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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何晩)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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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음보살전기(생애편)

관세음보살전기(생애편)

♤ 왕비,부사의한 꿈을 꾸다

B.C.250년경이라면 역사적으로 보아 서양에서는 로마와 카르타고 사이의 포에니전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었고 동양에서는 중국의 큰 땅덩이가 사분오열 되어 서로 다투고 있던 이른바 전국시대에 속한다.
다시 말해 세계적으로 곳곳에서 못 되던 때였던 것만큼은 확실하다. 이 무렵, 서역제국의 동방에 흥림국이라고 하는 비교적 태평한 나라가 있었으니, 이 나라는 그 지형이 협곡과 절벽으로 둘러싸인 고원지대로 수천 리 연하여 뻗어 있어서 전화의 불길을 피할 수 있었고 기후가 비교적 온화하여 사람 살기에도 알맞았다.
 
동남쪽에는 수미산(히말라야산) 의 여러 봉우리가 하늘높이 치솟아 그 봉우리에는 연중 언제나 만고의 눈얼음이 뒤덮여 있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령 바람을 받아 차츰 크게 부풀어 오르더니 활짝 그 꽃잎들을 열기 시작했다.
그윽한 방향이 온 궁안에 가득 넘쳐 흐르고 갖가지 새들이 영롱한 소리로 지저귀는 가운데 만개한 꽃잎들이 서로 뽐내며 가경을 이루니 봄기운이 화창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 날도 묘장왕은 수심어린 마음을 달랠 양으로 뜰에 나와 거닐다가 연못가 돌의자에 앉아 쉬면서 수련을 내려다 보노라니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가벼워져 우울했던 마음을 떨쳐내고 한동안 이나마 시름을 잊을 수 있었다.
 
한동안 꽃의 향기와 아름다운 색깔에 취해 있던 왕이 곁에 누군가 서 있는 가척을 느끼고 흘깃 돌아보니 파이아 왕비가 궁녀를 거느리고 미소를 띤 채 조용히 서 있었다.
"언제 이렇게 나오셨소." 묘장왕이 돌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왕비를 물었다.
"마마께오서 진정 꽃에 취하여 계신 듯 뵈었기에 잠시 그냥 있었나이다."
왕비는 여전히 미소를 띤 얼굴로 상냥하게 대답했다. "용안이 매우 유쾌하신 듯 뵈옵니다. 마마." 왕은 왕비의 얼굴을 기분좋게 바라보면서 "모처럼 가까이서 연꽃을 바라보니 절로 기분이 상쾌하오." 묘장왕이 옷깃에 묻은 꽃가루를 가벼이 털어내면서 왕비의 곁으로 다가 가자, "마마,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하며 할 말이 있음을 고했다.
"그래요, 무슨 말이오?" 왕이 의아히 여기며 물었다.
"다름이 아니오라 지난밤의 꿈이 하도 신령스러워 꼭 아뢰고 싶습니다." 왕비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얼굴이 상기된 채 말했다. 붉게 물든 왕비의 얼굴을 대하니 왕도 지난밤 왕비와 모처럼의 동침을 생각하면서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왕비의 꿈이 신령스러웠다면 혹시 태자를 잉태하게 될 길몽일지도 모른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저 건너 누각으로 가서 천천히 얘기를 들어보도록 합시다."
말을 마치고는 앞서서 누각을 향해 걸어갔다. 누각 안은 따스한 봄기운이 감돌아 더없이 느긋하고 화창한 분위기를 이루고 있었다.다시 자리를 잡아 마주앉게 되자 왕비는 꿈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난밤 꿈을 꾸는 중에 기이하게도 망망대해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데 돌연 해저에서 굉음과 우뢰와 같은 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바닷물이 양쪽으로 갈라지더니 그 안에서 한 송이 백련화가 홀연히 솟아올랐습니다."
왕비는 왕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계속 말을 이었다.
"처음 바닷물 위로 떠오를 때에는 보통의 연꽃이었으나 물위로 완전히 떠오른 뒤로 점점 크게 변하더니 갑자기 금색의 빛을 내뿜기 시작하는데 그 빛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밝고 찬란했습니다." 묘장왕은 비로소 이야기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며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너무 눈이 부시어 눈을 뜬 채로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잠시 눈을 감았다 다시 보니 연꽃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보이지 않더리다."
왕비는 잠시 왕의 표정을 살피더니 다시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러자 돌연 눈앞에 신령스런 구름에 싸인 신산이 솟아 오르는데 산 위에는 숙연하고 표묘한 누각이 수없이 자리잡고 있더이다. 누각의 주위로는 아름다운 수목과 기화요초가 우거져 있었는데 그 위로는 진기한 새가 지저귀며 날고 천룡,백학이 춤을 추며 날았사옵니다. 산의 남방에는 칠보탑이 온갖 보배로 장식되어 이루 말할 수 없이 호화로왔는데 탑 위에는 한 개의 커다란 명주가 오색광명을 내뿜으며 안치되어 있었사옵니다."
"거참, 도무지 부사의한 일이로고." 묘장왕은 마침내 왕비의 이야기에 깊이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그 명주로부터 뿜어나오던 오색 광채가 수천 가지 변화를 이루며 방광 이 되어 상상도 못할 장엄하고 황홀한 광경에 심신을 잊고 있었사옵니다.
하온데 그 명주가 돌연 천천히 하늘을 향해 돌면서 춤추듯 오르더니 한 순간에 태양으로 변하여 자꾸 위로 올라 마침내는 제머리 위 높은 하늘에서 눈부시게 빛나지 않겠사옵니까?"

