취할 수 있습니까.”

문수사리보살이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착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위없는 보리심을 발하고 보살의 행을 찾는구나. 중생이 위없는 보리심을 내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하물며 발심하여 보살행을 닦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선남자여! 모든 것을 아는 지혜[一切智]를 성취하려면 반드시 진실한 선지식을 찾아야 한다. 선지식을 찾는 일에 지치거나 게으르지 말고, 선지식의 가르침을 그대로 순종하며, 선지식의 절묘한 방편에 허물을 보지 말아야 한다.

이곳으로부터 남쪽으로 가면 승락(勝樂)이라는 나라가 있다. 그 나라의 묘봉산(妙峰山)에는 덕운(德雲)이라고 하는 비구가 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은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행을 닦으며, 어떻게 해야 보현행을 속히 성취합니까?’라고 물으라. 덕운 비구는 그대에게 말해 줄 것이다.”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문수보살에게 엎드려 절하고, 무수히 돌고 말없이 우러르고, 눈물을 흘리면서 하직하고 남쪽으로 떠났다.

선재동자는 덕운 비구를 찾아가 엎드려 절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나서 여쭈었다.

“대성(大聖)이시여, 저는 이미 위없는 보리심을 발했으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행을 닦으며, 어떻게  해서 보현행을 속히 성취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듣자오니 성자께서는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자비를 베푸시어 저에게 말씀해 주소서. 어떻게 하면 보살이 위없는 보리를 성취할 수 있습니까?“

덕운 비구는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착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이미 위없는 보리심을 발했고 또 보살행을 물으니 이것은 어려운 일 중에도 어려운 일이다. 이른바 보살행을 구하며, 보살의 경계(境界)를 구하며, 보살의 벗어나는 도를 구하며, 보살의 청정한 도를 구하며, 보살의 청정하고 광대한 마음을 구하며, 보살의 신통을 성취하기를 구한다. 보살의 해탈문이 보이기를 구하며, 보살이 세간에서 짓는 업을 나타내기를 구하며, 보살이 중생의 마음에 따라줌을 구하며, 보살의 생사와 열반문을 구하며, 보살이 유위(有爲)와 무위(無爲)를 관찰하되 마음에 집착이 없음을 구합니다.

선남자여, 나는 모든 부처님의 경계를 생각하여 지혜의 광명으로 두루 보는 법문은 얻었지만, 큰 보살들의 끝없는 지혜를 청정하게 수행하는 문이야 어떻게 알겠는가.

남쪽에 해문(海門)이라는 한 나라가 있는데 거기에 해운(海雲)비구가 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그는 광대한 선근을 발하는 인연을 분별하여 말해 줄 것이다.”

선재동자는 해운 비구의 처소에 가서 그 발 앞에 엎드려 절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나서 합장하며 이와 같이 말하였다.

“성자시여, 저는 이미 위없는 보리심을 발하였고 또 위없는 지혜의 바다에 들고자 하오나, 보살이 어떻게 세속의 집을 버리고 여래의 집에 나는지를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사의 바다를 건너 부처님의 지혜바다에 들어가며, 어떻게 범부의 자리를 떠나 여래의 자리에 들어가며, 어떻게 생사의 흐름을 끊고 보살행의 흐름에 들어가며, 어떻게 생사의 바퀴를 깨뜨리고 보살의 서원을 성취합니까.”

해운비구가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가 위없는 보리심을 발하였는가?”

선재는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저는 이미 위없는 보리심을 발하였습니다.”

해운 비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중생들이 선근(善根)을 심지 않으면 위없는 보리심을 낼 수 없으니 보문(普門)의 선근 광명을 얻어야 한다. 보리심을 발한다는 것은 대비심(大悲心)을 발하는 것이니, 모든 중생을 널리 구제하기 때문이다. 크게 인자한 마음을 내어 모든 세간을 다 같이 복되게 해야 하며, 안락한 마음을 내어 모든 중생들의 괴로움을 없애주어야 하며, 이롭게 하는 마음을 내어 모든 중생들이 나쁜 업에서 떠나게 해야 하며, 애민심을 내어 두려워하는 이들을 다 수호해야 한다.”

이윽고 선재동자는 다시 선주(善住)비구 앞에 나아가 합장 예배하고 이와 같이 말하였다.

“성자시여, 저는 이미 위없는 보리심을 발했지만, 보살이 어떻게 불법을 수행하며, 어떻게 불법을 쌓아 모으며, 어떻게 불법을 갖추며, 어떻게 불법을 익히며, 어떻게 불법을 키우며, 어떻게 불법을 거두며, 어떻게 불법을 끝까지 구하며, 어떻게 불법을 깨끗이 다스리며, 어떻게 불법을 깨끗하게 하며, 어떻게 불법을 통달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듣건대 성자께서는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시어 저에게 말씀해 주소서.”

이때 선주 비구는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착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이미 위없는 보리심을 발했고, 이제 또 발심하여 불법과 모든 지혜의 법과 자연의 법을 구하는구나.

선남자여, 나는 다만 빨리 부처님께 공양하고 중생들을 성취시키는 데 걸림 없는 이 해탈문만을 알뿐이다.

저 보살들은 대비계(大悲戒)와 바라밀계와 대승계, 보살이 중생을 도와 서로 응하는 계, 장애가 없는 계, 물러남이 없는 계, 보리심을 버리지 않는 계를 지니고 있다. 또 항상 불법으로써 상대할 이를 위한 계, 일체지(一切智)에 뜻을 두는 계, 허공과 같은 계, 모든 세간에 의지함이 없는 계, 허물없는 계, 손해 없는 계, 모자람이 없는 계, 섞임이 없는 계, 흐름이 없는 계, 뉘우침이 없는 계, 티끌을 벗은 계, 때를 벗은 계를 지닌다.

그러니 이와 같은 공덕을 내가 어떻게 다 알고 말하겠는가.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자재(自在)라는 성이 있고 그곳에 미가(彌伽)라는 장자가 있다. 그대는 마땅히 그에게 가서 ‘보살은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는가’를 물으라.”

선재동자는 일심으로 법의 광명인 법문을 생각하면서 깊은 믿음으로 나아갔다.

오로지 부처님을 생각하고 삼보를 끊이지 않게 하며, 욕심을 떠난 성품을 찬탄하고 선지식을 생각하며, 삼세(三世)를 두루 비추어 큰 원을 기억하며, 중생을 널리 구제하되 유위(有爲)에 집착하지 않고 끝까지 모든 법의 성품을 생각하였다.

선재동자는 여러 부처님의 도량에 모인 대중에게 집착하지 않으면서 점점 남쪽으로 가다가 자재성에 이르러 미가장자를 찾았다.

미가장자는 선재에게 물었다.

“그대는 이미 위없는 보리심을 발하였는가?”

선재는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착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위없는 보리심을 발했구나. 위없는 보리심을 발한 사람은 모든 부처의 씨앗을 끊어지지 않게 하며, 모든 부처님의 세계를 깨끗이 한다.

또 모든 중생을 성숙하게 하며, 모든 법의 성품을 통달하게 되고, 모든 업의 종자를 깨닫게 되고, 모든 행이 원만하게 되며, 모든 큰 원을 끊이지 않게 되고, 탐욕을 떨쳐 버린 성품을 사실대로 이해하고, 삼세의 차별을 분명히 보고, 믿는 지혜가 영원하여 허물어짐이 없다.

보살은 또 밝은 해와 같으니 지혜의 광명이 널리 비우기 때문이며, 수미산과 같으니 선근이 높이 솟아나기 때문이며, 밝은 달과 같으니 지혜의 빛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용맹스런 장수와 같으니 마군을 굴복시키기 때문이며, 임금과 같으니 불법의 성중에서 자유자재하기 때문이며, 맹렬한 불과 같으니 중생들의 애착심을 태우기 때문이다.

