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머리에 못질한 과보
사십여 세 된 키가 아주 큰 분이 묘법 스님께 여쭈었다.
“삼 년 전 자주 두통을 앓아 병원에 가서 검사한 결과 뇌 속에 종양이 하나 자라면서 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래서 머리에 구멍을 내어 종양을 수술하였습니다. 그러나 일년이 못 되어 재발되어 다시 수술을 받았습니다. 최근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처음에 종양이 생겼던 자리에 다시 종양이 자라는 것이 발견되었으나 의사는 재수술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만약 다시 수술을 한다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운명이라고 단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이 병이 매우 이상하다고 느껴져서 반드시 그 원인을 알고 싶습니다. 스님, 제 병의 원인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묘법 스님이 물었다.
“당신은 무슨 일을 합니까?”
“저는 회사 보안(경비) 부서에서 일합니다.”
“이전에 당신은 바다에서 일한 적이 있지요? 일찍이 많은 물고기를 죽인 적이 있으며, 또한 매우 큰 살아있는 물고기를 나무판 위에 놓고 못질을 하고는 비늘을 벗기고 배를 갈라 잡아먹었군요.”
“네. 예전에 해군에서 복무했는데 3년 간 수병으로 근무할 때 자주 바다에 나가 임무를 수행하곤 했습니다. 고기는 우리들의 일상요리였지요. 바로 현장에서 잡아먹곤 했습니다. 어느 날 물고기를 잡았는데, 1m가 넘을 정도로 길었으며, 살아서 튀어오르기 시작하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제가 큰못으로 고기 머리에 못질을 해 놓고 요리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어떻게 제 이런 지나온 이력을 아십니까? 정말 대단하십니다.”
“당신이 이전에 살아있는 고기 머리에 못질을 하였기 때문에 지금 이런 병에 걸려 머리에 구멍을 내어 치료해야 하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물고기가 배 위에서 못질을 당할 때 잠시 동안은 죽지 않으며, 또 산 채로 비늘을 벗기고 배를 가르는 등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참혹한 것입니다. 보복하고 또 보복하고, 현재 아마도 당신 머리에 두, 세 개의 구멍을 낸 것이 바로 인과보응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죽는 것은 결코 두려워할 것이 못 됩니다. 실로 두려운 것은 병마에 사로잡혀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니, 살아 있어도 죽는 것만 같지 못하며, 좋은 임종을 맞이할 수 없습니다.”
묘법 스님의 몇 마디 법문은 비록 느리고 가늘었지만 우레와 같이 꿈속에서 헤매는 사람들을 일깨웠다.
“스님은 신통이 광대하시니 반드시 저를 구해주셔야 합니다.”
“아미타불! 보살은 원인(原因)을 두려워하고 중생은 결과를 두려워합니다. 각각의 사람은 각자가 먹는 밥으로 배가 부르며, 각자의 생사는 각자가 마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지금 큰 잘못을 저질렀으니 방울을 풀기 위해서는 방울을 맨 사람이 풀어야 합니다. 당신은 진심으로 참회하고 불살생계를 지키고, 채식을 하면서 염불을 많이 하면 구제될 여지가 있을 것입니다.”
2년 후 나는 당시 이분을 모시고 왔던 거사를 만났는데, 그가 말하기를 키가 큰 그 사람은 돌아가는 즉시 예불을 시작하고 스님께서 일러주신 대로 『지장보살본원경』을 독송하였으며, 절에 가서 그가 잡아먹었던 물고기를 위하여 왕생 위패를 세우고 죽을 때까지 염불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그 후 큰 고통은 받지 않았으나 단지 오십도 못 되어 죽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하였다고 하였다.
나도 매우 애석하게 느껴졌다. 염불이 비록 그분에게 병마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었으나 살생의 업이 너무 중하여 단명을 한 것이다. 불력(佛力)이 아무리 크다고 하나 중생의 업력을 넘지 못한다. 성심으로 참회하면서 살생을 끊고 비린내가 나는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복을 쌓고 수명을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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