이야기를 하고 있는 왕비의 얼굴에 일순 공포의 빛이 스쳤다. "그런데 그 태양이 갑자기 우뢰와 같은 소리를 내면서 곧바로 저의 품속 을 행해 떨어져 내려오지 않겠사옵니까? 대경실색하여 황급히 피하려 했으나 어찌된 셈인지 두 다리가 땅속에 뿌리내린 듯 꼼짝도 할 수 없더이다. 혼심을 기울이던 중 홀연 꿈을 깨었사옵니다." 왕비는 마치 그 꿈을 다시 꾸고 있는 듯 작은 땀방울이 맺혀 있어서 엷은 공포의 표정을 엿볼 수 있었다. "거참, 정녕 진기한 꿈이로다." 묘장왕은 깊은 탄식을 토했다.
이는 결코 헛된 일상의 꿈이 아니라 생각 하고 팔짱을 낀 채 혼자 깊은 생각에 빠져 들었다. 한참 동안을 그렇게 있던 왕이 무언가 생각이 미치는 데가 있는지 얼굴에 엷은 미소가 번지더니 차츰 희색이 충만해져 갔다. "혹시 무슨 흉한 징조는 아닐는지요." 지금껏 조심스럽게 왕의 표정만을 사?고 있던 왕비가 허리를 세우며 겨우 입을 열었다.

"허허...무슨 말씀을, 이는 바른 꿈으로 대단한 길몽이라 여겨지오. 그대가 본 경관은 불국토의 극락임에 틀림이 없으리니 범인에게는 결코 보이지 않는 것이요.
그 명주는 불가에서는 사리보주라 하여 지혜와 총명의 상징으로 여기는 것인즉, 그것이 태양으로 변한 것은 양을 상징함 이요, 그것이 또 품속으로 떨어져 들었음은 잉태를 의미함이니 짐이 믿는 바 태자가 태어날 징조임에 틀림없는 것 같소. 참으로 기쁜 길몽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허허....." 묘장왕은 기쁨을 억제하지 못하겠다는 듯 벌떡 일어서서 누각을 한바퀴 돌더니 크게 소리를 내어 웃으며 왕비에게로 다가와 다정하게 왕비의 손을 잡았다. 왕비는 왕의 해몽을 듣고 나자 무한한 행복감에 도취하여 자신도 모르게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 제삼왕녀,묘선공주 탄생하다

그 꿈이 과연 길몽이었는지 얼마 후 왕비는 태기를 느끼게 되었고 마침 내 자리에 눕게 되었다.
왕비 자신은 말할 것도 없었고 묘장왕의 기쁨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 기쁜 소식에 접한 만조백관과 모든 백성들도 왕비의 잉태를 진심으로 경하해 마지않으며 이번에는 반드시 태자 탄생일 것이라고 추측을 하는 등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그 후 왕비는 차츰 눈에 띄게 몸이 불어났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잉태한 후로부터 아무런 신체적 이상은 느끼지 않았으나 육류와 비린내가 나는 생선 등은 평소에 좋아하던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먹을 수가 없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육류는 어느 것이든 보기만 해도 비위가 상해지곤 했으니 진정 모를 일이었다. 간혹 몸을 생각해서 억지로 먹기 라도 할 양이면 어김없이 모조리 토해냈고 끝내는 신물까지 넘어오게 되므로 정결한 소채류와 곡류, 신선하고 향기로운 과일 이외는 먹을수 없게 되어버렸다.

궁안의 모든 사람들도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이는 필시 범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며 발 없는 말이 천 리 가듯 순식간에 온 성내에도 알려 져 가지가지 추측들을 자아냈다.
그런 가운데 세월은 흘러 또 한 해의 겨울을 보내고 새봄이 올무렵이 되자 그에 따라 왕비의 해산날도 오늘 내일을 헤아리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에는 과연 태자가
탄생할 것인가에 관심을 기울렸고 또한 거리마다 그것이 화제였다.
묘장왕은 왕비의 태몽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로 태자의 탄생을 확신하고 있었으므로 벅찬 기대와 함께 하루하루의 생활을 기쁨으로 보내고 있었다.
마침내 모두가 기다리던 왕비의 해산날이 되자 온 궁안이 술렁 거리기 시작했다. 성급한 일부의 조정대신들은 태자 탄생의 경우에 이를 경축 할 계획을 상의하고 있었다.
때로 보아 묘장왕 18년 2월 19일이 된다. 조금은 서늘한 날이었으나 화원에는 이미 백화가 만발하여 경염이라도 하듯 온갖 향기를 발하고 있었다.
왕비의 진통이 시작되었다는 전갈을 전해 들은 묘장왕은 이제저제나 마음을 졸이며 궁녀가 마지막 전갈을 가지고 달려오기를 기다리며 초조한 마음을 달래느라 이른 새벽부터 화원을 거닐며 꽃의 향기를 맡고 있었다. 길몽 끝의 잉태이었다.
하나 막상 탄생의 순간이 되고 보니 마음의 초조함을 달랠 수 없었던 것이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흔히 보지 못하던 커다란 범나비 한 마리가 꽃위에 내려앉아 날개를 파닥이며 춤추는 모양을 보고 기이하게 생각하며 그곳에 막 시선이 모무르는 순간이었다.