또 큰 구름과 같으니 한량없이 오묘한 법리를 내리기 때문에, 때에 맞추어 내리는 비와 같으니 모든 믿음의 싹을 자라게 하기 때문이며, 뱃사공과 같으니 법 바다의 나루를 건네주기 때문이며, 다리와 같으니 생사의 흐름을 건너게 하기 때문이다.”

선재동자는 보살의 걸림 없는 지혜 다라니의 광명으로 장엄한 문을 생각하면서 보살의 말씀, 심연 속으로 깊이 들어갔다.

선재동자는 12년을 다니다가 마침내 주림성(住林城)에 이르러 해탈장자를 만나게 되었다. 선재는 그의 앞에 엎드려 절하고 일어서서 합장한 후, 말하였다.

“성자시여, 제가 오늘에야 선지식의 회상(會上)에 함께 하게 되었으니 제가 마침내 광대한 좋은 이익을 얻은 것입니다.

왜냐하면, 선지식은 보기도 어렵고 듣기도 어렵고, 출현도 어렵고 받들어 섬기기도 어렵고, 가까이 모시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 함께 대하여 뵙기도 어렵고, 만나기도 어렵고, 함께 있기도 어렵고, 기쁘게 하기도 어렵고, 따라 다니기도 어려운데, 제가 이제 만났으니 이것이 어찌 좋은 이익을 얻은 것이 아니오리까.

듣건대 성자께서는 보살들을 잘 가르쳐 방편으로써 얻은 바를 밝히시고, 길을 보이시며 나루터를 일러주고 법문을 주신다고 하였습니다.

성자시여,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으며, 닦아 익힌 것이 빨리 청정해지고 분명해지는지 저에게 말씀해 주소서.”

이때 해탈장자가 삼매에서 일어나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마땅히 알아야 하리니 보살이 불법을 닦아 부처님의 세계를 청정케 하며, 미묘한 행을 쌓아 중생을 조복하며, 큰 서원을 발하여 온갖 지혜에 들어가 자재하게 유희하며, 불가사의한 해탈문으로 부처님의 보리를 얻으며, 큰 신통을 나타내고 모든 시방 법계에 두루 가며, 미세한 지혜로 여러 겁(劫)에 널리 들어가는 이런 것들이 다 자기의 마음으로 인해서다.

그러므로 선남자여, 마땅히 착한 법으로 자기 마음을 붙들고, 법의 물로 자기 마음을 적시고, 모든 환경에서 자기 마음을 깨끗이 다스리고, 자기 마음을 굳게 하라.

인욕으로써 자기 마음을 평온케 하고, 지혜의 증득으로 자기 마음을 결백케 하고, 지혜로써 자기 마음을 밝게 하고, 부처님의 자재함으로써 자기 마음을 개발하고, 부처님의 평등으로써 자기 마음을 너그럽게 하고, 부처님의 열 가지 힘으로써 자기 마음을 비추고 살펴야 한다.

나는 다만 이 여래의 걸림 없는 장엄해탈문에 드나들 뿐이다.

그러므로 저 보살마하살들은 걸림 없는 지혜를 얻고, 걸림 없는 행에 머물며, 모든 부처님을 항상 보는 삼매를 얻고, 열반의 틈에 머물지 않는 삼매를 얻었다.

또한 삼매의 보문(普門)경계에 통달하고, 삼세의 모든 법에 다 평등하고, 몸을 나누어 여러 세계에 두루하고, 부처님의 평등한 경계에 머물고, 시방세계의 경계가 다 앞에 나타남을 지혜로 관찰하여 분명히 안다. 몸 가운데 모든 세계가 이루어지고 무너짐을 나타내어도, 자기 몸과 여러 세계가 둘이란 생각을 내지 않는다.

이와 같이 미묘한 행을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선재동자는 일심으로 해탈장자의 가르침을 바로 생각하고, 그 가르침을 관찰하고, 그 불가사의한 보살의 해탈문을 기억하고, 불가사의한 보살의 지혜광명을 생각하고, 불가사의한 법계문(法界門)에 깊이 들어갔다.

그때 해당비구는 그 몸의 털구멍마다 아승지 세계의 티끌 수와 같은 광명을 발했다. 그 광명마다 아승지 색상(色相)과 아승지 장엄과 아승지 경계와 아승지 사업을 갖추어 시방의 모든 세계에 충만하였다.

이때 선재동자는 일심으로 해당비구를 관찰하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그 삼매의 해탈을 생각하였다.

불가사의한 보살의 삼매를 생각하고, 중생을 이롭게 하는 불가사의한 방편을 생각하고, 불가사의하고 작용이 없는 보장엄문(普莊嚴門)을 생각하고, 법계를 장엄하는 청정한 지혜를 생각하고, 부처님의 가피를 받는 지혜를 생각하고, 보살의 자재(自在)를 내는 힘을 생각하고, 보살의 큰 원을 견고히 하는 힘을 생각하고, 보살의 모든 행을 넓히는 힘을 생각하였다.

선재동자는 찬탄하였다.

“성자시여, 희유하고 기이합니다. 이와 같은 삼매는 가장 깊고 가장 광대합니다. 성자시여, 이 삼매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해당비구는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삼매의 이름은 넓은 눈으로 얻음을 버림[普眼捨得]이라 하고, 또는 반야바라밀 경계의 청정한 광명이라고도 하고, 모든 장엄을 완성한 청정문[普莊嚴淸淨門]이라고도 한다. 나는 반야바라밀을 닦았으므로 이와 같은 모든 장엄을 완성한 청정삼매 등과 같은 백만 아승지 삼매를 얻은 것이다.

선남자여, 나는 오로지 이 한 가지 반야바라밀 삼매의 광명만을 알뿐이다. 그러므로 저 보살들은 지혜 바다에 들어가 법계의 경계를 깨끗이 하며, 모든 길에 통달하여 한량없는 세계에 두루 하며, 총지(總持)에 자재하여 삼매가 청정하며, 신통이 광대하여 변재가 다함없으며, 여러 경지를 잘 말하여 중생의 의지처가 되는 일 등, 이같이 미묘한 행이야 내가 어떻게 다 알겠는가.

내가 어떻게 그 공덕을 말하며, 그 실천하는 바를 알며, 그 경계를 밝히며, 그 원력을 끝까지 마치며, 그 요문(要門)에 들어가며, 그 증득한 바를 통달하며, 그 진리에 이르는 길을 말하며, 그 삼매에 머물며, 그 심경을 보며, 그 가진 바 평등한 지혜를 얻겠는가.”

그때 선재동자는 휴사청신녀가 미묘한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그곳에 나아가 발에 절하고 말하였다.

“성자시여, 저는 이미 위없는 보리심을 발했으나 아직도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고 어떻게 보살도를 닦는지 알지 못합니다. 듣사온즉 성자께서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저에게 말씀해 주소서.”

휴사청신녀는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오로지 보살의 한 해탈문을 얻었으니, 나를 보거나 듣거나 생각하고 나와 함께 있거나 공양하는 이는 모두 헛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중생들이 선근을 심지 않으면 선지식의 거두어 줌을 받지 못하고 부처님의 보호를 받지 못할 것이니, 이런 사람은 끝내 나를 볼 수 없을 것이다. 중생이 나를 보게 되면 모두 위없는 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선재동자는 휴사청신녀에게 말하였다.

“이 해탈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이 해탈의 이름은 근심을 떠난 편안한 당[離憂安隱幢]이라 한다.

나는 다만 이 한 가지 해탈문을 알뿐이지만, 저 보살 마하살들은 그 마음이 바다와 같아서 모든 부처님의 법을 모두 다 받아들인다. 수미산과 같이 의지가 견고하여 흔들리지 않으며, 선견약(善見藥)과 같아서 중생들의 무거운 번뇌 병을 치료하며, 밝은 해와 같아서 중생의 무명 업장을 깨뜨리며, 대지(大地)와 같아서 모든 중생의 의지처가 된다.

