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암(想思岩)에 얽힌 전설
경남 남해군에 솟아있는 금산. 이 산에서도 가장 웅장하고 큰 바위이면서 로맨틱하고 낭만적인 사연이 깃들은 상사암(想思岩)에 얽힌 감동적인 전설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때는 조선 19대 숙종왕 시절. 현재의 전남 여천군에 속한 돌산도에 피붙이 혈육 하나 없이 살아가던 한 사내가 지나친 흉년으로 인하여 도저히 돌산에서는 초근목피로도 기근을 달랠 수 없어, 바다를 건너 남해도에 찾아 들게 되었다.
남해도에 도착한 이 사내는 다행히도 이곳의 부유한 농가에 잡일을 거둘며 기거하게 되었는데, 그 집 안주인은 유난히 뛰어난 미모를 갖추었으며, 또한 마음씨가 비단결처럼 고와 이 사내를 마치 오라비를 대하듯이 따뜻하고 정감이 있게 보살펴 주었던 것이다.
이로 하여금 이 사내는 이 세상에 태어나 참다운 인간의 정을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으며, 이 사내도 그 안주인의 고마움과 정의를 알아 비록 힘들고 어려운 일도 아무런 불평 한마디 없이 부지런히 해냈다.
아니 불평보다는 어떤 어려운 일이 자기 앞에 부딪치더라도 날마다 이 안주인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사내에게는 다행으로 생각게 되었으며, 또한 인간의 정이 무엇인가를 서서히 알게 되면서, 그 정의 방향은 보통 사람으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이 집 안주인으로 향하게 되었던 것이다.
더구나 뛰어난 미모와 고운 마음씨에 반하여 사내의 마음은 겉잡을 수 없게 되어가지만, 자기의 상전인 안주인을 어떻게 할 수 없는 처지이다 보니 날이면 날마다 자기 가슴속에 담긴 말 한마디 건네지도 못하고 혼자서 속알이를 하다 결국에는 몹쓸 상사병에 걸리게 되어 식음을 전폐하고 시름시름 앓아 눕더니, 마침내 이 사내는 죽음의 직전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이를 눈치챈 안주인은 이 사내를 그냥 죽게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생각에서 달도 뜨지 않아 지척도 분간하기 어려운 캄캄한 어느 날 밤.
남편의 눈을 피해 죽음이 경각에 달린 이 사내를 이끌고 상사바위에 올라가서 마침내 이 사내의 상사병을 풀게 해주어 목숨을 잇게 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화가 세상에 떠돌자. 후세 사람들은 죽음의 경각에 이르렀던, 그 사내가 마음 속에 품은 그 사모의 정염을 어떻게 풀었는지 궁금케 한다.
이 이유 중에 가장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이, 사모의 대상이 된 여인은 자신이 빌붙어 지내는 집의 안주인이었으며,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는 유교 관습 속에서 어떻게 상사의 한을 풀었을까?.
하는 것이다.
그 이후. 로맨틱하고 낭만적인 야화가 깃들어져 있어, 이 바위를 상사바위(想思岩)라 부르게 되었다.
한 여인을 사모한, 그것도 천한 신분에 자기가 모시는 상전의 안주인으로써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사모의 염을 품은 사내가 어떻게 그 상사의 염을 풀었는지 궁금하게 생각되시는 분은 직접 한번 상사바위에 올라가 보시라.
그 궁금함의 해답은 상사바위에 올라서면 이내 풀리게 될 것이다.
단, 이 바위에 올라서면 천장만장이나 되는 층암절벽이라 아찔하고 매우 위험한 곳이니 주의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