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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낭자네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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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nnae    
청원 (grinnae)
보림사 공주(공양주의 줄임말이래요),청원낭자의 작은 보금자리입니다. 성불하세요.._()_
내 마음의 수첩
연락이 끊긴동안 많은 ...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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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겪은 사람들끼리..

 사자상님, 청원입니다.
 한참 공부하러 매주 서울로 다닐때 우연히 사자상님께 안부전화했다가 
 돐도 안된 도흔이가 병원에 입원했단 이야기 듣고 짬을 내어 찾아갔었죠. 
 어린 아기가 큰 수술을 받기 위해 그 작은 몸에 주사기를 꽂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애처롭던지. 아직 미혼인지라 엄마의 심정만은 못하겠지만 마음이
아팠고, 이런 저에게 오히려 사자상님은 담담하게 그 상황을 이겨내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인가요.. 이번엔 저희 어머니의 갑작스런 이식수술을 앞두고
검사를 위해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사자상님이 멀리 있어 미안하다며 저에게
전화를 걸어주었지요. 그 때 저는 당초 기증하기로 했던 동생의 간이 작다하여
제가 기증자 검사를 하기 위해 환자복을 입고 병실에 입원해 있었어요. 마치
망망대해 위에 떠 있는 섬처럼 아는 사람 하나없는 병원에서 사자상님의 음성이
어찌나 반갑고 고맙던지요. 서로 다른 듯 비슷한 사정이기에 말 한마디마다 거기에
담겨 있는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화상으로 말씀드렸지만
 병원에 올라오면 바로 수술할 줄 알았던 어머닌 수혜자 검사 도중 간암뿐만
아니라 진행성 위암도  의심된다며 이식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서울에 올라갈 때 어머니의 간경화 상태가 잔여 수명 1년 이내란걸 알고 있었기에
 그때의 절망감이란...어머니께 차마 말씀도 못드리고 혼자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낯선 병원에서 홀로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웠을 때 오히려 담담해지더군요.
'꼭 병원에서 수술을 해야만 어머니가 살아나실까, 안된다면 집에 모시고 내려가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그 생각 이후 저는 제가 그동안 믿고 의지했던 부처님의 가르침에, 숱하게 들었던
것들을 이번에 한 번 제대로 실천해보자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꼭 살아나
셔야 한다고 기대하는 것조차도 맡겼습니다.
 수술을 포기하고 가방을 챙기는데 갑자기 의사선생님들이  우르르 들어오시더군요. 어머니의 위가, 내시경이나 초음파상으론 영락없는 암의 형태인데 조직검사결과 암이 아니랍니다. 2주간의 궤양치료 후 다시 검사결과를 보고 최종판단을 하기
로 했다는거에요.
 방을 옮기고 챙겼던 가방을 풀었습니다. 어머니와 저만 있는 공간에서 다시 시작
하기로 했습니다.
 어머니는 그간 고생했을 위와 간, 그 밖의 장기들과 세포들에게 하나하나 미안하다, 정말 사랑한다고  말을 건네셨고(저희는 '사랑의 대화'라고 부릅니다..^^) 저는
잠자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 외엔 언제 어디서나 거의 광명진언 염송을 했습니다.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어머니에게 밝은 빛으로 비추어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을
관하면서..
 지금껏 살아오면서 그렇게 집중하여 기도해 본적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기도를 하는 동안 처음의 불안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어머니나 저나 한결 편안해
졌다 느꼈을 때  2주간의 치료 끝에  다시 해본 검사 결과 양성위궤양으로 판명되어
드디어 1주일 뒤에 이식수술이 결정되었습니다.
 서울에 올라온지 거의 두달만에..그리고 제가 기증자로 되어 있다가 동생이 수술대
에 오르게 되었죠.
 9시간의 수술시간 동안 늘 하던대로 기도를 하며 일을 보고 기다리는데 그 시간이
전혀 초조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와 동생을 수술하는 선생님들이 모두 의왕(醫王)이신  부처님의 손길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수술실에 들어갔던 동생이 6시간만에 먼저 병실로 올라오고, 어머니는 수술 직후
바로 중환자실로 올라오셨습니다. 수술이 잘 되었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에 고맙다
는 인사를 드리는 제 음성이 그제야 떨리더군요. 의식이 돌아오셨다는 호출에 달려
갔던 중환자실, 격리병동 안에 어머니는 수십개의 관과 줄을 온 몸에 달고 계셨습니다. " 엄마, 괜찮아?" 그 소리에 힘없이 눈만 깜빡이셨던 어머니.
 6일만에 이식병동으로 올라오시면서  5층에 있는 동생과 7층에 있는 어머니를
오가느라 많이 힘들긴했지만 물을 주자 다시 살아나는 화초처럼  신기하게도 하루
하루 어머니의 몸에 달려 있던 배액관과 줄들이 사라지면서 달라지시는 모습이
기적이라 느꼈습니다.
 큰 수술의 충격으로 잠시 이상한 말과 행동(사이코시스-섬망증세)을 하시기도 했고 갑작스레 폐에 물이 차서  고열이 생기는 등 고비가 오기도 했지만 수술 전 미리
공부를 해두었기에 당황하지 않고 기도를 놓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 대전에 다니던 병원에서 주치의 선생님이 CT상의 초기간암
을 제때에 발견하여 이식을 권해주셨던 일(나중에 알고보니 간이식 수술 기준에 절
묘하게 맞는 위치와 사이즈였습니다), 게다가 서울대병원에 직접 외래예약까지 해
주신 덕에 다음날 바로 서울에 올라갈 수 있었고..
 수술 후엔 어머니와 동생을 간병하고, 주말엔 빨래와 소소한 짐을 챙기느라
집에 내려갔다가 몇 시간 후에 다시  병원에 올라오는 가운데 보림사의 행사에도
참여했으니, 그걸 해낼 수 있었던건 기도의 힘이 아닐까합니다.