좋은 바람과 같아서 모든 중생에게 이익을 주며, 밝은 등불과 같아서 중생들의 지혜광을 내며, 큰 구름과 같아서 중생들에게 적멸법(寂滅法)을 내리며, 밝은 달과 같아서 모든 중생을 수호한다. 이와 같은 일들을 내가 어떻게 알고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말할 수 있겠는가.”

그때 선자동자는 선지식에게 가장 존중하는 마음을 일으켜서 광대하고 청정한 이해를 내어, 항상 대승(大乘)을 생각하고 오로지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여 부처님 뵙기를 원하였다.

법의 경계를 관찰하되 걸림이 없는 지혜가 항상 앞에 나타나 모든 법의 실제(實際)와, 상주제(常住際)와, 모든 삼세의 찰나제(刹那際)와, 허공과 같은 사이[際]와, 둘이 없는 사이, 모든 법의 분별이 없는 사이, 모든 이치의 걸림이 없는 사이, 모든 겁의 무너지지 않는 사이, 모든 여래의 사이 없는 사이[無際之際]를 분명히 알았다.

선재는 점점 남쪽으로 가다가 사자분신성(師子奮迅城)에 이르러 여기저기 다니면서 자행동녀를 찾았다.

이 동녀는 사자당왕(師子幢王)의 딸인데 오백 동녀가 시종이 되어 비로자나장(藏) 궁전에 살면서 미묘한 법을 설한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선재동자는 왕궁을 찾아가 자행동녀를 만나려고 하던 참인데, 무수한 사람들이 궁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니, 자행동녀에게 법을 들으러 간다고 하였다.

선재는 생각하기를, 이 왕궁의 문은 통제가 없으니 나도 이대로 들어가리라 하고 들어가 비로자나장 궁전을 보았다.

그 안에 있는 자행동녀는 살갗이 금빛이고 눈은 자줏빛을 띠고 있고 머리카락은 검푸르렀는데, 범천의 음성으로 법을 설하고 있었다.

선재는 앞으로 나아가 그의 발에 예배드리고 무수히 돌고 합장한 후 말하였다.

“성자시여, 저는 이미 위없는 보리심을 발했으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고 어떻게 보살도를 닦아야 할지를 알지 못합니다. 성자께서 잘 가르쳐 주신다는 말을 듣고 찾아 왔으니 말씀해 주소서.”

자행동녀는 선재에 말하였다.

“그대는 내 궁전의 장엄을 보라.”

선재는 예배드리고 나서 두루 살펴보았다. 벽과 기둥, 거울과 마니보배와 장엄거리와 황금 풍경마다 온 법계의 여래께서 처음 발심하여 보살행을 닦고 큰 서원을 가득 채워 바른 깨달음을 이루던 일이며, 미묘한 법을 설하시다가 열반에 드신 그런 일들이 영상처럼 나타났다.

마치 맑은 물 속에 해와 달과 별 등 온갖 형상이 비치듯 하였다. 이런 현상은 모두 자행동녀가 과거세에 심은 선근의 힘이었다.

선재동자는 방금 궁전의 장엄에서 본 부처님들의 여러 가지 모습을 생각하면서 합장하고 자행동녀를 우러러보았다.

이때 자행동녀가 선재에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것은 반야바라밀의 두루 장엄하는 문[普莊嚴門]이니 나는 항하사 부처님의 처소에서 이 법을 얻었다. 저 여래들께서 각각 다른 문으로써 나로 하여금 이 반야바라밀로 두루 장엄하는 문에 들게 하였으며, 한 부처님이 말씀하신 것은 다른 부처님이 거듭 말씀하지 않으셨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반야바라밀로 두루 장엄하는 해탈문을 알뿐이다. 그러나 저 보살마하살들은 마음이 광대하기 허공과 같고, 법계에 들어가 복덕을 가득 채웠으며, 출세간법에 머물러 세간의 행을 멀리 하였다.

또 지혜의 눈이 걸림 없어 법계를 두루 관찰하며, 지혜의 마음이 광대하여 허공과 같으며, 모든 경계를 다 밝게 보며, 걸림 없는 지혜의 큰 광명장을 얻어 온갖 법과 뜻을 잘 분별한다. 세상의 법을 행하여도 세상에 물들지 않고, 세상을 이롭게 하되 세상을 훼손하지 않고, 모든 세상의 의지가 되어 중생의 마음을 두루 알고, 그들에게 알맞게 법을 설하고, 어느 때나 항상 자유자재하다. 내가 어떻게 이런 일들을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할 수 있겠는가.”

그때 선재동자는 선견비구에게 나아가 발에 예배드리고 허리를 굽혀 합장하고 말하였다.

“성자시여, 저는 이미 위없는 보리심을 발하여 보살행을 구하고 있습니다. 듣자오니 성자께서 보살도를 잘 열어 보이신다 하시니, 원컨대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도를 닦아야 할지 저에게 말씀해 주소서.”

선견비구는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어리고 출가한 지도 오래되지 않지만, 이승헤서 삼십팔 항하사 부처님의 처소에서 범행(梵行)을 깨끗이 닦았다. 어떤 부처님 처소에서는 하루낮 하룻밤에 범행을 닦았고, 어떤 부처님 처소에서는 칠일 칠야 동안 범행을 닦았으며, 또 다른 부처님 처소에서는 반 달, 한 달, 혹은 일 년, 십 년을 지내기도 했었다.

이러는 동안 미묘한 법문을 듣고 그 가르침을 받들어 행하며, 모든 서원을 장엄하고 증득할 곳에 들어가 온갖 행을 닦아 육바라밀을 가득 채웠다.

또 그 부처님들의 성도와 설법이 각기 다르지만 어지럽지 않고, 남기신 가르침을 지니고 열반에 드시기까지를 보았다.

또 그 부처님들의 본래 세운 서원과 삼매의 원력으로 모든 불국토를 깨끗이 장엄하며, 일체행(一切行)삼매에 들어간 힘으로 모든 보살행을 청정하게 닦고, 보현(普賢)의 법인 벗어나는 힘으로써 여러 부처님의 바라밀을 청정히 하심을 알았다.”

그때 선재는 자재주(自在主)동자의 발에 예배드리고 오른쪽으로 무수히 돌고 합장, 공경하면서 한 쪽에 서서 말하였다.

“성자시여, 저는 이미 위없는 보리심을 발했으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아야 할지를 알지 못하니 원컨대 말씀해 주소서.”

자재주동자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계산법을 안다. 보살의 계산법으로 한량없는 유순의 광대한 모랫더미를 계산하여 그 안에 있는 알맹이 수효를 모두 알고, 동서남북 등 시방에 있는 모든 세계의 갖가지 차별과 차례로 머물러 있음을 계산하여 안다.

시방에 있는 모든 세계의 넓고 좁고 크고 작은 것이며, 그 이름과 그 가운데 있는 모든 겁의 이름, 모든 부처님의 이름, 모든 법의 이름, 모든 중생의 이름, 모든 업의 이름, 모든 보살의 이름, 모든 진리의 이름을 다 분명히 안다.

나는 다만 이 온갖 공교한 큰 신통과 지혜 광명 법문만을 알   뿐이다. 그러나 저 보살 마하살은 모든 중생의 수효를 알고, 모든 법의 종류와 수를 알며, 모든 법의 차별된 수를 알고, 모든 삼세의 수도 안다.

또 모든 중생의 이름을 알고, 모든 법의 이름을 알고, 모든 여래의 수를 알고, 모든 여래의 이름을 알고, 모든 보살의 수를 알고, 모든 보살의 이름을 알고 있거늘 내가 어떻게 그 공덕을 말하고, 그 수행을 보이겠는가.

