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같고 환 같고 허공 꽃 같은 육십칠 년의 세월이여,
백조 날아가고 물안개 걷히니 가을 물이 하늘에 닿았네.
夢幻空花 六十七年 白鳥煙沒 秋水天連
몽환공화 육십칠년 백조연몰 추수천련
- 천동굉지(天童宏智)
천동굉지(天童宏智, 1091~1157)의 임종게다. 임종게로서는 매우 빼어나다. 인생을 어떻게 살았던, 그 생을 마감하는 날 되돌아보면 그럴 것이다. 철없던 어린 시절이나, 그립고 아쉽고 가슴 조이던 젊은 시절이나, 장성하여 천하를 호령하고 세상을 휘어잡을 것 같던 당당한 중년의 시절이나, 지금 이 순간 돌이켜 보면 모두가 꿈이요, 환이요, 허공꽃 같은 인생이리라. 그럼에도 애를 써서 붙잡고 안달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 하던 지난 세월이었다.
육십칠 년의 세월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백조 날아가고 물안개 걷히니 가을 물이 하늘에 닿았네.”이다.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다. 맑고 깨끗하다. 물을 뿌리고 비로 쓴 듯하다. 다시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천동굉지 선사는 대혜종고 선사와 더불어 송대의 선종을 대표하는 선사이다. 그는 조동종의 묵조선을 대성한 사람인데 산서성 출신으로 속성은 이씨이다. 11살에 고향의 계명사에 출가하였으며 자운사에서 구족계를 받았다. 단하자순(丹霞子淳, 1064~1117) 선사의 문하에서 수학하여 깨닫고 그의 법을 이은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