 예상보다 더 빠른 회복으로 20일만에 퇴원하셨지만 퇴원 후에 어머닌 그야말로
갓난아기와 같은 면역 상태여서  하루에도 수없이 집안과 식기를 일일이 소독하고,
11가지나 되는 약을 알람에 맞춰 챙겨 먹는 것이나 음식을 일일이 익히고 집안
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일들이 거의 전쟁에 가까웠습니다.
 지방채혈이 안되던 초기라 일주일에 두세번씩 서울 병원에 드나드는 일도(약 먹는
시간 때문에 새벽에 움직여야  했거든요. 그간 밤길 운전을 오래 했던게 도움이 많이 됩니다.^^) 만만치 않았구요.
 아마 제가 이 나이에 아이가 없으니 이렇게 갓난아이같은 어머니를 챙겨드리는
걸로 대신하나보다, 하며 웃었지요. 그렇게 그렇게..정신없이 어머니와 씨름하며
지내다보니 어느새 해를 넘겨 이제 7개월이 되었네요.
 평생 면역억제제를 드셔야 하고,그러다보니 암의 재발이나 전이엔 거의 무방비
상태이며 혹시 찾아올지 모를  거부반응을 염려해야 하지만 그것도 가급적 잊고
지내야겠지요. 현재가 최선이기 때문에..
 얼마전 가벼운 감기증세에도 함부로 약을 쓸 수 없어 다시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아야했고, 복도 한켠에서  항생제를 맞으셔야 했던 어머니. 이게 현실일지라도
그러려니 합니다.

 돌아보면 숨 고를 겨를 없이 눈 앞에 구비구비 펼쳐지는 고개를 정신없이 또 넘고
넘어 온 셈인데  저만 겪었던 유난스러움은 아니겠지요. '동업중생'이라는 말처럼
주변에 저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던 분들과  연락이 닿고, 서로 걱정하고 격려하고..그 힘들 때 말 한마디, 건네는 손길 하나가 그렇게 크게 다가올 수 없습니다.
 힘들다하면서도 어렵게 넘겼기에 그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고, 당연하다 무심히
넘겼던 것들 하나하나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습니다. 다가왔을 땐 고통이고 멀리
하고 싶었던 것들이 지나고보니 저를 또 자라게 만든  큰 스승이요 살아가는 힘이었
습니다. 그마저도 없었다면 저는 죽어라 기도해보지도, 열심히 살아보지도 못한채  
소중함을 모르고 살아왔을겁니다.

 사자상님의 글에 간단히 안부 댓글만 달면 되었을 것을 또 이렇게 장황하게 긴
글을 쓰게 되는건  우연처럼 그 시간들을 함께 지내왔기에 환하게 웃으며 지난
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사자상님이 모습이  반갑고, 저또한 이젠 그런 여유가
조금이나마 생겼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사자상님뿐만 아니라 제게 어머니의 안부를 묻고 힘내라 응원해 주셨던 고마운
분들께 이렇게나마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겪었던 기도의
경험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어머니의 병환과 그 밖에 고비들을 통해 부정적인 면이 많았던 제가 조금이라도
좋은 점을 먼저 보려 애쓰고 작은 일에 감사하고, 먼저 참회부터하게 되는건 그야
말로 부처님의 가피라고 느낍니다.
 어쩌면 어머니의 병환으로 저와 수많은 사람을 살리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머니를 향했던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이제 수많은 분들께 두루 회향할 수 있도록
열심히 정진해야겠지요. 그 마음 잊지 말라고 일깨워주신 사자상님..정말 고맙습니다.
 항상 마음 속에 차 한잔 함께 하리라는거..알고 계시죠? 
 환하게 웃으며 만날 어느 날을 기대합니다. 가족 모두 건강하시길 늘 기원합니다.

                                                             3월, 매화를 기다리며..청원 합장

 

2010.03.28 23:36:47 | 내 블로그 담기
지명   연락이 끊긴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군요.. 불사도 많이 진척되었고 안타깝게도 어머님의 건강도 안좋으시고.. 요즘은 좀 어떠신가요? 청원님도 늘 건강하시고 어머님께서도 건강이 회복되시기를 부처님전에 기원드립니다. -지명-
2010.07.26 23:3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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