또 내가 어떻게 그 경지를 드러내며 그 뛰어난 힘을 찬탄하며 그 좋아함을 말하겠는가. 그리고 그 도를 돕는 것을 말하며, 그 큰 원을 나타내며, 그 미묘한 행을 찬탄하며, 그 바라밀을 열어보이며, 그 청정함을 연설하며, 그 뛰어난 지혜 광명을 펼 수 있겠는가.”

그때 선재동자는 보안(普眼)장자의 앞에 나아가 예배드리고 합장한 후 말하였다.

“성자시여, 저는 이미 위없는 보리심을 발했지만,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장자는 말하였다.

“착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위없는 보리심을 발했구나. 나는 모든 중생의 여러 가지 병을 안다. 나는 풍병, 황달, 해소, 열병, 귀신과 독충, 수재, 화재로 인해 생기는 온갖 병을  모두 방편으로 치료한다. 누구든지 병이 있는 이가 내게 오면 다 치료하여 낫게 하며, 향탕으로 목욕시키고 향과 꽃과 영락과 좋은 옷으로 갈아 입히고, 음식과 재물을 보시하여 아쉬움이 없게 한다.

그런 다음 그들에게 알맞은 법을 말해 준다. 탐욕이 많은 이에게는 부정관(不淨觀)을 가르치고, 남을 미워하고 성을 잘 내는 이에게는 자비관(慈悲觀)을 가르치며, 어리석음이 많은 이에게는  여러 가지 법의 모양을 분별하도록 가르치고, 이 세 가지가 균등한 이에게는 아주 뛰어난 법문을 보여준다.

그들에게 부처의 거룩한 모습을 갖추게 하려고 보시바라밀을 찬탄하고, 부처의 깨끗한 몸을 얻어 온갖 곳에 이르게 하려고 지계바라밀을 찬탄하고, 부처의 청정 불가사의한 몸을 얻게 하려고 인욕바라밀을 찬탄하고, 여래의 이길 이 없는 몸을 얻게 하려고 정진바라밀을 찬탄하고, 청정하고 견줄 데 없는 몸을 얻게 하려고 선정바라밀을 찬탄하고, 여래의 청정한 법신을 드러내려고 반야바라밀을 찬탄하느니라.”

그때 선재는 무염족왕의 처소에 나아가 그의 발에 예배드리고 말하였다.

“성자시여, 저는 이미 위없는 보리심을 발했으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성자께서는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말씀해 주소서.”

왕이 선재에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여환해탈(如幻解脫)을 얻었노라. 내 국토에 있는 중생들이 살생과 도둑질과 내지는 그릇된 소견을 가진 이가 많아서, 다른 방편으로는 그들의 나쁜 업을 버리게 할 수가 없다. 나는 그들을 조복하기 위해 악인으로 변신, 온갖 죄악을 지어 갖가지 고통을 받는 장면들을 보여 주었다. 중생들이 이를 보고 무섭고 두려워하며 싫어하고 겁을 내어, 나쁜 업을 끊고 위없는 보리심을 발하게 하려는 것이다.

나는 이와 같이 교묘한 방편으로써, 중생들이 열 가지 나쁜 업을 버리고 열 가지 착한 길에 머물러 항상 즐겁고 편안하게 하여 마침내 일체지(一切智)의 자리에 머물게 하려는 것이다.

선남자여, 나는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로써 아직까지 한 중생도 해친 적이 없다. 내가 차라리 무간지옥에 들어가 고통을 받을지언정 한 순간이라도 모기 한 마리, 개미 한 마리 일지라고 괴롭게 하려는 생각이 없는데 하물며 사람이겠는가. 사람은 복밭이다. 이는 모든 선한 법을 내기 때문이다.

나는 다만 이 여환해탈(如幻解脫)을 얻었을 뿐이다. 그러나 저 보살마하살은 생사가 없는 법의 지혜인 무생인(無生忍)을 얻어, 모든 세계가 허깨비 같고, 보살행이 다 요술과 같으며, 모든 세간이 그림자 같고, 모든 법이 꿈과 같은 줄을 안다.

그래서 실상의 걸림 없는 법문에 들어가 제석천의 그물 같은 행을 닦고, 걸림 없는 지혜로 경계에 행하고, 모든 것이 평등한 삼매에 들어가 다라니에 자유자재를 얻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그때 선재동자는 대광왕(大光王)의 발에 예배드리고 공경하여 오른쪽으로 무수히 돌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성자시여, 저는 이미 위없는 보리심을 발했으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도를 닦는지 알지 못합니다. 듣자오니 성자께서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저에게 말씀해 주소서.”

왕이 말했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대자당행(大慈幢行)을 닦으면서 그것을 가득 채웠느니라. 나는 한량없는 부처님의 처소에서 이 법을 묻고 생각하고 관찰하고 닦아서 장엄하였다.

나는 왕이 되어서 이 법으로 가르치고, 또한 이 법으로 거두어 준다. 이 법으로 세상을 따라가고, 이 법으로 중생을 인도하고, 이 법으로 중생들에게 수행케 하고, 이 법으로 중생들이 나아가게 한다.

또 이 법으로 중생들에게 방편을 주고, 이 법으로 중생들이 익히도록, 이 법으로 중생들이 행을 일으키게 하고, 이 행으로 중생들이 법의 성품에 머물러 생각케 한다.

또 이 법으로써 중생들이 인자한 마음에 머물러 인자함으로 근본을 삼아 인자한 힘을 갖추게 한다.

이와 같이 이로운 마음, 안락한 마음, 가엾이 여기는 마음, 거두어 주는 마음, 중생을 보호하며 버리지 않는 마음, 중생의 고통을 제거하는데 게으른 마음이 없게 한다.

나는 이 법으로써 모든 중생들이 끝까지 즐겁고 항상 기뻐하며, 몸에는 고통이 없고, 마음에는 시원함을 얻게 한다.

또 이 법으로써 생사의 애착을 끊고 바른 법의 낙을 즐거워하며, 번뇌의 때를 씻고 악업의 장애를 깨도록 한다. 생사의 흐름을 끊고 진실한 법의 바다에 들어가며, 모든 윤회의 길을 끊고 온갖 지혜를 구하며, 마음 바다를 깨끗이하여 무너지지 않는 믿음을 내게 한다.

나는 이와 같이 이 대자당행에 머물러 바른 법으로써 세상을 교화한다.”

선재동자는 왕의 발에 예배드리고 무수히 돌고 우러르며 하직하고 길을 떠났다.

선재동자는 앞으로 나아가다가 누각성에 이르렀다. 한 뱃사공이 성문 밖 바닷가에서 수많은 상인과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큰 바다의 법을 말하면서 부처님의 공덕 바다의 방편을 일러주고 있었다.

선재동자는 그 앞에 나아가 발에 예배드리고 무수히 돌고 합장한 후 말하였다.

“성자시여, 저는 이미 위없는 보리심을 발했지만,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도를 닦는지 알지 못합니다. 듣자오니 성자께서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말씀하여 주소서.”

뱃사공이 말하였다.

“착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이미 위없는 보리심을 발했고, 이제 또 큰 지혜를 내는 근원을 묻는구나.

모든 생사의 괴로움은 끊는 인(因)과 온갖 지혜의 큰 보물섬에 가는 인과 무너지지 않는 대승(大乘)을 성취하는 인, 이승(二乘)들이 생사를 두려워하고 고요한 삼매의 소용돌이에 머무름을 멀리 떠나는 인, 큰 원의 수레를 타고 모든 곳에 두루하여 보살행을 행하여도 장애가 없는 청정한 도의 인, 보살행으로 깨뜨릴 수 없는 지혜를 장엄하는 청정한 도의 인, 모든 시방세계의 법을 두루 살펴도 장애가 없는 청정한 도의 인, 온갖 지혜의 바다에 빨리 들어가는 청정한 도의 근원을 묻는구나.

