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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내리는 비 / 법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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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내리는 빗소리에서 나는 우주의 호흡이
내 자신의 숨결과 서로 이어지고 있음을 감지한다.
그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는 자연의 소리는,
늘 들어도 시끄럽거나 무료하지 않고 우리 마음을 그윽하게 한다.
 
사람이 흙을 일구며 농사를 짓고 살던 시절에는
이와 같은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그 질서 안에서 넘치지 않고 순박하게 살 수 있었다.
작은 것에 만족하고 적은 것에도 고마워했다.
남이 가진 것을 시샘하거나 넘보지도 않았다.
자기 분수에 자족하면서 논밭을 가꾸듯
자신의 삶을 묵묵히 가꾸어 나갔다.
그러나 물질과 경제를
'사람'보다도 중요시하고 우선시하는 요즘 세상에서는,
농사를 짓는 사람들까지도
대부분 예전 같은 감성과 덕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
 
농사도 이제는 기업으로 여겨
먼저 수지타산을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논밭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신성한 생명의 터전으로
여기기보다는 생산과 효용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흙을 가까이하면서도 흙이 지니고 있는
그 덕성과 생명의 질서를 몸에 익히지 못하는 것은,
흙한테 죄송하고 또한 흙의 은혜를 저버리는 일이기도 하다.
 
좁은 땅덩이에 인구는 불어나 어쩔 수 없이 양계장처럼
켜켜이 올려놓은 아파트라는 주거형태는,
우선은 편리하겠지만 인간의 본질과 장래를 생각할 때
결코 이상적인 주거공간은 못 된다.
 
그 같은 주거공간에는 생명의 근원인 흙이 없다.
허공에 매달려 추상적이고 관념적으로 살아가는 생태이므로
인간생활이 건강할 수 없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람은 흙에서 멀어질수록 병원과 가까워진다.
 
- 법정 스님 < 오두막 편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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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2 07:5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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