"마마, 방금 왕비마마께서 아기를 순산하셨나이다." 정신이 번쩍 든 묘장왕이 황급히 뒤를 돌아보니 상궁과 두 시녀가 다소곳이 시립해 서 있었다.
"오, 반가운 일이로다. 그래 어찌 되었는가?"
왕은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어서 상궁을 바라보는 두 눈이 타는 듯했다.
그러나 상궁은 더욱 머리를 조아릴뿐 선뜻 대답을 하지 않았다.
"어허, 어서 아뢰지 못할까, 어찌되었느냐?" 왕은 터질 듯한 가슴으로 재촉해 물었다.

"마마,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탄생하신 아기는 공주마마이옵니다."
왕의 불같은 재촉에 못이겨 상궁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무어라, 그것이 진정.....," 대답을 듣고 난 묘장왕의 표정은 순식간에 보기에도 딱할 정도로 일그러졌다. 대체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큰 기대가 뿌리채 넘어져버린 묘장왕의 심경은 무어라 말할 수 없이 암담해졌다.
마치 넋을 잃은 사람처럼 한동안 요지부동으로 말 한마디도 없었다.
한동안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겨우 정신을 되찾고 궁녀를 향해 물었다.
"비는 건강한가?" 겨우나마 염려되는 것이 산모의 건강인 모양이었다.
"예, 왕비마마, 공주마마 두분이 모두 건강하옵고 기력이 좋으시옵니다.
오늘 아침 묘시에 잠시의 고통도 없이 순산하시었음은 신불의 가호인 듯 하옵니다.
저희도 놀라 마지않았던 것은 왕비마마 분만시에 채색이 영롱한 이름 모를 진귀한 새들이 산실 바깥의 정원 나무 위에 가득히 모여 앉아 선악을 울리듯 하고 산실에는 가득한 향기가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았사옵니다.
여러 상서로운 징조로 보아 부처님 가피가 틀림없는 듯하옵니다.
더욱이 공주마마의 울음소리가 유난히 크면서도 아름다웠사옵니다."
묘장왕의 물음에 어느 정도 용기를 얻은 상궁이 분만시에 일어났던 여러가지 상서로웠던 일까지 상세히 이야기했다.
상궁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 던 왕은 비상히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했다.
[분만시에 진귀한 새가 모여 상서로운 음악을 노래하고 방향이 가득하여 사라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회태시의 태몽과 연관시켜 보건대 이 아이에게 어떤 내력이 있음에 틀림없다.
숙세선근의 인연이 있음에 틀임없다.] 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자 우울하기만 했던 심경이 가라앉으면서 조금은 희망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마음을 돌리자 이번 탄생한 아이에 대한 큰 관심이 생기며 애착이 느껴지는 양, 방에 들어가 먹을 갈게 하더니 붓을들고 금물이 배인 종이에 "묘선"이라는 단아한 이름을 적어 궁녀에게 건네어 주었다.

조야의 모든 신하들과 백성들은 국왕의 제삼왕녀의 상서로운 탄생에 대한 소식을 듣자 이번에도 태자를 못보게 된 것에 섭섭함을 금치 못하면서도 상하가 일체가 되어 왕비의 순산과 공주의 상서로운 탄생을 진심으로 기뻐해 마지않았다.
관례대로 성 안 팎에서 며칠의 경축 행사가 진행되었다.
묘장왕은 모든 신하와 장로들과 더불어 삼일삼야 온 국내사람들이 노래하고 춤추며 횃불을 올리고 징치고 북치는 가운데 경축연회를 이어 베풀도록 하였다.
모든 사찰의 종이 일제히 울리면서 경축 기운이 하늘까지 닿았고 온 나라에 환성이 울려퍼졌다.
농민들은 풍작 뒤의 상서로운 공주의 탄생이므로 한층 더 기뻐하여 집집마다 제단을 쌓아 불을 밝히고 하늘에 감사하는 제를 올리면서 공주의 장래 행운을 진심으로 빌어 마지않았다.


♤ 노도사,묘장왕에게 공주의 내력을 알리다.1

묘장왕은 궁중축연의 사흘째가 되는 날, 공주를 만조백관에게 보이도록 초견의례를 명했다.
명을 받은 궁녀가 고운 천으로 지은 보료에 공주를 감싸안고 연회가 베풀어지고 있는 궁안으로 들어오자 그때까지 계속해서 방글거리며 웃고 있던 공주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아기공주의 울음에 궁녀는 물론 따라온 유모까지 존엄한 왕 앞에서 당황하여 온 정성을 기울여 달래었으나 아기공주의 울음을 그치게 할 수는 없었다.
초견의례에 참석한 모든 신하들이 술잔을 놓고 울음 그치기를 기다리며 긴장하여 있었고, 묘장왕은 심중이 불쾌한 안색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때 돌연 수문관이 묘장왕 앞에 내달아 예를 올리며.. "마마께 아뢰옵니다. 지금 궁문 앞에 한 노옹이 나타나 공주마마께 축하 예물로 한 보물을 올리겠다 하며 알현을 청하옵니다. 어찌하오리까?"

묘장왕은 불쾌한 가운데어서도 노인의 정성을 갸륵히 여겨 즉시 인견을 명했다. 잠시 있으니 긴 복도를 지나 한 노옹이 등전하여 왕의 앞에 부복했다.
좌정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노옹에게 집중되었다.
그들의 눈에 비친 노옹은 온통 백설같이 빛나는 두발이 길게등을 타고 흘러내려 허리를 덮었고 온 가슴을 덮은 흰 수염은 부드러운 바람에 휘날려 소세하고 표표함이 그야말로 선풍도골이었다.
뿐만 아니라 형형하게 빛나는 안광과 위엄이 가득한 풍모는 좌정한 모든 사람들을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노옹의 위엄이 가득 찬 모습을 살피고 난 왕이 비로소 입을 열었다.

