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C그룹 공채 마감, D-2, 자소서 완료할 것.”

요즘 나를 움직이는 세상의 중심이 플래너(Planner) 안에서 나를 들여보고 있었다. 
녀석 어떻게 해결하나 보자, 네 녀석의 인생소개를 400자 안으로 쓰나 보자, 하고 나의 미래를 결정할지도 모를 한 문장이 거기에 있었다.

벌써 며칠 째, 나는 우울해 하고 있다. 자신의 성장과정을 400자로 소개할 것, 23년의 나의 세월이 400자 안에 들어 간다는 것이 과연 가당하기나 한 소리인가.
이 난관을 어떻게 해쳐 나갈 것 인가.
남들은 자신의 23년을 (길게는 30년 가까이를) 어떻게 쥐어짜고 구겨 넣어 400자로 만드는 가.
아니, 남들은 다 해내는데 왜 난 못하지?
나만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아악! 다들 어떻게 하시는 거예요?!’, 하루에도 몇 번 씩 우울함과 자괴감 사이를 왔다 갔다 해댄다.
매일 자기소개서 쓰기에 시달린다. 답답하다.

원하는 삶과는 다른 삶을 살아내고 있는 나를 원망한다.
남과 비교해서 뒤쳐지는 자신을 책망한다.
자기소개서도 쓰지 못하는 스스로를 슬퍼한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이러한 행동들이 나를 불행하게 한다는 것을 지금에서 알아차린 나를 보며 또 바보 같다고 생각한다.
사소한 것에 불행해 하는 자신을 본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 호수 생활을 동경하지만 내가 이 곳을 바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의 나의 조건이나 상황은 일단은 주어진 것, 혁명하지 않는다면 변하지 않는 것이다.
취업을 해야 생활의 영위가 가능할 것이며, 졸업반인 나는 취업을 위한 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쓴다.
그것은 외부적이고 변하지 않을 상황.
그 상황 자체가 나를 불행하게 하지는 않는다.
“내가 아닌 남이 나의 기분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내 마음의 불만과 불안감, 그리고 불행을 만들어 내는 것은 결국 나다.
내가 외부의 일들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른 스스로의 결정인 것이다.
무의식 중에 행해진 나의 자아(自我)의 결정이다.
외부환경과 외부조건을 ‘불행해 하는 쪽’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불행하기로 결정한 것이 나 자신이라면, 어떻게 하면 그 것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아니, 어떻게 하면 행복하기로 결정할 수 있을까.
뒤쫓아오는 사냥개를 발견하기만 하면 어떻게든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 사냥개는 너무 빠르게 (늘 불행한 쪽으로) 상황을 선택한다.
멈추게 할 수가 없다.
알아채기도 어려운 찰나다.
알아챌 수 있을까,
나의 자아가 상황에 순간순간 대처하는 태도와 찰나의 판단을.
그리고 자아의 임의적 판단을 그만두게 하거나 ‘행복하기로 선택하게’ 할 수는 없을까...

아, 이것이 고민한다면 풀릴 문제이기는 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