선남자여, 나는 이 성의 바닷가에 있으면서 보살의 대비당행(大悲幢行)을 깨끗이 닦았다.

나는 염부제에 있는 가난한 중생들을 이롭게 하려고 온갖 고행을 닦았다.

그들의 소원을 모두 만족케 하는데, 먼저 세상 물건을 주어 마음을 채워준 후, 다시 법의 재물을 베풀어 환희케 한다. 복덕의 행을 닦게 하고, 지혜를 내게 하고, 선근의 힘을 북돋우고, 보리심을 일으키게 하고, 보리의 원을 맑게 하고, 대비력(大悲力)을 견고케 한다.

생사를 없애는 도를 닦게 하고, 생사를 싫어하지 않는 행을 내게 하고, 모든 중생들을 거둬주게 하고, 모든 공덕을 닦게 하고, 모든 법을 비추게 하고, 모든 부처님들을 보게 하고, 일체지의 지혜에 들어가게 한다.

어떤 중생이 내 몸을 보거나 내 법을 듣는 이는 영원히 생사의 바다를 무서워하지 않고, 온갖 지혜의 바다에 들어가 애욕의 바다를 말리고, 지혜의 광명으로 삼세의 바다를 비추며 모든 중생의 고통 바다를 끝나게 한다.

모든 중생의 마음 바다를 맑히고, 모든 세계의 바다를 빨리 청정하게 하며, 시방의 큰 바다에 들어가 중생의 근기를 알고, 모든 중생의 수행을 알고, 모든 중생의 마음을 두루 따른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대비당행(大悲幢行)을 얻었으므로, 나를 보거나 내 음성을 듣거나 나와 함께 있거나 나를 생각하는 이는 모두 헛되지 않게 한다.

그러나 저 보살마하살들은 생사의 바다에 다니면서도 모든 번뇌에 물들지 않고, 허망한 소견을 버리며, 모든 법의 성품을 살피고, 네 가지 거두어주는 법으로 중생들을 제도한다.

이미 온갖 지혜의 바다에 머물러 모든 중생의 애착을 없애고, 모든 시간에 평등하게 있으면서 신통으로 중생들을 제도하고, 때를 놓치지 않고 중생들을 조복하는 일을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을 말할 수 있겠는가.”

그때 선재동자는 사자빈신 비구니에게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성자시여, 저는 이미 위없는 보리심을 발했으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도를 닦는지 알지 못합니다. 원컨대 저에게 말씀해 주소서.”

비구니가 말했다.

“선남자여, 나는 모든 지혜를 성취하는 해탈을 얻었다.”

“어째서 모든 지혜를 성취한다고 합니까.”

“이 지혜의 광명은 잠깐 사이에 삼세의 모든 법을 비추기 때문이다.”

“성자시여, 이 지혜의 광명은 그 경지가 어떻습니까.”

비구니가 말하였다.

“나는 모든 중생을 보아도 중생이란 분별을 내지 않으니 지혜의 눈으로 보기 때문이다.

온갖 말을 들어도 말이란 분별을 내지 않으니 마음에 집착이 없기 때문이며, 여래를 뵙고도 여래라는 분별을 내지 않으니 법신을 통달했기 때문이며, 모든 법륜을 주지(住持)하면서도 법륜이란 분별을 내지 않으니 법의 자성(自性)을 깨달았기 때문이며, 한 생각에 일체 법을 두루 알면서도 일체 법이란 분별을 내지 않으니 법이 허깨비 같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일체지를 성취하는 해탈을 알뿐이다. 그러나 저 보살마하살들은 마음에 분별이 없어 모든 법을 두루 안다. 한 몸이 단정히 앉아서도 법계에 가득하며, 자신의 몸 속에 모든 세계를 나타내며, 잠깐 동안에 모든 부처님 계신 데 나아가며, 자신의 몸 속에서 모든 부처님의 신통력을 나타내며, 한 생각에 말할 수 없이 많은 중생들과 함께 있으며, 한 생각에 말할 수 없이 많은 겁(劫)에 들어가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때 선재동자는 바수밀다 여인 앞에 나아가 예배드리고 합장한 후 말하였다.

“성자시여, 저는 이미 위없는 보리심을 발했지만,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듣자오니 성자께서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원컨대 말씀해 주소서.”

여인은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탐욕의 굴레를 벗어난 해탈을 얻었다. 나는 모든 중생의 욕락(慾樂)을 따라 현신(現身)하는데, 천인이 나를 볼 때에는 나는 천녀가 되어 모양과 광명이 견줄 데 없이 뛰어나며, 이와 같이 인비인(人非人)이 볼 때에는 나도 인비인(人非人)의 여인이 되어 그들의 욕락대로 나는 보게 한다.

어떤 중생이 애욕에 얽매여 내게 오면, 나는 그에게 법을 말하여 탐욕이 사라지고 보살의 집착 없는 경계의 삼매를 얻게 한다. 어떤 중생은 잠깐만 나를 보아도 탐욕이 사라지고 보살의 환희 삼매를 얻는다. 어떤 중생은 잠깐만 나와 이야기하여도 탐욕이 사라지고 보살의 걸림 없는 음성 삼매를 얻는다. 어떤 중생은 잠깐만 내 손목을 잡아도 탐욕이 사라지며 보살의 모든 부처 세계를 두루 가는 삼매를 얻는다.

어떤 중생이 잠깐만 나를 관(觀)해도 탐욕이 사라지고 보살의 고요하게 장엄한 삼매를 얻으며, 어떤 중생은 잠깐만 내가 팔을 펴는 것을 보아도 탐욕이 사라지고 보살이 외도를 굴복시키는 삼매를 얻으며, 어떤 중생은 내 눈이 깜짝이는 것을 보기만 해도 탐욕이 사라지고 보살이 구하는 부처님의 경계, 광명 삼매를 얻는다.

또 어떤 중생이 나를 끌어안으면 탐욕이 사라지고 보살이 모든 중생을 거두어 주면서 떠나지 않는 삼매를 얻으며, 어떤 중생은 내 입술을 한 번만 맞추어도 탐욕이 사라지고 보살이 모든 중생의 복덕을 늘게 하는 삼매를 얻는다.

이와 같이 중생들이 나를 가까이 하면 모두 탐욕을 떠나는 틈에 머물러 보살의 온갖 지혜가 앞에 나타나는 걸림 없는 해탈에 들어간다.”

그때 선재동자는 관자재보살의 발에 예배드리고 오른쪽으로 무수히 돌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성자시여, 저는 이미 위없는 보리심을 발했지만,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도를 닦는지 알지 못합니다. 듣건대 성자께서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저에게 말씀해 주소서.”

보살이 말하였다.

“착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미 위없는 보리심을 내었구나. 나는 보살의 대비행(大悲行) 해탈문을 성취하였다. 나는 끊임없이 이 대비행의 문으로 모든 중생을 평등하게 인도한다.

나는 대비행의 문에 머물러 항상 모든 여래의 처소에 있으며, 모든 중생의 앞에 두루 나타난다. 보시로써 중생을 거두어 주기도 하고, 사랑스런 말과 이롭게 하는 행과 같은 일로써 중생을 거두어 주기도 한다.

또 육신을 나타내어 중생을 거두어 주기도 하고, 온갖 불가사의한 빛과 맑은 광명을 나타내어 중생을 거두어 주기도 하며, 음성과 위의와 설법으로써 거두어 주기도 하며, 신통 변화를 나타내기도 하며, 그 마음을 깨닫게 하여 성숙시키기도 하며, 같은 형상으로 변화하여 함께 있으면서 성숙케 하기도 한다.

선남자여, 나는 이 대비행문을 수행하여 항상 모든 중생을 구호하려고 한다. 모든 중생이 험난한 길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며, 번뇌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미혹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속박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살해의 두려움에 벗어나고, 가난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

또 생활하기 어려운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악명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대중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나쁜 길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암흑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다.

