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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큰 여자


가끔 공원을 거닐다가 젊은 아낙이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평안해 보일 수가 없다. 그것도 유모차를 끄는 엄마가 아니라 양산을 쓰고 산책을 하다가 꽃그늘을 배경삼아 아기를 등에서 내려 젖을 물리는 모습은 한폭의 그림이다.

젖을 빠는 아기의 얼굴을 바라보는 엄마와 엄마를 바라보는 아기의 눈이 마냥 사랑스럽다.

이런 따뜻한 모습을 보다가 스마트폰을 들어 한 컷 찍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화들짝 놀랄 모습을 생각하고 손을 내릴 때가 있다. 시절이 하 수상해서 젖가슴을 찍었다고 신고를 하면 어찌 당해낼 재간이 있겠는가?

 

경춘선 하행길에 마석역이 있다.

지금은 역 맞은편으로 해장국집이 있는데, 30여년전만 해도 저만치 산기슭을 연하여 30평 남직한 한옥에 마당이 딸린 국밥집이었다. 이 집 주인 할머니가 말 그대로 가슴이 컸다.

쌍둥이 손자를 양팔에 안고 젖을 물리고 있는 모습은 점심이나 저녁 손님이 뜸할 무렵이면 언제나 보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젖을 물고 잠이 들어 늘어진 아기들을 그 엄마가 안아다 재우곤 했다.

식당일로 바쁜 제 어머니 젖은 놔두고 할머니 젖을 물고 늘어진 3살 남짓한 손자들을 보고 손님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했었다.

야 임마, 엄마젖을 먹어야지. 왜 할머니젖을 먹어?”

너 할머니 젖 아버지랑 나눠먹었으니까 아버지한테 형이라고 해야 하겠다?”

우리 할머니젖은 맛있어.”

손자 두녀석은 두 손으로 젖가슴을 안고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때마다 주인할머니와 며느리의 젖가슴을 눈대중으로 어림하는 일도 손님들은 거의 알던 일이기도 하다.

이상하기도 하지. 이 애들이 빈젖을 자꾸 빠니까 언제부터인가 젖이 나오더라고

정말예요?”

지금은 중학교 체육교사와 중장비 기사로 일하는 손자들은 한결같이 우리 할머니 젖은 맛있어.’하고 말했었다.

아이들 말마따나 젖이 정말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이 주인 할머니는 자식만 7칠남매를 걸출하게 키워냈다. 순대국그릇에 새우젓국 두 수저 퍼넣고 한 번 휘-뒤집은 뒤 훌훌 불어 드시고는 자식들을 모두 튼튼하게 키워내신 것이다.

가끔 천마산 등산을 갔다가 하산길에 들러 막걸리를 곁들여 머릿고기 한 접시와 순대국을 먹곤 했다. 짖궂은 놈들은 술을 시키다가 아줌마 젖 한통!’하고 장난을 칠 때도 있는데, 이럴 때면 다짜고짜 달려와 젖가슴으로 얼굴에 뭉개며 그래 한 통 먹어라 이놈아!’하고 소리를 치던 기억도 아슴하니 기억의 저편에 있다.

어릴 때, 어머니가 젖몸살을 하시느라 약을 잘못 드셨는지 젖이 말라 함께 사시던 큰어머니가 젖동량을 해가며 키운 나로서는 이상하게도 젖에 대한 유아적 그리움이 있는 것 같다.

학창시절에는 얼굴은 보지도 않고 종아리만 예쁘면 아 예쁘구나!’ 하고 눈을 깔고 따라가기도 했고, 청년이 되어서는 농사를 짓는 아버님이 우시장에서 암소를 고르듯 엉덩이가 크면 아기도 튼튼하게 잘 낳겠구나.’하고 바라보았다.

그런데, 결혼을 어떻게 했는지, 날짜만 먼저 정하고 결혼할 사람을 찾으러 다녀서 그런지 종아리가 예쁘거나 엉덩이가 큼직한 여자도 아닌 사람을 짝으로 만났다. 그렇다고 가슴이 잘 익은 메론이나 매끈한 애호박처럼 큰 사람도 아니다.

