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 천수경박사되다] 23. 영사멸제제죄업永使滅除諸罪業
영사멸제제죄업永使滅除諸罪業 (일체의 죄업을 영원히 소멸해 주시고) |
관세음보살님께서 내가 과거에 지은 모든 죄를 영원히 소멸해 주시길 바라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업의 소멸이 왜 중요한가 하면 과거의 내가 지은 악업은 미래 언젠가 반드시 그 과보를 받는데, 악업이 소멸되면 당연히 미래에 받을 나쁜 과보도 소멸되기 때문입니다. |
죄업罪業
죄업은 좀 무겁게 느껴지는 말입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말도 있지만, 그게 어디 현실에 모두 적용될 수 있겠습니까. 나이 드신 분들은 잉글버트 험퍼딩크(Engelbert Humperdinck)가 노래한 올드 팝송 ‘Release Me’를 아실 것입니다.
Please release me let me go (제발 날 좀 놔줘) For I don't love you any more (당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거든) To waste our lives would be a sin (우리의 인생을 낭비하는 것은 죄야) Release me and let me love again (날 놔줘, 다른 사랑 찾게 끔)
감미로운 목소리의 운율과 달리 내용은 고약합니다. 난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으니 제발 놔달라고 사정하는데, 그 이유가 나는 다른 사랑을 찾았으니 당신과 계속 만나는 것은 인생을 낭비하는 죄(sin: 종교적, 도덕적 죄)라는 것입니다.
최고의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하면 영화 ‘젊은이의 양지’와 ‘클레오파트라’가 먼저 생각납니다. 공인된 세계 최고의 미녀인 리즈는 무려 여덟 번이나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마지막 결혼식 때 한 기자가, 사랑의 파트너는 개인적 선택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여덟 번씩이나 결혼을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리즈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같이 잠을 같이 자는 것은 자신을 속이는 죄라고 말입니다.
그녀가 멋지게 느껴진 것은 어린 때 본 영화 속의 미녀를 보는 설렘이 아니라 죽으며 남긴 유언 때문입니다. 그녀는 자신과 두 번 결혼했던 전 남편 리처드 버튼 옆에 묻어달라고 유언했습니다.
이렇게 정서적 죄의 개념이 우리와는 아주 딴판인 경우 말고, <천수경>에서 말하는 ‘죄업’과 직접 연관되는 죄의식에 대한 조금 우울한 예를 들겠습니다.
월남전과 이라크전의 참전군인 중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으로 평생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런데 참전군인들 중 죄의식을 유독 심하게 겪는 이들은, 바로 적을 눈앞에 두고 조준 사격을 해야 했던 보병이 대부분입니다.
함포사격을 하는 해군이나 고공비행을 하며, 버튼 하나로 미리 입력된 목표물을 파괴하는 공군들이 죄의식을 느끼는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 총질과 고성능 미사일의 살생 능력만 비교한다면 그 죄책감의 크기가 거꾸로 된 셈입니다.
또 이런 발칙한 생각도 해봅니다. 조선시대 승군을 일으킨 서산대사와 사명대사, 영규대사는 왜군을 죽인 살생의 죄업에서 자유로운가 하는 생각입니다. <천수경>에서는 관세음보살님이 ‘영사멸제제죄업’(永使滅除諸罪業), 즉 일체의 죄업을 영원히 없애준다 하였으니, 당연히 관세음보살님께서 알아서 해결해 주시겠지만, 저는 그 스님들이 가사는 벗고 ‘그 일’을 하셨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1, 2차 세계대전 시 많은 신부와 목사도 참전하였습니다. 그들은 최소한의 자기방어 무기인 권총도 소지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때로는 적의 포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전장(戰場)에서 죽어가는 적군을 위해 기도를 하였고, 심지어 자군(自軍)의 군목(軍牧)이 전사했을 경우에는 포로로 잡힌 적군의 군목에게 기도를 부탁하기도 하였습니다.
이것은 호국불교란 이미지가 기복불교 만큼 트레이드 마크화 된 한국불교가 극복해야 할 현실의 하나라는 사실이 저의 생각입니다. |
※ 성법스님 저서인 '왕초보 천수경박사되다' 의 내용을 보내드리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