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밑 제비집에 사슴이 알을 품고
국민학교 거치지 않고 바로 평양고보에
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하려면 소학교를 마치고 성적이 우수하여 도지사의 추천을 받거나, 추천을 받지 못하면 시험을 치러야 했다.
찬형이는 한학을 하면서 소학교를 다니지 않았으므로 바로 고등보통학교에 진학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찬형이는 곰곰 궁리한 끝에 다짜고짜 평양고보로 교장선생님을 찾아가서 입학을 허가해 달라고 졸랐다.
처음에는 말도 붙이지 못하게 하던 일본인 교장은 좀체 일어나서 나갈 것 같지 않은 찬형이에게 말을 붙였다. 얼굴은 보지도 않고 책상에 앉아서 무엇인가 열심히 글씨를 쓰면서 물었다.
\\"그래 한학을 했다고 하는데 어디까지 했느냐?\\"
\\"사서삼경을 떼었습니다.\\"
\\"네 나이가 겨우 열 다섯이라고 조금 전에 말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사서삼경을 마쳤다는 거냐?\\" \\"예, 그렇습니다. 작년 평양감사 백일장에서 장원을 했습니다.\\"
옛날 같으면 백일장은 과거시험이 아니던가. 거기에서 장원을 했다면 그 실력은 인정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제야 교장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비로소 찬형이의 얼굴을 찬찬히 띁어보았다.
\\"음, 그래?\\"
교장은 입학을 검토해 볼테니 일단 집으로 돌아가서 기다리라고 했다. 집으로 돌아온 찬형이는 입학허가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입학을 허락한다는 통지를 받았다.
학교에 입학한 찬형이는 소학교를 다니지 않은 관계로 산술과 음악, 체조 같은 과목이 낮설어서 처음에는 다소 성적이 뒤떨어졌으나 얼마 되지 않아서 항상 선두를 지켰다.
일인(日人) 선생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평양고보를 졸업한 뒤 더 공부를 하고 싶으면 유학을 알선해 줄테니 유학을 가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당시 일인들이 가르친 교육 수준은 실업교육이 중심이었으므로 높은 수준은 못되었다.
일본어만은 일본인 중학교에서 만든 교과서를 썼으나 수학이나 영어는 기초적인 것만 가르치고 그것도 등사하여 만든 교재로 가르쳤다.
그래서 찬형이는 기회가 되면 외국 유학을 하여 더 넓은 세계와 학문을 접해보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평양고보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으므로 총독부에서 추천하는 관비유학생으로 뽑히게되었다.
입학할때 시골 소년이었던 이찬형은 졸업할때는 어느덧 건장한 청년이 되어 청운의 꿈을 안고 일본 와세다대학 법학부 유학생이 되었다.
현해탄을 건너면서 가슴은 터질듯 부풀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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