"그대는 어디에서 온 누구인가? 어떤 보물로 공주의 탄생을 축하하려 하는가?"
왕의 말이 떨어지자 노옹은 비로소 고개를 들고 "우로의 내력을 아뢰기 앞서 먼저 오늘 이곳에 오게 된 사유를 진언하겠나이다."
노옹은 바로 곁에 상궁의 팔에 안겨 있는 공주를 자애스러운 눈매로 내려다보면서 다시 말을 계속했다.
 
"듣자옵건대 마마께서 공주마마가 탄생하시와 만백성의 경하를 받으심을 듣고 삼가 마마께 경하를 올림과 아울러 공주마마의 전생의 내력을 말씀드리고자 하옵니다.
황공하옵게도 이번에 탄생하신 공주마마는 여느 인간들과는 달리 구고구난의 큰 위력을 지니고 강생하신 전생 자항존자의 후생이시옵니다."
전혀 불도신앙에 귀의하지 않고 있던 묘장왕은 괴이하고 허튼소리라고 일축해 버리고 짐짓 웃으며 말하기를 "장로여! 어떠한 연유로 그와 같은 말을 하는가?
듣건대 자항존자 극락에 있다 함은 그렇다 하더라도 어찌하여 이 세속 티끌속에 떨어져 그것도 여자로 태어난단 말인가?
자항존자 전생에 큰 죄업이 있어서 그 인과가 이러하다는 것인가? 희언을 삼갈지어다." 노옹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상감마마, 우로의 진언을 깊이 성찰하소서. 근래 인심이 크게 타락하고 부패하여 세상 모든 곳에서 살생,강탈,음행을 저지르는 난적들이 발호하여,도덕,정교가 퇴폐됨에 이르는 곳마다 재난뿐이고, 전화는 끊이지 않아 양민이 도탄과 고통 속에서 허덕이고 있나이다.
이러한 때이므로 존자, 세상 중생을 가엾이 여겨 불타께 강세를 청하여 세인의 고난을 자비로써 구제코자 이 세상에 강생하신 것이옵니다.
공주마마께서는 앞으로 이 인왕의 세계를 불국토로 바꾸며, 새로이 일어나는 불도의 각자로 성도하신 뒤 이어 영원히 불법을 현양하면서 대승의 참뜻을 명료케 하시와,
보살도의 극치를 이룩하시고, 중생을 윤회의 업으로부터 구제하실 것이옵니다."
노인의 안광은 더욱 빛을 발해 신의 위력이 보이는 듯했다.묘장왕은 "그대는 공주에게 내력이 있다 말하나 훌륭했던 자항존자가 발원있어 강세한다면 당연히 남자로서 역사를 이룰진대 어찌하여 오루불편한 여자로 강생하겠는가?
불문에서도 여자 몸으로는 성불할 수 없다 하거늘, 도저히 생가각할 수 없는 일이로고." "그에는 또한 이유가 있사옵니다.
고래로 남자는 계를 받아 출가수행하여 성불함이 비교적 용이하며 또 윤리예교를 알고 경전의 뜻을 깨침도 빠른 것은 사실이옵니다.
그런데 불계에서 내려다보면 부녀자들이 불법에서 떨어져 암흑의 고통에서 신음하므로 이를 구제하고자 특히 여인의 오탁 재난을 해탈시켜 새로이 여인도 널리 해탈
성도할 수 있는 큰 법을 세워, 모든 중생을 두루 구제하는 보살도를 이루려 하강하신 것이옵니다.
모든 중생은 다 득도할 수 있음을 실제 보여 그 모범으로 나타나시게 될 것이 옵니다."
노옹이 한숨을 들이키고 다시 말하되, "부녀자도 서천극락에 성불을 이룰 수 있으며 보살도로서 누구나 성취할 자질이 다 있는 것이옵니다.
공주마마께서 장래 이 장엄한 사명을 성취 코자 인간의 몸을 빌어 모범으로 가능성을 보이고 원하는 모든 중생을 다 구원코자 인간의 몸을 빌어 모범으로 가능성을 보이고
원하는 모든 중생을 다 구원코자 함이옵니다."
노옹은 확신과 실득에 찬 만감의 표정으로 왕에게 대했으나, 왕은 계속 고개를 옆으로 저으며,

♤ 노도사,묘장왕에게 공주의 내력을 알리다.2

"그대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노라." 하며 계속 부정하는 것이었다.
"지금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나이다. 장래에 자연히 아시게 되리니 부디 인과업보를 명심하시와 우로의 진언을 저버리지 마시옵소서. 그럼 우로는 이만 물러가겠나이다." 말을 마친 노옹이 예를 올리고 물러나려 했다. 이때 대화가 오가는 동안 잠잠하던 공주가 다시 갑자기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묘장왕은 무언가 생각이 미치는 것이 있었는지 노옹을 다시 불러세워, "그대가 공주의 숙세인연을 두루 알고 있다 하니 한가지 하문해 보겠도다. 어린 공주가 아까부터 계속 울음을 그치지 않으니 무슨 연유인가? 그대 말한 바 인과도리로 풀어 말해 볼 수 있겠는가?"