또 옮겨 다니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원수를 만나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몸을 핍박하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마음을 핍박하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걱정과 슬픔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

또 중생들이 나를 생각하거나 내 이름을 부르거나 내 모습을 보게 되면, 다 모든 두려움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다.

선남자여, 나는 이와 같은 방편으로 중생들을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하고, 다시 가르쳐서 위없는 보리심을 발하고 영원히 물러나지 않게 한다.

나는 다만 보살의 대비행문을 얻었을 뿐이다. 그러나 저 보살 마하살들은 보현의 모든 원을 맑게 하고 보현의 모든 행에 머물러 있으면서, 온갖 착한 법을 항상 행하고, 모든 삼매에 항상 들어가고, 모든 그지없는 겁(劫)에 항상 머문다. 모든 삼세법을 항상 알고, 모든 끝없는 세계에 항상 가고, 모든 중생의 악을 항상 쉬게 하고, 모든 중생의 선을 항상 늘게 하고, 모든 중생의 생사의 흐름을 항상 끊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때 선재동자는 적정음해(寂靜音海) 주야신의 발에 예배드리고 무수히 돌고 합장한 후 말하였다.

“성자시여, 저는 이미 위없는 보리심을 발했습니다. 저는 선지식을 의지하여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행에 들어가고 보살행을 닦고 보살행에 머물고자 하오니, 원컨대 자비로 가엾이 여기시고, 저를 위해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도를 닦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주야신이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착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선지식을 의지하여 보살행을 구하는구나. 나는 보살의 생각생각마다 광대한 기쁨을 내는 장엄 해탈문을 얻었노라.”

선재동자가 말했다.

“성자시여, 그 해탈문은 어떤 일을 하며, 어떤 경계를 행하며, 어떤 방편을 일으키며, 어떤 관찰을 합니까.”

주야신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청정하고 평등함을 좋아하는 마음을 내었다. 나는 또 모든 세간의 티끌을 떠나 청정하고 견고하게 장엄하여 깨뜨릴 수 없는 좋아하는 마음을 내었으며, 불퇴전의 자리와 관계하여 영원히 퇴전하지 않을 마음을 내었으며, 공덕 보배의 산을 장엄하여 동요되지 않는 마음을 내었다.

나는 머무는 곳이 없는 마음을 내었으며, 모든 중생 앞에 두루 나타나 구호하는 마음을 내었으며, 모든 부처님 바다를 보고도 만족할 줄 모르는 마음을 내었으며, 모든 보살의 청정한 원력을 구하는 마음을 내었으며, 큰 지혜의 광명 바다에 머무는 마음을 내었다.

어떤 중생이 탐욕이 많으면 나는 그에게 부정관문(不淨觀門)을 설하여 생사의 애착을 버리게 하고, 어떤 중생이 성내는 일이 많으면 나는 그에게 대자관문(大慈觀門)을 설하여 부지런히 닦는 데 들어가게 하고, 어떤 중생이 어리석은 짓을 많이 하면 그에게 법을 설하여 밝은 지혜를 얻어 모든 법의 바다를 보게 하고, 어떤 중생이 삼독을 행하면 그에게 법을 설하여 여러 가르침의 바다에 들게 한다.

어떤 중생이 생사의 낙을 좋아하면 법을 설하여 싫어서 떠나게 하고, 어떤 중생이 생사의 고통을 싫어하여 여래의 교화를 받을 만 하면 법을 설하여 방편으로 일부러 태어나게 하고, 어떤 중생이 오온(五蘊)에 애착하면 법을 설하여 의지함이 없는 경지에 머물게 한다. 어떤 중생이 그 마음이 옹졸하면 나는 그에게 훌륭하게 장엄한 도를 보이고, 어떤 중생이 마음이 교만하면 그에게 평등한 법의 지혜를 말하고, 어떤 중생이 마음이 곧지 못하면 나는 그에게 보살의 곧은 마음을 말한다.”

그때 선재동자는 구파 여인에게 예배드리고 합장한 후 말하였다.

“성자시여, 저는 이미 위없는 보리심을 발했나 보살이 어떻게 생사 중에 있으면서도 생사의 근심에 물들지 않으며, 법의 바탕[自性]을 깨달아 성문이나 벽지불의 자리에 머물지 않는지를 아직 모릅니다.

또 어떻게 하면 불법을 갖추고도 보살행을 닦으며, 보살의 자리에 있으면서 부처님 경계에 들어가며, 세상에서 초월해 있으면서 세상에 태어나며, 법신(法身)을 성취하고도 끝없는 갖가지 육신을 나타내며, 상(相)이 없는 법을 증득하고도 중생을 위해 모든 상을 나타내며, 법이 설할 것 없는 줄 알면서도 중생을 위해 법을 설하며, 중생이 공한 줄 알면서도 중생을 교화하는 일을 버리지 않으며, 부처님이란 불생불멸임을 알면서도 부지런히 공양하여 물러가지 않으며, 모든 법이 업도 없고 과보도 없는 줄 알면서도 어째서 온갖 선행을 닦아 항상 쉬지 않는지를 아직 알지 못합니다.”

구파여인이 선재에게 말하였다.

“장합니다. 선남자여, 당신이 이제 보살마하살이 마땅히 행해야 하는 법을 묻는군요. 보현의 모든 행원을 닦는 이라야 이와 같이 물을 수 있습니다.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해 보십시오. 내가 부처님의 위신력을 빌어 당신에게 말하겠습니다.

선남자여, 보살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면 인드라그물같이 넓은 지혜 광명인 보살행을 가득 채우게 될 것입니다.

그 열 가지란, 선지식을 의지하고, 광대하고 뛰어난 이해를 얻고, 청정한 욕락을 얻고, 온갖 복과 지혜를 모으고, 여러 부처님 처소에서 법을 듣고, 마음에 항상 삼세 부처님을 버리지 않고, 모든 보살행과 같고, 모든 여래께서 보호하고 생각하고, 큰 자비와 서원이 다 청정하고, 지혜의 힘으로 모든 생사를 끊는 일들입니다.

불자여, 보살이 선지식을 가까이 섬기면 물러남이 없는 정진으로 다함이 없는 불법을 닦아서 냅니다. 보살은 열 가지 법으로 선지식을 가까이 섬기는데 그것은 이렇습니다. 자기의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으며, 세상의 오락 기구를 탐내어 구하지 않으며, 모든 법의 바탕이 평등함을 알며, 모든 지혜와 서원에서 물러가거나 버리지 않으며, 모든 법계의 실상을 관찰하며, 마음은 항상 모든 존재의 바다를 버리고 떠나며, 법이 공한 줄 알고 마음에 의지함이 없으며, 모든 보살의 큰 원을 성취하며, 모든 세계 바다를 항상 나타내며, 보살의 걸림 없는 지혜를 맑게 닦는 일들입니다.”

그때 선재동자는 천궁에 가서 천주광(天主光)왕녀에게 예배드리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성자시여, 저는 이미 위없는 보리심을 발했지만,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는지 알지 못합니다. 듣건대 성자께서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저에게 말씀해 주소서.”

천녀가 답해 말했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그 이름은 걸림 없는 생각의 청정한 장엄입니다. 나는 이 해탈의 힘으로 지난 세상일을 기억합니다. 지나간 세월에 푸른 연꽃[靑蓮華]이라는 뛰어난 겁이 있었는데, 나는 그때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부처님 여래께 공양하였습니다. 그 여래들께서 처음 출가할 때부터 내가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여, 절을 짓고 도구들을 마련했습니다.

