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지금 이 순간 마음에 달려 있다
정유년 도 저물어가고 있다.
이쯤에서 우리 불자들은 한해를 뒤돌아보고
자신이 살아온 날들에 대한 참회를 하고 새롭게 다가오는
무술년 한 해를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살 것인가를 다짐해야 한다.
서양의 격언에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란 말이 있다.
이 뜻은 ‘오늘을 잡아라’이다.
이렇듯 동서양이나 우리에게 ‘이 순간’은 매우 중요하다.
오늘 내가 무엇을 듣고 보고 있으며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가는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우리가 지금 쌓고 있는 업(業)이기 때문이다.
이를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찍이 부처님께서는 “과거는 이미 지나 갔으며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세상에 오직 존재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뿐이다.”라고 말씀하신 것도 이 까닭이다.
이 말씀의 뜻은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과거의 일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미래와 과거의 일에 억매이다 보면 오히려 ‘지금 이 순간’ 이라는
소중한 시간들을 잃기 쉽다는 뜻이다. 참으로 마음 깊은 법문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지금 ‘이 순간’이다.
오늘 ‘이 순간’ 진실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항상 보시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불자들의 미래는 밝지만
그렇지 못한 이는 불행할 수도 있다. 물론 이를 행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대개 사람들은 어떤 좋은 일도 생각만하고 있고 실천을 하지 않는 습관이 있다.
이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무슨 일이든 자꾸 미루는 습관을 지닌 사람은
그 때를 놓쳐 실로 인생에 중요한 것들을 잃기 쉽다.
‘108산사순례’를 가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성지 순례를 하는 목적은
부처님 전에 참회를 하고 자신의 업을 지우고 미래의 행복을 구하기 위함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부처님 전에 공양미를 올리거나
기와불사를 하는 일을 소홀히 한다면 성지 순례의 의미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백 마디의 말보다 한 번의 보시를 행하는 일이 바로
복을 구하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부처님께서는 6년 동안 극심한 고행 끝에, 물가[尼連禪河]에서
청수욕을 한 뒤, 처녀 난다가 가져온 우유 한 그릇을 마시고
청신한 기운을 차려, 다시 우루베라촌의 고행림(苦行林)인 가야의
보리수나무 밑으로 옮겨 가서 대용맹정진(大勇猛精進)을 시작하여 해탈을 하셨다.
말하자면 해탈과 열반의 경지를 한꺼번에 획득하게 한 부처님의 좌선 정진은
난다의 지극한 우유 한 그릇의 공양 때문이었다.
이와 같이 공양이란 작고 많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달려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108산사순례’에 가서 부처님 앞에 참회를 하고 기도를 하는
‘그 자리 그 순간’은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성지순례는 단순히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인생의 본래면목과 모든 사물의 본체인 근본원리를 발견하여
따지고 일심으로 수도와 수행 정진을 함께 터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정려(靜慮)요 사유수(思惟修)이다.
말하자면 세속의 모든 잡념과 번뇌 망상을 씻는 자리가 바로
‘108산사순례’인 것이다. 참된 마음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오늘 ‘이 순간’ 남을 위해 돕고 사는 마음,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공양하는 그 마음이 바로 참된 마음이요.
불교에서 말하는 진아(眞我)이다.
한 해가 저물어 간다. 한 해가 가면 인간은 한 살을 더 먹는다.
세수(歲首)를 한 살 더 한다는 것은 생(生)의 업을
한 해 더 쌓는 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좋은 일을 많이 하고 보시를 많이 한 사람은 자신의 업을 잘 닦았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후회가 될 것이다.
이 세상에 자신이 지은 업을 지우는 데는 보시보다 더 좋은 일이 없음을 명심하자.
끝으로 세밑 가난한 이웃들을 돌아보고 ‘지금 이 순간’
그들에게 따뜻한 마음의 기도라도 드리자.
그것이 바로 우리 불자들이 행할 도리이며 보시이다.
선묵 혜자 스님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도선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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