왕의 말을 듣고 난 노옹은 껄껄 웃으며, "아뢰겠나이다. 그 앞뒤의 인과를 모두 아뢰겠나이다.
공주마마의 울은은 더할 수 없는 대비심의 발로이옵니다.
기실 상감마마께오서 공주탄생 을 축하하는 삼일연속의 수많은 목숨인 소,양,돼지,닭,생선을 살생하게 되었으므로 이를 연민하는 대비심이 공주를 슬프게 하는 까닭이오며, 결국 이런일이 모두 자신으로 말미암아 생긴 죄업이라 여기시고 이를 참기 어려워 울음을 그치지 않는 것이옵니다."
노옹은 말을 이어 "대비심이란 인간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세상에 목숨있는 작은 미물과 초목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름이 없사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있던 뵤장왕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대의 이야기가 정녕 그러하다면 그대는 이 자리에서 즉시 공주의 울음을 그치게 할 무슨 방법이라도 가지고 있단 말인가?" 노옹의 미간이 약간 긴장되는 듯하더니 이내 선뜻 대답을 했다. "삼가 우로가 공주마마의 울음을 그치도록 해보겠나이다." 그러더니 공주의 곁으로 다가가 공주의 머리와 이마를 손으로 어루만지며 시를 읊었다.

"울음을 그치어라, 그만 울어라
정신이 혼미되면 어두워지니
강세의 넓은 서원 잊지 말지니
삼천의 오랜 영겁 제도할진대
삼천의 선행선사 기다리도다
오로지 그대만이 이루리로다
울음을 그치어라, 그만 울어라
삼가 세음관해 범음 들으라."

다 읊고 나자 신기하기 이를 데 없이 공주는 울음을 그만 뚝 그치고 노옹이 읊은 시의 의미를 모두 알아들었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노옹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는 것이 아닌가! 이를 보자 묘장왕은 마침내 마음이 움직여 노인을 공경하는 마음이 샘솟듯이 솟아몰랐다. 만장해 있던 신하들의 입에서도 탄성의 소리가 터저 나왔다.
[이 노도사는 유래있는 고덕은사임에 틀림없다.]
[참 불가사의한 일이다.]
라고 각기 나름대로 상상하고 있었다. "이제 공주마마 울음도 그쳤나이다,
물러가오니 부디 우로의 진언을 잊지 마소서." 하직과 당부의 인사를 함께 마친 노인은 흰 수염과 머리칼을 휘날리며 바람과 같이 표표히 사라져 갔다.

묘장왕은 노인의 하직인사를 듣자 불현듯 이 노인과 좀더 대화를 나누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동시에 지금까지의 경솔했던 자신의 행동이 크게 후회스러워졌다.
즉시 시위군관에게 뒤를 쫓아 정중히 모셔올 것을 명했으나 뒤쫓아간 시위군관은 노인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한 채 되돌아왔다. 다시 날랜 기마병을 시켜 말을 타고 사방을 찾게 했으나 헛수고에 불과 했다. 재상 아나라가 보다 못해 왕을 위로하여 "애초부터 노옹의 말과 행동을 보건대 신불의 화현인 듯하옵니다. 노도인 이 자진해 오지 않는다면 아무리 찾아도 무용한 일이라 생각되옵니다. 언젠가 때가 되면 다시 만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하옵니다." 라고 자신의 생각을 진언했다.

"경의 말이 맞는 듯하오. 아아! 참으로 애석한지고." 묘장왕은 못내 아쉬워하며 그 후 언제까지나 노옹을 잊을 수 없었다.노도사,묘장왕에게 공주의 내력을 알리다.2

"그대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노라." 하며 계속 부정하는 것이었다.
"지금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나이다. 장래에 자연히 아시게 되리니 부디 인과업보를 명심하시와 우로의 진언을 저버리지 마시옵소서. 그럼 우로는 이만 물러가겠나이다."
말을 마친 노옹이 예를 올리고 물러나려 했다. 이때 대화가 오가는 동안 잠잠하던 공주가 다시 갑자기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묘장왕은 무언가 생각이 미치는 것이 있었는지 노옹을 다시 불러세워, "그대가 공주의 숙세인연을 두루 알고 있다 하니 한가지 하문해 보겠도다. 어린 공주가 아까부터 계속 울음을 그치지 않으니 무슨 연유인가?
그대 말한 바 인과도리로 풀어 말해 볼 수 있겠는가?"

왕의 말을 듣고 난 노옹은 껄껄 웃으며, "아뢰겠나이다. 그 앞뒤의 인과를 모두 아뢰겠나이다.
공주마마의 울은은 더할 수 없는 대비심의 발로이옵니다.
기실 상감마마께오서 공주탄생 을 축하하는 삼일연속의 수많은 목숨인 소,양,돼지,닭,생선을 살생하게 되었으므로 이를 연민하는 대비심이 공주를 슬프게 하는 까닭이오며, 결국 이런일이 모두 자신으로 말미암아 생긴 죄업이라 여기시고 이를 참기 어려워 울음을 그치지 않는 것이옵니다."
노옹은 말을 이어
"대비심이란 인간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세상에 목숨있는 작은 미물과 초목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름이 없사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있던 뵤장왕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대의 이야기가 정녕 그러하다면 그대는 이 자리에서 즉시 공주의 울음을 그치게 할 무슨 방법이라도 가지고 있단 말인가?"
노옹의 미간이 약간 긴장되는 듯하더니 이내 선뜻 대답을 했다.
"삼가 우로가 공주마마의 울음을 그치도록 해보겠나이다."
그러더니 공주의 곁으로 다가가 공주의 머리와 이마를 손으로 어루만지며 시를 읊었다.