또한 저 부처님들께서 보살로 어머니의 태에 있을 때와 탄생할 때, 일곱 걸음을 걸을 때, 보리수 아래서 정각을 이룰 때, 바른 법륜을 굴리며 부처님의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중생들을 교화하고 조복할 때 여러 가지로 하시던 일들을, 초발심으로부터 법이 다할 때까지를 내가 다 똑똑히 기억하여 잊음이 없으며, 항상 눈앞에 나타나듯 하여 잊지 않습니다.

또 기억되는 것은, 과거에 선지(善地)라는 겁이 있었는데 나는 그 겁에서 열 항하의 모래 수 같은 부처님 여래께 공양하였습니다. 또 과거에 묘덕(妙德)이란 겁이 있었는데 나는 그때에도 한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부처님 여래께 공양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항하의 모래 수 겁을 두고 내가 부처님 여래 응공 정등각을 항상 버리지 않았음을 기억하며, 저 모든 여래께서 이 걸림 없는 생각의 청정한 장엄인 보살의 해탈을 듣고, 받아 지니고 닦아 행하며 항상 잊지 않았습니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걸림 없는 생각의 청정한 해탈을 알뿐입니다.”

선재동자는 점점 남쪽으로 가다가 최적정(最寂靜)바라문의 마을에 이르렀다. 선재는 최적정 바라문에게 예배드리고 합장 공경하면서 한 쪽에 서서 말하였다.

“성자시여, 저는 이미 위없는 보리심을 발했지만,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는지 알지 못합니다. 원컨대 저에게 말씀해 주소서.”

바라문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그 이름은 진실하게 원하는 말[誠願語]이다. 과거, 현재, 미래의 보살들이 이 말로써 위없는 보리에서 물러가지 않았다. 또한 지금 물러가지도 않고, 앞으로도 물러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진실하게 원하는 말에 머물렀으므로 마음대로 하는 일이 모두 만족했다.

나는 다만 이 진실하게 원하는 말의 해탈을 알뿐이다. 그러나 저 보살마하살들은 진실하게 원하는 말과 함께 다니고 멈춤에 어김이 없고, 그 말은 반드시 진실하여 허망하지 않으며, 한량없는 공덕이 여기에서 생기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말할 수 있겠는가.”

선재동자는 점점 남쪽으로 가다가 묘의화문성(妙意華門城)에 이르러 덕생동자와 유덕동녀를 만났다. 선재동자는 예배드리고 합장한 후 말하였다.

“성자들이시여, 저는 이미 위없는 보리심을 발했지만,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도를 닦는지 알지 못합니다. 원컨대 자비를 베풀어 저에게 말씀해 주소서.”

동자와 동녀가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우리는 보살의 해탈을 증득했으니 그 이름은 환주(幻住)입니다. 이 해탈을 얻었으므로 모든 세계가 다 환상[幻]처럼 머무는 것을 보는데 그것은 인연으로 생기기 때문입니다. 일체 중생이 다 환주와 같으니 업과 번뇌로 일어나기 때문이며, 일체 세간이 다 환주와 같으니 무명과 존재와 욕망 등이 서로 인연이 되어 생기기 때문이며, 모든 법이 다 환주와 같으니 ‘나’라는 소견 등 갖가지 환 같은 인연으로 생기기 때문이며, 일체 중생의 생멸과 생로병사와 근심과 슬픔과 고뇌가 모두 환주와 같으니 허망한 분별에서 생기기 때문입니다.

선남자여, 우리 두 사람은 다만 이 환주해탈을 알뿐입니다.

선남자여, 당신은 한 가지 선을 닦고, 한 가지 법을 비추고, 한 가지 행을 행하고, 한 가지 원을 발하고, 한 가지 수기(授記)를 얻고, 한 가지 지혜에 머물러 구경(究竟)이란 생각을 내지 마십시오, 한정된 마음[限量心]으로 여섯 바라밀을 행하거나 십지(十地)에 머무르거나 불국토를 맑히거나 선지식을 섬기려고 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보살마하살은 한량없는 선근을 심어야 하고, 한량없는 보리의 도구를 모아야 하며, 한량없는 보리의 인(因)을 닦아야 하고, 한량없이 교묘한 회향(廻向)을 배워야 하며, 한량없는 중생계를 교화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한량없는 중생의 마음을 알아야 하고, 한량없는 중생의 뿌리를 알아야 하고, 한량없는 중생의 이해를 알아야 하고, 한량없는 중생의 행을 보아야 하고, 한량없는 중생을 조복해야 합니다.

또 한량없는 번뇌를 끊어야 하고, 한량없는 업의 버릇을 맑혀야 하고, 한량없는 사견(邪見)을 없애야 하고, 한량없이 물든 마음을 제거해야 하고, 한량없는 청정심을 발해야 하고, 한량없는 고통의 독화살을 뽑아야 하고, 한량없는 애욕의 바다를 말려야 하고, 한량없는 무명의 어둠을 깨뜨려야 하고, 한량없는 교만의 산을 허물어야 하고, 한량없는 생사의 결박을 끊어야 하고, 한량없는 존재의 흐름을 건너야 하고, 한량없이 태어나는 바다를 말려야 하고, 한량없는 중생들을 오욕의 진창에서 나오게 하고, 한량없는 중생들을 삼계의 감옥에서 떠나게 하고, 한량없는 중생들을 성스러운 길에 있게 합니다.”

그때 선재동자는 합장공경하며 미륵보살 마하살에게 말씀드렸다.

“큰 성자시여, 저는 이미 위없는 보리심을 발했으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도를 닦는지 알지 못합니다. 모든 여래께서 존자(尊者)에게 수기(授記)하시기를, 한 생[一生]에 위없는 보리를 얻으라 하셨습니다.

큰 성자시여,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도를 닦아야, 그 닦고 배움을 따라 모든 불법을 빨리 갖출 수 있습니까. 또 어떻게 해야 염려되는 중생을 다 제도할 수 있으며, 세운 큰 원을 두루 채울 수 있으며, 일으킨 행을 두루 마칠 수 있으며, 모든 하늘과 사람들을 널리 위로할 수 있으며, 자신을 등지지 않고 삼보(三寶)를 끊어지지 않게 하며, 모든 불보살의 종자를 헛되지 않게 하며, 모든 부처님의 법안(法眼)을 지닐 수 있습니까. 이와 같은 일들을 말씀해 주소서.”

미륵보살마하살은 선재동자의 온갖 공덕을 칭찬하여 무량 중생에게 보리심을 발하게 한 후,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착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모든 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해, 일체 중생을 구호하기 위해. 모든 부처님 법을 부지런히 구하기 위해 위없는 보리심을 발한 것이다.

그대는 좋은 이익을 얻었고, 사람의 몸을 얻었고, 수명이 길고, 여래의 출현을 만났고, 문수사리 큰 선지식을 보았으니, 그대의 몸은 좋은 그릇이라 온갖 선근으로 윤택해졌다. 그대는 선한 법으로 유지되었으므로 이해와 욕구가 다 청정하였으며, 여러 부처님께서 함께 보호하고 염려한 바가 되었으며, 선지식들이 함께 거두어 주게 되었다.

왜냐하면 보리심은 씨앗과 같아 모든 불법을 내게 하며, 보리심은 좋은 밭과 같아 중생들의 깨끗한 법을 자라게 하며, 보리심은 대지와 같아 세간을 지탱하며, 보리심은 맑은 물과 같아 모든 법뇌의 때를 씻어 주며, 보리심은 태풍과 같아 세간에 두루 걸림이 없다.

또 보리심은 타오르는 불과 같아 온갖 소견의 숲을 태우며, 보리심은 밝은 해와 같아 모든 세간을 두루 비추며, 보리심은 보름달과 같아 깨끗한 법이 다 원만하며, 보리심은 밝은 등불과 같아 갖가지 법의 광명을 발한다.

또한 보리심은 큰 산과 같아 모든 세간에서 우뚝 솟아 있으며, 보리심은 부처님의 탑과 같아 모든 세간에서 공양할바이다.

