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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박에 뛰어넘어 경계 없는 경지로 들어가

단박에 뛰어넘어 경계 없는 경지로 들어가

 

 

김군도(불교언론인)

 

-야부도천의 관념시

여러 해 동안 돌말이 빛을 토하자

쇠소가 울면서 강으로 들어가네

허공의 고함소리여 자취마저 없나니

어느 사이 몸을 숨겨 북두에 들었는가.

 

多年石馬放豪光 鐵牛哮吼入長江

虛空一喝無蹤迹 不覺潛身北斗藏

 

야부도천의 시다. 야부(冶父) 스님의 속성은 추()씨이며 이름은 삼()이다. ()나라 사람으로 군의 집방직(執方職, 군대의 궁수)에 있다가 재동의 도겸(道謙) 선사에게 도천(道川)이라는 법호를 받았다. 야부 스님은 금강경해설로도 유명하다. 야부 스님 이외 육조혜능, 규봉종밀, 부대사, 예장종경 등 다섯 사람의 금강경 해설을 모은 게 금강경오가해(金剛經五家解). 이들 다섯 사람의 금강경해설이 역사적으로도 가장 수승하다고 평가된다.

 

이 시도 일일이 따지고 분별하기엔 상식이 용납하지 않는다. '돌말[石馬]'이 빛을 토한다는 것도 그렇고 '쇠소[鐵牛]'가 울면서 강으로 들어간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이해하려 하면 오히려 그르친다. 모든 선시가 그렇듯 특히 관념적 선시에서는 언어와 사고로 기준을 삼아 시를 이해하려고 했다간 본뜻을 왜곡하고 만다. 크게 어긋나게 되는 것이다.

 

관념시가 추상적 관념의 사상시(思想詩)라고 할 때 여기에서 보여주는 사상은 일초직입여래지(一超直入如來地). 단박에 뛰어넘어 경계가 없는 경지로 들어 가 보라는 것이다. 즉 단번에 부처의 자리로 들어서는 경지를 말한다. 마음의 본성은 항상 깨끗하여 오염되고 하는 게 아니다. 항상 청정하다. ‘돌말이나 쇠소는 외형이 비록 우리의 상식을 벗어나 있지만 기실 본성을 벗어나 있지 않다.

 

이처럼 관념시가 생경한 시어로 만들어내는 세계는 상식을 매번 벗어난다. 그렇다고 그것이 허상의 세계는 아니다. 오히려 구도자들이 몸부림치며 뛰어들어야 할 구도의 세계다. 상식과 고정된 관념으로는 이룰 수 없는 세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깨달은 이들은 말한다. 진여의 실상을 보려면 모두 버리라고. 이를 야부도천은 허공의 고함소리여 자취마저 없나니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관념적 선시는 현실세계에서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절대적으로 선시 속에서만 존재하는 시적 심상으로 구성돼 있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해서 재현하는 모방적 심상이 아니라 현실세계의 모습으로 전혀 재구성할 수 없는 절대 심상을 사용한다. 그것이 한결같은 특징이다.

 

<출전 : 한국불교신문, 2020.6.30.일자>

 

 

2020.07.01 06: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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