결혼을 해서도 늘 가슴을 만지작 거리고 자다보니 이제 아내의 젖가슴이 손바닥안에 잡히는 것이 없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내 손을 밀쳐낸다.

, 이제 그만 만져. 곤죽이 되어버렸잖아.”

그래도 만지며 자는 게 좋은데.”

그래서 가끔 엉덩이를 만지며 젖가슴이 언제부터 여기에 옮겨 붙었나?’ 했더니 하루는 발딱 일어나 물었다.

나 유방 확대 수술할까?”

지금 뭐라는 거니?”

병원에 물어 봤는데 1500만원 정도 가지면 예쁘게 할 수 있다는데.할까?”

, 뭐 할 일없이 몸에 칼을 대려고 해? 됐다.”

그래도 여자의 본능적 감각은 미련이 남아있는가보다. 신문이나 방송을 보다가 유사한 이야기만 나오면 귀를 모으고 듣는걸 본다.

 

언제인가 청소년예술대전 시상식을 마치고 시상식에 참석해던 심사위원들과 주무부처 0차관과 통일교육원에 교수로 재직중인 탈북학자 몇 분과 식사를 하는데 최모 교수가 술잔을 권하며 묻는다.

선생님은 제가 탈북해서 첫 번째 선을 보았던 분과 이미지가 똑 같습니다.”

아니, 결혼을 안했습니까?”

제 나이가 마흔세살이거든요. 재혼 자리만 나오네요. 좋은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뭐 다른데서 고를 필요가 있나? 우리 아들이 35살인데 아직 결혼 전이야. 한 번 만나볼래요? 준비할 것도 없이 그냥 몸만 오면 돼. 나도 최교수님을 만나니까 뭔가 끌리는 게 있더라고. 내가 생각한 며느리감의 이상적 조건하고 딱 맞는데.”

어머나, 그래요? 어떤 조건인데요?”

여자는 가슴도 크고 엉덩이가 큰 사람이 건강하고 아기도 튼튼하게 잘 낳아요.”

이교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시 묻는다.

아기들을 꼭 낳아야해요?”

늦었지만 셋은 낳아야지. 아들만 셋을 낳으면 양념으로 딸 하나를 더 낳고, 키우는 것도 걱정하지 마.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다 길러줄 테니까.”

경사났네요.”

인근의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흐르는 영상도 가슴이 큰 모델의 속옷패션쇼 화면이다. 반주기 음원서비스 번호 체크도 하지않고 넋을 놓고 바라보자니 문제의 최교수가 옆에 앉으며 귀엣말로 말했다.

연초에 우리 큰언니 탈북해 왔는데 가슴이 커요. 선생님께 제가 소개해 드릴까요?” 하며 카톡으로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사돈이 되면 자주 만날 텐데, 뭐 미리부터 만날 필요가 있을까요?”

 

노래방을 나와 큰길로 나오니 보름달빛이 어머니 가슴처럼 환하다.

문득 휴대폰을 여니 대전에서 대학강의를 하고있는 후배가 몇 차례 전화를 했었다. 자주 전화를 하던 녀석 아니고 이상하다 하고 전화를 했더니 울먹이며 전화를 받는다.

형님, 저 오늘 학교 휴직계를 냈습니다.”

? 너 제자들 성희롱하다 걸렸냐?”

형님, 저 유방암이랍니다.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오늘 소견이 나왔습니다. 암이라고. 다른 암도 아니고 유방암이 뭐래요?”

한창 잘 나가는 나이인데 어쩌니? 술 그만 마시고 만나서 이야기 하자! 내가 집으로 갈게.”

 

여자들의 병으로만 알고 있던 유방암이 남자들에게도 발병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도 주변인이 발병하니까 내일처럼 가슴이 서늘하다.

내가 오늘 너무 왕가슴에 영혼이 취해 있어서 이런 소식을 전해듣는가 보다 하는 생각을 했다. 빌어먹을 세상 한창 살기 좋은 모습을 보이는 중년에게 암이라니 부처님의 질투도 너무하다 싶었다.*



~The End of The World 외 - Skeeter..♬~

2020.02.09 18: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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