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 여섯 번째, 수연 스님의 수행의 준비와 실천 <工夫>
삼과 : 실참과 수행
간화선 사유영역을 넘어서다(2)
주객이 양립해야 앎이 형성되고, 앎은 생각하는 주체에게 일어납니다. 이 범위는 사유가 형성되는 조건으로, 사유를 실행하는 주체가 대상이 되는 객체를 포착해야 사유가 성립되는 영역입니다.
이렇게 주객 분리의 범주 안에서 자각하고 인식되는 형식을 ‘분별’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사유체계는 이 분별의 틀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분별의 사유체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범위 밖의 그 무엇이라는 표적을 향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사유의 범위를 벗어나면 영역 밖에 어떤 실체가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갖으면 안 됩니다. 이런 견해는 목표를 떠올려 대상화하는 생각의 방식 때문에 발생합니다. 그리고 사유의 방식이 낳은 추리라는 습관이 일으키는 문제입니다. 떠오른 모든 표상은 생각이 미쳐서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주체가 상대인 객체를 대상으로 바라보고 떠오른 앎은 주체가 지켜본 결과입니다.
이 앎은 객체의 온전한 모습이 아닌 주체가 바라본 주관적인 추상입니다. 헤아려서 알게 된 앎은 실재의 본 모습이 아닌 주체에 의해 헤아려진 왜곡된 모습인 것입니다. 주체는 빠짐없이 전체를 온통 조명하지 못하고, 어느 측면 어는 방향에서 바라본 편향적 모습 밖에 조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분별의 사유 체계 안에서는 마음과 이치와 사물의 실상을 바로 볼 수 없습니다. 왜곡되지 않은 본래의 모습 그대로를 보고 온전한 실체를 알기 위해서는 사유의 영역을 넘어서야 가능합니다.
사유의 영역을 벗어난다는 뜻은 더 이상 주객 분별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는 어떤 관점이나 견해도 없다는 의미입니다. 관점이 있다는 것은 주체가 바라본 입장이기 때문입니다.<119-121쪽>
2019년5월3일 아침, 현담 옮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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