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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낭자네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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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nnae    
청원 (grinnae)
보림사 공주(공양주의 줄임말이래요),청원낭자의 작은 보금자리입니다. 성불하세요..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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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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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 하루 일과


  엊그제 갑작스레 시새움 날씨에 다시 털스웨터를 껴입었습니다.
  시내에 볼일 있어 나갔더니 빌딩 앞에 심어놓은 목련이 하얀 꽃잎을
  수줍게 보이며 꽃샘바람에 하늘거리는 걸 보았어요.
  아직 우리집  마당의 목련은 피지 않았는데..산중의 봄소식은 더디기만하네요.
  그래도  한낮에는 햇볕이 따스합니다.
  오늘은 몇 가지 일들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우선 차실 커다란 창문에 레이스 커튼을  깨끗이 빨아 달았어요.
  전에 살던 집 거실에 달았던 거였 는데,달기까지 몇번을 망설였습니다.
  집 지으면서 번듯하게 차실을  따로 만들었는데 이왕이면 분위기를 맞추고
  싶었거든요. 아는 찻집에 걸어두었던 광목 가리개를 얻어왔는데 창문 크기에
  맞지 않아  포기하고 결국은 커튼을 걸기로 했어요.
  다른 소품들과 잘 맞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그런대로 괜찮았고,
  무엇보다 서향받이 창이라 오후에 쏟아지는 햇살을 담아두었다가 방안에 
  들여보내주는게 좋았어요.(레이스 커튼이라 완전히 차단하지 않으므로)
  그리고 덤이랄까..커튼에 튜울립 무늬가 흩뿌려져 있어 햇살에 무늬져
  벽에 그린 그림이 이쁘더군요.후훗~
  덕분에 차실 청소를 했고,그 후부터 저녁먹기 전까지는 쑥을 캤어요.
  얼마전 비가 온 후로 눈에 띌 만큼 자라서 캐기가 수월하더군요.
  이번에는 더 많이 캐서 쑥개떡을 해먹을 겁니다.
  쑥이 너무 많아서 눈길과 손길을 어디에 먼저 두어야 할지 몰랐어요.
  처음 캘적엔 드문드문 파랗게 보이는게 반가워서,그것 찾아다니느라
  적지 않은 거리를 돌아다녔는데 오늘은 다닥다닥 붙어있어 아예 질펀히
  앉아버렸지요. 흔하면 그 소중함이 덜한것은 어찌보면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사이에도 마찬가지가 아닐런지요.
  저녁 기도 마치고는 차를 마셨어요.
  정말 차가 마시고 싶었어요. 손님들이 오시면 좋건 싫건 찻물을 올려야 하고,
  그때마다 맹물 마시듯 훌쩍~ 잔을 비웠는데
  오늘은 차 생각이 간절했어요. 그것도 매화차.
  작년에 산 곳곳에 매화나무를 많이 심었었지요.
  그런데 아직 어려서인지 꽃눈조차 보이지 않는거였어요.
  남쪽에서는 매화축제라고 솔깃한 소식이 들리는데 겨우 양지바른 장독대 뒤에
  심어놓은 홍매가 꽃눈이 보이더군요.(그 모양새가 꼭 여드름 가득한 내 얼굴과
  닮았음..흐~)
  올해는 매화구경 못하는가보다 했는데 얼마전 스님께서 더 자란 매화 몇 그루를
 사오셨습니다. 백매,홍매,그리고 수양버들처럼 가지가  휘어졌다 해서 붙여진
 '수양매'.
  그래서 난생 처음으로 매화차를 마셔봤습니다.
  겨우 피려고 하는 꽃봉오리를 더운 찻물에 띄운다는게 조금은 미안했지만요..
  은은한 차향과 매화의 향이 어우러진 차는 정말 좋았어요.
  처음엔 봉오리채로 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벌어져
  마침내는 찻잔 속에 꽃이 피는 모습하며
  코로 들이마시면 머리까지 돌아나오는 향이
  몇 잔을 우려 마시고 다시 백비탕(맹물을 찻잔에 부은것)에
  꽃을 띄워봤더니 이번엔 온전한 꽃향기만 났습니다.
  그렇게 꽃과 차를 마주하며 밤을 새우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운치를 나눌 차벗이 간절히 그리웠습니다.

                                                            1998/03/16

 
 
 
김지현 | 2010.01.22 22:40:43 | 조회수(2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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