"울음을 그치어라, 그만 울어라
정신이 혼미되면 어두워지니
강세의 넓은 서원 잊지 말지니
삼천의 오랜 영겁 제도할진대
삼천의 선행선사 기다리도다
오로지 그대만이 이루리로다
울음을 그치어라, 그만 울어라
삼가 세음관해 범음 들으라."

다 읊고 나자 신기하기 이를 데 없이 공주는 울음을 그만 뚝 그치고 노옹이 읊은 시의 의미를 모두 알아들었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노옹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는 것이 아닌가! 이를 보자 묘장왕은 마침내 마음이 움직여 노인을 공경하는 마음이 샘솟듯이 솟아몰랐다. 만장해 있던 신하들의 입에서도 탄성의 소리가 터저 나왔다.
[이 노도사는 유래있는 고덕은사임에 틀림없다.]
[참 불가사의한 일이다.]
라고 각기 나름대로 상상하고 있었다. "이제 공주마마 울음도 그쳤나이다, 물러가오니 부디 우로의 진언을 잊지 마소서." 하직과 당부의 인사를 함께 마친 노인은 흰 수염과 머리칼을 휘날리며 바람과 같이 표표히 사라져 갔다.

묘장왕은 노인의 하직인사를 듣자 불현듯 이 노인과 좀더 대화를 나누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동시에 지금까지의 경솔했던 자신의 행동이 크게 후회스러워졌다.
즉시 시위군관에게 뒤를 쫓아 정중히 모셔올 것을 명했으나 뒤쫓아간 시위군관은 노인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한 채 되돌아왔다.
다시 날랜 기마병을 시켜 말을 타고 사방을 찾게 했으나 헛수고에 불과 했다.
재상 아나라가 보다 못해 왕을 위로하여
"애초부터 노옹의 말과 행동을 보건대 신불의 화현인 듯하옵니다.
노도인 이 자진해 오지 않는다면 아무리 찾아도 무용한 일이라 생각되옵니다.
언젠가 때가 되면 다시 만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하옵니다." 라고 자신의 생각을 진언했다.

"경의 말이 맞는 듯하오. 아아! 참으로 애석한지고." 묘장왕은 못내 아쉬워하며 그 후 언제까지나 노옹을 잊을 수 없었다.

♤공주,기지로 개미 싸움을 말리다.

궁중에서 벌어졌던 이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온 나라 방방곡곡에 전해지게 되었다.
흥림국의 모든 백성들은 그 노인이야말로 신불의 화신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이야기의 진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 많은 사람들이 불문에 귀의하게 되었으며 타교로부터의 개종자도 눈에 띄게 늘어나게 되었다.
때는 바야흐로 서방천축의 불교발흥 시대인데다 흥림국은 천축(인도)국과 접경하고 있었으므로 일찍이 불교가 전해져 있었는데, 이러한 일이 있은 후 신불을 신앙하는 풍조가 더욱 민간에 성행하게 되었다.

묘선공주는 부왕 묘장왕과 어머니 보덕왕후의 기대와 총애를 한몸에 받으면서 무사히 잘 자라고 있었다.
세월은 유수처럼 흘러 4년 광음이 지나 공주의 나이 네 살이되는 봄을 맞게 되었다.
워낙 천성이 총명하여 어린 나이임에도 사리에 밝고 판단력이 뛰어난데다 아름다운 용모와 자태는 자람에 따라 더욱 단정하고 수려해져서 보면 볼수록 보는 이의 마음이 즐거워지고 또한 고귀한 기품이 풍겨, 보는 이의 마음을 엄숙해지게까지 했다.
체격도 두 언니보다 컸으며 성격은 명랑하고 말을 잘 하였으며 얼굴은 항상 웃음을 띠고 있어서 여느 아이들과는 여러 모로 다른 바가 많았다. 어느 아이나 고운 옷, 좋은 음식을 좋아하는 법이나, 공주는 어릴 때부터 능수비단이나 호화호사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항상 소박단정한 것을 좋아하였다. 무엇보다 기이한 사실은 출생 이래 채식을 할 뿐 육류나 생선은 먹지를 않았으며 먹을 수조차 없었다.

어쩌다 소량의 고기가 섞인 야채북음이라도 입에 넣으면 그 자리에서 토해내 목을 넘길 수가 없었다.
묘장왕과 왕비는 비상한 관심으로 공주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으므로 이런 일을 보고는 공주의 자라는 몸을 염려 하여 체질에 맞는 정결한 음식을 특별히 주의하여 준비케 하였다.
세 살부터 책을 좋아하여 궁중에 교사를 맞이해 공주를 가르치도록 했다.
지혜가 수승하므로 두 언니에 비길 바 아니어서 문자 그대로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알아듣고 또한 그것을 잊는 일이 없었다.
묘장왕과 왕후도 이러한 묘선공주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여워서 늘 총애하고 손안의 구슬처럼 소중히 보살폈다.
공주는 여아이면서도 남아보다 뛰어나고 또한 하는 짓이 어른스러워 묘장왕은 이러한 점에 크게 위안을 느끼어서 때로는 왕비에게 국가의 장래에 대한 일까지 묘선공주와 관련지어 얘기를 하곤 했다
.
"장차 묘선이 크면 문무를 겸비하여 천하를 능히 경영할 수 있는 십전십능의 배필을 골라야 하겠구려. 앞으로도 태자가 태어나지 않으면 왕위를 셋째 사위에 물려 파키아 왕통울 잇게 하겠소.
묘선은 뛰어난 자질을 타고났으니 이나라를 충분히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오. 계속 학문을 익히면 덕으로써 충분히 나라를 다스려 나갈 수 있으리다."
왕비도 이에 반대할 이유가 있을 수 없었다. 묘선공주의 장래에 대한 두 분의 기대가 커감에 따라 태자를 기다리는 초조한 마음은 상대적으로 차츰 사라져 갔다.
단지 상당한 배필을 구하는 일에 마음을 쓰게 되었다. 이러한 일들이 두 언니공주들에게 알려지지 않을 리 없었다. 두 공주들은 서로 자기들의 운명의 박행을 탄식하던 것이 차차 질투로 변해, 일이 있을 때마다 묘선공주를 시기하고 멀리하였으므로 그들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감이 생기게 되었다. 같은 왕녀임에도 왕위가 막내에게 돌아가게 되었으니 실망과 더불어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두 언니는 호의호식했고 잔치모임에 나가기를 좋아했으므로 동생의 소박하고 온순겸손한 태도가 마음에 들리 없었다,

