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경씨는 동국대에서 선(禪)학을 강의하는 교수다. 몸짓도 그리 크지 않고 목소리 톤도 낮다. 대화를 할 때조차도 움직임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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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성서 |
황수경 동국대 강사. |
그렇게 조용한 사람이 사형폐지 운동을 하고 사형수들을 돌보고 있다는 것이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한다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그는 지난 2002년부터 사형수들과 재소자들을 돌보고 있다. 그는 “저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본 바탕은 선하다고 믿어요. 모든 사람의 본성(불성)은 평등하다는 의미죠”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이 죄를 짓는 것은 몰라서 그렇지, 알고 있다면 죄를 짓지 않는다는 부연 설명이다.
“사회적으로 많이 가진 사람이 적게 가진 사람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던 황씨는 사회적 약자 중에 약자인 소년 범을 돌보기 시작하면서 교도소와 인연을 가졌다.
그 뒤 사형수들까지 그 인연이 이어졌다. 지금은 사형수들의 친구다.
그가 지속적으로 만나는 사형수는 10명 정도 된다. “그들과 마음의 신뢰를 쌓는데 1년 정도 시간이 걸려요”라고 한다. 편지도 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로 한다.
그는 사형수들의 집안 대소사도 일일이 챙긴다. 그래서 항상 바쁘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다. 언제든지 그만 둘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계속 할 것이다. “이들을 만나면서 사회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인간애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알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 들을 만나면서 사회생활도 적극적으로 살게 됐다고 한다. 사람들이 죄 짓는 사람을 “왜 도와주느냐”고 물으면 저는 이렇게 대답해요. “죄를 짓는 대상이 우리들이지 않느냐. ‘특정인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다’고 말해요. ‘우리’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다”고. 그래서 교도소의 교화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재범 율을 낮출 수 방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형수들은 6개월에 한번씩 이사를 다닌다. 이때 일반 재소자들과 함께 기거한다. 사형수들은 교도소 생활 속에서 재소자들을 선도하는 경우가 많다” 고 말한다.
죄의 고통을 참회한 사형수들이 국가가 하지 못하는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이렇게 사람은 ‘변한다’는 것이 그의 체험담이다.
황 교수는 사형제 폐지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사형제도는 인간 생명권에 반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존재한다고 해도 흉악 범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 학계에서 보고 되고 있다. 또 사형을 집행 한 뒤에 진범이 잡히는 경우도 있다. 이미 사형수라는 누명의 옷을 입고 있었던 사람은 세상을 떠났는데 그들의 생명권은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사형은 집행되면 과오를 씻을 수 있는 기회조차 없게 된다.
개인에게나 사회 모두에게.” 특히 그는 오판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여자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김인제씨의 경우가 오판에 해당한다. 진범이 자신의 죄를 고백했어도 김인제 씨는 아직까지 교도소에 있다. 사형수에서 무기수로 감형된 채.
“인간이 불완전하고 제도가 그 불완전성을 보완해 줄 수 없다면 그 제도는 다른 제도로 대체돼야 한다. 사형제도는 세계적으로 폐기된 제도이다. 한국도 이를 폐기해야 한다”
김춘효 기자 monica@ngotime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