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을 아무나 가나?
도정스님 시인
내가 이제 이 대비 방편으로 이 악인에게 살생의 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또한 동료 500명도 편안히 귀국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마음으로 빌었다.
- <불설대방선교방편경> 제4권 중에서.
성철스님의 “나는 지옥에 간다”는 열반을 앞둔 마지막 말씀이 있다. 참으로 대자유인다운 기풍이 배어나오는 말씀이다.
선한 500인의 장사치들이 탄 배 안에 악한 이가 한 명 있었다. 악한 이는 500인을 죽이고 재물을 약탈하려는 계획을 품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500인의 선한 이 가운데 한 명이 이것을 알아채고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였다. 500인에게 알리면 착한 500인이 합심해서 한 사람을 단체로 바다에 빠뜨리는 죄를 범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아무리 살펴봐도 악한 이가 마음을 고쳐먹을 리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결국 선한 500인의 목숨을 위해 이 사람은 자신 혼자 죄를 짓기로 결심하고 악인이 잠든 틈을 타서 죽이게 된다. 이 선한 한 사람이 500인을 위해 지옥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게 되지만 악인이 500인을 죽이는 죄는 면하게 만든 셈이다. 이 선한 한 사람이 바로 전생의 석가모니 부처님이었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지옥도 아무나 갈 수 있는 게 아닌 듯하다.
[출전 : 불교신문3341호/2017년11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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