어느 날 저녁 무렵, 묘선공주는 한 시녀와 함께 화원에서 산책하고 있었다. 그들은 어느 사이에 선인동 근처까지 와 있었다.
석양이 구름을 붉게 물들인 사이로 천 갈래 광명을 발하고 있는 황홀한 광경에 한동안 넋을 잃고 있던 묘선공주는 경전에서 읽은 극락세계의 경관은 이 이상으로 장엄함에 틀림이 없으리라는
연상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서 있었다.
일순 공주는 가까운 하늘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여 위를 쳐다보니 한 떼의 기러기가 열을 지어 남쪽으로 날아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디로 무엇 때문에 저리 날아가는 것일까?
깊은 감상에 젖어 자신도 모르게 뭐라 할 수 없는 마음이 자신의 몸을 떠나 멀리 가듯 쓸쓸한 기분에 휩싸여 들었다.
석양과 더불어 기러기떼가 쓸쓸한 잔영을 남기고 멀리 사라진 뒤 다시 눈을 돌려 땅위를 보니 마구 엉킨 큰 개미떼들이 서로 싸우고 있음을 보게 되었다.
자세히 보니 황색과 흑색의 두 종류의 개미떼가 죽은 벌레를 놓고 서로 그것을 차지하려고 큰 떼싸움을 벌리고 있었다.
먹이를 차지하고자 서로를 무참히 물어뜯어 깊은 상처로 경련을 일으키며 죽어가는 그 처절함이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싸우고 있는 모양을 보아 한쪽이 완전히 그 먹이를 차지하기 전에는 전혀 싸움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더 할 나위 없이 착한 마음을 지닌 공주로서 도저히 그냥 두고 지나칠 수는 없었다.

싸우며 죽어가는 개미떼의 수는 무량하지만 그 중 단 몇 마리라도 구해 주어야갰다는 생각으로 공주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두 손으로 갈라 놓으려 애썼다.
그러나 잘 갈라지지도 않으려니와 한두 마리씩 서로 떼어놓아 지지도 않았다.
이 큰 개미는 같은 무리들끼리는 비상히 사이가 좋으나 다른 종류의 무리 에게는 이상하리만큼 적개심이 강해, 일단 물게 되면 상대가 죽기 전에는 절대로 놓는 법이 없었다.
자신이 죽더라도 상대를 물은 채로 떨어지지 않으며,무리를 해서라도 떼어놓으려하면 양쪽 허리가 두 동강이 나 죽고 만다.

♤공주,기지로 개미 싸움을 말리다.2

어떻게 손쓸 사이도 없이 서로 물어 죽여버린 개미떼가 마치 산처럼 쌓여가고 있었다.
게다가 이 개미는 취각이 예민하여 양쪽을 멀리 떼어놓는다 해도 일단 싸움이 시작된 이상 곧 적을 찾아내어 물어뜯기 시작하므로 달리 떼어놓을 수도 없고 말릴 수도 없었다. 공주는 잠시 생각 끝에 곧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냈다.
[개미의 싸움은 필경 자기들의 먹이라고 생각하는 이 죽은 벌레 때문임이 틀림없다.
양편에 충분한 먹이가 있으면 자연히 그 먹이를 자기 집으 로 운반코자 싸움을 그치고 운반에 열중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되자 급히 시녀에게 명했다.
 
"급히 내 방에 가 단엿과 과자를 작은 자루에 넣어 가져다 주렴." 궁녀는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으나 명한 대로 공주의 방으로 가서 곧 자루에 엿과 과자 등속을 넣어 가지고 되돌아왔다.
공주는 이것을 받아들자 개미들이 싸우고 있는 곳에서부터 그들의 집 입구까지 엿과 과자를 조금씩 고루고루 뿌렸다. 그러자 잠시 후 양쪽 개미들은 또 다른 먹이의 냄새를 맡자 급히 태도를 바꾸어 서로 싸우던 일을 잊고 그 먹이를 향해 뿔뿔이 흩어지더니 서로 먹이를 차지하여 그것을 운반하는 일에 열중하는 것이었다.
공주가 아직도 쌓인 개미의 시신 속에서 서로 싸우고 있는 개미들을 빗자루로 쓸어내자 아까와는 달리 서로 물고 있던 것을 놓고 사방으로 흩어지며 순식간에 뿌려진 과자쪽으로 몰리는 것이었다.
처참했던 전투가 마침내 이것으로 종말을 고했으나 죽은 큰 개미떼들은 여기저기에 산처럼 수북하였다. 공주는 그 개미들의 다리 끊어지고 허리 끊어진 정경을 보고
가엾고 불쌍하다는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작은 개미라 할지라도 역시 그 나름대로의 생명을 가졌음에 틀림없다. 그것들이 서로 물어뜯어 처참한 주검으로 변해 잔해가 사방에 널리 었다. 이들의 혼령이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착한 공주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글썽한 눈으로 시녀를 돌아보며 "우리 둘이서 구덩이를 파서 묻어 주자꾸나." 하며 시녀에게 함께 거들어 주기를 바랐다.

