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빠사나의 빛
공(空)을 내세우는 중관과 의식의 복잡난해함을 말하는 유식은 언제나 대립적으로 느껴졌고,
그 사이에는 깊은 심연이 도사리고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인연소생법 아설시공(因緣所生法 我說是空)이라 하셨다.
인연, 즉 원인과 결과로 모인 모든 것이 실체가 없는데, 그러면 이것을 알았다고 해서 다~된 것인가?
차라리 이것은 시작이 아닌가?
붓다께서 연기법을 깨달으시고 위빠사나 수행으로 해탈에 이르셨다는 말이 이제야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여기서 중관과 유식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삶 속으로 녹아든다.
중관은 연기법을 아는 것에 멈추고
유식은 큰 지도 없는 험난한 길을 말할 뿐이다.
위빠사나는 연기법이라는 큰 그림을 파악한 후, 한발한발 정상을 향해 내딛는 발걸음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길로 가면 완벽하게 안내 받을 수 있다. 가는 길 구비구비 상세 지형도까지 갖추어져 있으니 말이다.
몇 십 년 동안 내 가슴 속에서 대립되어 있던 한 장이 걷혔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다시 위빠사나는 빛으로 다가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