선남자여! 보리심은 이와 같이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하는 것이니, 요약해 말하면, 보리심은 모든 불법의 공덕과 같다. 왜냐하면, 보리심은 보살의 행을 낳게 하니 과거, 현재, 미래의 여래가 모두 보리심에서 출현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위없는 보리심을 내는 이는 이미 한량없는 공덕을 낸 것이며, 일체지의 길을 널리 거두어 가짐이다.

선남자여, 그대가 묻기를,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느냐고 했는데, 그대는 이 비로자나장엄장 큰 누각에 들어가 두루 살펴 보라. 곧 보살행을 배우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배우면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할 것이다.”

이때 선재동자는 미륵보살마하살을 공경하며 오른쪽으로 돌고나서 여쭈었다.

“원컨대 성자께서 이 누각문을 열어 제가 들어가게 하소서.”

미륵보살이 누각 앞에서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내니 문이 곧 열리었다. 선재가 기뻐하며 들어가니 문은 곧 닫기었다.

선재가 누각 안을 살펴보니, 넓고 크기가 무한하여 허공과 같았다. 아승지 보배로 땅이 되고, 아승지 궁전과 아승지 문과 아승지 창호, 아승지 섬돌, 아승지 난간, 아승지 길이 모두 칠보로 되어 있었다.

또 그 가운데 한량없는 누각이 있었는데, 크고 넓고 화려하기가 허공과 같아서 서로 장애되지도 않고 어지럽게 섞이지도 않았다. 선재가 한 곳에서 모든 곳을 보듯이, 모든 곳에서도 다 이와 같이 보았다.

선재동자는 비로자나장엄장 누각이 이처럼 가지가지로 헤아릴 수 없이 자유자재한 경계를 보고 아주 기뻐했으며 몸과 마음이 유연해져서 모든 의혹이 사라졌다. 본 것은 잊지 않고 들은 것은 기억하며 생각이 어지럽지 않아 걸림없는 해탈문에 들어갔다. 마음을 두루 움직이며 모든 것을 두루 보고 널리 예경하였다.

잠깐 머리를 숙이자 미륵보살의 위신력으로 인해 자신의 몸이 누각마다 두루하여 있음을 보았고, 갖가지 불가사의한 자재로운 경계를 보았다. 미륵보살이 처음 위없는 보리심을 발할 때의 이름과 그 집안과 선지식의 깨우침으로 선근을 심던 일들을 보았다.

또 미륵보살이 처음 자심(慈心)삼매를 증득하고 난 그때부터 자씨(慈氏)라고 부르던 일을 보기도 했고, 미륵보살이 묘행(妙行)을 닦으며 모든 바라밀을 이루던 일을 보기도 했고, 청정한 국토를 성취하는 것을 보고, 여래의 바른 교법을 보호하며, 큰 법사가 되어 무생인(無生忍)을 얻고, 어느 여래에게 위없는 보리의 수기(授記)를 받던 일을 보기도 하였다.

또 여러 누각의 사방 벽은 온갖 보배로 장식되었는데, 낱낱 보배에서는 미륵보살이 과거세에 보살도를 수행하던 일을 나타내었다. 자신의 손과 발 등 온갖 지체를 보시하고, 병든 이를 치료해주고, 길을 잘못 든 이에게 바른 길을 가르켜 주고, 혹은 뱃사공이 되어 바다를 건네 주던 일들이 새겨져 있었다.

이때 선재동자는 잊어버리지 않는 기억력을 얻고, 시방을 보는 청정한 눈을 얻고, 잘 관찰하는 걸림없는 지혜를 얻고, 보살들의 자재한 지혜를 얻고, 보살들이 지혜의 자리에 들어간 광대한 이해를 얻었기 때문에, 여러 누각 속에서 이와 같이 한량없고 불가사의하고 자재한 경계와 여러 가지로 장엄된 일들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사람이 꿈을 꾸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보는 것과 같았다.

그때 미륵보살마하살이 신통력을 거두고 누각 안으로 들어와 손가락을 퉁겨 소리를 내고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일어나라. 법의 바탕이 이와 같으니, 이는 보살의 모든 법을 아는 지혜의 인연의 현상이다. 이러한 자성(自性)이 환상과 같고 꿈과 같고 그림자 같고 영상같아서 다 성취하지 못한다.”

선재동자는 이때 손가락 퉁기는 소리를 듣고 삼매에서 깨어났었다. 미륵보살이 다시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가 보살의 불가사의한 자재해탈에 머물러 삼매의 기쁨을 받았으므로, 보살의 신통력을 지니고 도를 돕는 데서 흘러 나오는 원과 지혜로 나타난 여러 가지로 눈부시게 장엄한 궁전을 본 것이다. 보살의 행을 보고, 보살의 법을 듣고, 보살의 덕을 알고, 여래의 원을 이룬 것이다.”

선재동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반드시 보현보살을 뵙고 선근을 더욱 늘릴 것이며, 모든 부처님을 뵙고 보살의 광대한 경계에 대해 궁극적인 이해를  내어 일체지를 얻을 것이다.’

선재동자는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일심으로 보현보살을 보려고 분발하여 정진하며 물러가지 않았다. 넓은 눈으로 시방의 부처님과 보살들을 관찰하면서 보이는 것마다 다 보현보살을 뵙는다고 생각하였다.

지혜의 눈으로 도를 보니, 마음이 광대하기 허공과 같았고, 대비(大悲)가 견고하기 금강과 같았으며, 미래가 다하도록 보현보살을 따라다니면서 순간마다 보현행을 수순하여 닦으려 하였고, 지혜를 성취하고 여래의 경지에 들어 보현의 자리에 머물려고 하였다.

이때 문득 보니, 보현보살이 여래 앞에 있는 대중 가운데서 보련화 사자좌에 앉아 있었다. 여러 보살들이 에워싸고 있었는데 가장 뛰어나 세간에 견줄 이가 없고, 지혜의 경지는 한도 끝도 없어 헤아리기 어렵고 생각하기 어려워 삼세 부처님과 같았으며, 보살들로는 제대로 살펴볼 수 없었다.

다시 보니, 보현보살의 몸에서 모든 세계의 미진수 광명구름을 내어 법계와 허공계의 모든 세계에 두루하였고, 일체 중생의 괴로움과 근심을 없애어 보살들이 아주 기뻐하였다.

선재동자는 보현보살의 이와 같이 자재하고 신기한 경계를 보고 몸과 마음이 한량없이 기뻤다. 그리고 곧 열 가지 지헤바라밀을 얻었다.

즉, 순간마다 모든 부처님 세계에 두루하는 지혜바라밀, 순간마다 모든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는 지혜바라밀, 순간마다 모든 여래께 공양하는 지혜바라밀, 순간마다 모든 여래의 처소에서 법을 들고 받아지니는 지혜바라밀, 순간마다 모든 여래의 법륜을 생각하는 지혜바라밀, 순간마다 모든 부처님의 불가사의한 큰 신통을 아는 지혜바라밀, 순간마다 한 마디 법을 말하시는데 오는 세상이 끝나도록 변재가 다하지 않는 지혜바라밀, 순간마다 깊은 반야로 모든 법을 관찰하는 지혜바라밀, 순간마다 모든 법계와 실상 바다에 들어가는 지혜바라밀, 순간마다 모든 중생의 마음을 아는 지혜바라밀, 순간마다 보현보살의 지혜와 행이 모두 앞에 나타나는 지혜바라밀 등이다.

선재동자가 이 열 가지 지혜바라밀을 얻은 뒤 보현보살이 바른 손을 펴서 선재의 머리를 만졌고, 머리를 만진 뒤에는 곧 모든 세계의 빠짐없는 삼매문을 얻었다.


성불합시다. _()_


[끝]

적조월 | 2007.01.05 21:36:22 | 조회수(15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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