둘이서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을 때는 어둠이 깔려 올 무렵이었다.
그때 마침 두 언니들이 무언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공주와 시녀가 묵묵히 무언가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은 의아히 여겼다.
두 언니가 곁에 오자 묘선공주는 반가이 맞으며 언니들 마침 잘 오셨어요. 좀 거들어 주시겠어요?" "무슨 일을 하고 있는데?" 묘음공주가 물었다.
"싸우다 죽은 불쌍한 개미를 묻어 주고 있어요." 두 언니는 어이없다는 듯 냉정하게 코웃음치며, "묘선아 ! 혼자 놀려무나. 이런 쓸데없는 흙장난으로 손을 더럽하기는 싫어 !"하면서 걸음을 옮기자 묘원공주도 언니의 뒤를 따라가며 다시 비웃었다. "언니 ! 묘선이는 저 모양으로 천한 장난이 심해요. 그런데도 부모님들은 보배처럼 귀여워하고 장차 문무겸비의 신랑을 맞아 준대요. 만일 후마마가 태자를 얻지 못하면 묘선의 신랑에게 왕위를 물려주신대요. 정말 그럴수 있어요 ?" 묘음공주가 묘원의 말을 받아 다시 빈정거렸다. "그러면 묘선이가 왕비마마가 되겠구나 !
그런데 진흙장난하는 왕비마마 라니, 그런 일은 들은 일도 없어. 정말 우스운 얘기로구나." 묘원공주가 다시 들으라는 듯 한마디 했다. "묘선의 행동은 너무 천해요.
그런데도 두 마마들은 그것도 모르고 총애 하고 있으니 정말 모를 일이어요."
묘선공주는 두 언니의 말과 행동이 못내 섭섭했으나 못 들은 척하고 잠자코 계속 구덩이를 팠다. 두 언니들이 자기의 마음을 이해해 주지 않자 서글퍼지기도 했지만 마음에 걸리는 일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본시 다른 사람을 의심할 줄 모르는 착한 성미인지라 언제까지나 좋은 언니라 믿고 소박하게 대하리라 생각했다.

웬만큼 구덩이를 깊게 파자 개미시해를 모두 쓸어 묻고 정성스럽게 주위를 깨긋이 하고 죽은 개미들이 좋은 곳으로 가기를 진심으로 빌었다.
조그만 손을 모아 순진한 마음을 다해 개미들의 혼령을 위로하고 나자 기분이 맑고 상쾌해졌다.
주위가 이미 완전히 어무둬져 있어서 시녀와 손을 마주잡고 서둘러 궁실로 돌아오니, 먼저 돌아온 두 언니공주들이 어마마마께 자신의 행위를 일일이 일러바치고 있었다.
평소의 부러움이 질투로 바뀌어 모후의 환심을 사고자 사실보다 훨씬 과장해서 일러바쳤지만 묘선의 착한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후마마는 두 공주 이야기를 듣자 "묘선은 결국 착한 일을 한 셈이 아닌가 ? 그렇게 법석을 피울일이 아니 잖아." 라고 오히려 두 공주를 꾸짖어 내보내고 난 후 한쪽 구석에 조신하게 서있는 묘선공주에게로 다가가 흙투성이가 되어 있는 작은 손을 애처롭다는 듯 바라보더니 그 손을 꼭 쥐고는 내실로 함께 들어갔다.

두 공주는 후마마의 의외의 대답과 행동에 내심으로는 불만이 컸으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튿날 아침, 왕비로부터 어제 저녁에 있었던 묘선공주의 행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난 묘장왕은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띤 채, "묘선은 성격이 어질고 총명하여 좋으나 어찌 될는지 오히려 걱정이구려. 잘 지도해야 하리라 생각하오."
왕비는 가만히 고개를 숙인 채 왕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사실 공주는 어린 나이임에도 나면서부터 깊은 불성을 지니고 있었던 듯 틈나는 대로 불경을 읽고 쓰고 하였다.
한번 뜻이 통하면 결코 잊는 적이 없었고 또한 깨달음이 빠르고 판단이 빨라 웬만한 어른을 능가하여, 갈수록 원숙미가 더해 갔다.

또한 타고난 천성이 착해서 항상 착한 일만을 생각하며 생활했기에 공주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을 수 없었다. 세월이 지날수록 누구의 권유나 회유에도 흔들림 없이 오직 수행만을 좋아해 의연한 자기 생각을 실천에 옮기며 좋은 일이라면 곧 실행하여 선덕을 수다히 해나가므로 온나라 백성들은 마침내 성녀라 칭송하게 되었다.

계속 ♤ 나무관세음보살 ♤

2006.07.11 17:29:55 | 내 블로그 담기
적조월   [모든 중생은 다 득도할 수 있음을 실제 보여
그 모범으로 나타나시게 될 것이 옵니다."]
나무관세음보살. _()_()_()_
[청암]
2006.07.11 18: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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