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의지할 곳 없어 항간을 떠돌고 있을때
당신께서는
산간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내 영혼이 뱀처럼 배를 깔고 갈밭을 헤맬때
당신께서는 산마루 헐벗은 바위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내 영혼이
생사를 넘나드는 미친 바람속을
질주하며 울부짖었을때
당신께서는 여전히
풀숲 들꽃 옆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렇지요
진작에 내가 갔어야 했습니다
당신 곁으로 갔어야 했습니다
찔래덩쿨을 헤치고
피 흐르는 맨발로라도
백발이 되어
이제 겨우 겨우 당도하니
당신은 아니 먼 곳에 계십니다
절절히 당신을 바라보면서도
아직
한 발은 사파에 묻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박경리의 유고시집 버리고 갈것만 남아서
홀가분하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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