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불광사와 본지가 불광 창립 32주년을 맞아 ‘과학과 생명, 그리고 불교’란 주제로 마련한 다섯 번째 기념강연이 지난 1일 불광사 교육관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에서 영남대 심리학과 장현갑〈사진〉교수가 ‘불교수행의 현대 의학적 접근’을 주제로 강의했다. 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분석적인 서양의학이 동양의 수행을 주목한 것은 1975년부터이고, 이는 베트남 전쟁 직후라는 사실을 주목해야 합니다. 현대인들의 정신적 고통을 치유하려는 노력은 서양인에 의해 시작됐습니다. 그들은 동양의 수행에서 그 해결방법을 얻어 연구해 현재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불교가 인류의 스승인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인류의 근원적인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수행에 진력해 왔지만, ‘치료’ 분야에 있어서 오히려 서양인이 먼저 대안을 제시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부끄러운 현실이기도 합니다.

명상(meditation)과 의학(medical)은 동일한 어원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을 우리는 ‘대의(大醫)’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서양의학이 동양의 명상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1975년부터입니다. 1975년 하버드대학 병원에서 벤슨(Benson) 박사가 ‘이완반응(Relatation Response)’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1979년 매사추세츠 대학병원에서 카바트-진(Kabat-Zinn) 박사가 MBSR(마음챙김 명상)을 응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명상으로 현대적 질환 치유”

사실 벤슨 박사의 이완반응은 티베트의 수행프로그램을 ‘불교’라는 이름을 빼고, 의학적 이름으로 차용한 것일 뿐입니다. 이렇게 서양의학은 불교 수행을 모방해 불교라는 이름을 삭제하고 명상.이완반응이라는 이름으로 뜻을 전이시킨 것입니다.

서양의학은 이완반응이 부교감 신경계의 활동을 증가시키고 교감신경계의 기능을 억제해 긴장을 이완시키며 건강 유지와 질병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1993년부터 명상의 과학적 연구를 위한 연구비가 제공되면서 수 천편의 연구논문과 단행본이 출간됐습니다. 명상 과학이 〈타임(TIME)〉지 커버스토리가 됐으며, 현재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의료센터에서 명상을 스트레스 관련 질병의 치료법으로 활용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데이비슨(Davidson) 박사가 명상프로그램인 MBSR을 이수한 사람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명상 프로그램을 수행한 사람은 바이러스 주사를 맞은 후 항체형성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 말은 독감 같은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강화시켜 질병을 걸리지 않게 하거나 걸리더라도 증상이 경미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감정의 결정점이 뇌의 우반구에서 좌반구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면역 활동의 측정치가 더 많이 상승한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현재 의학계에서 공인되는 명상치료법은 벤슨의 이완반응법(Relaxation response), 카바트-진의 MBSR, 칼사(Khalsa)의 ‘Medical meditation’, 오니시(Ornish)의 ‘Meditation+Life style modification’ 등입니다. 이외에도 TM 명상, 중국의 태극권 등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중 MBSR과 오니시 프로그램은 보험이 적용되기도 합니다.

현재 국내에서 이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종합병원은 1곳 뿐입니다. 미국 등 서구에서는 대략 280여 개 병원에서 활용하고 있으며, 그 효과도 검증됐습니다. 이러한 명상프로그램은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지관(止觀,사마디-위빠사나) 수행법입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아직 종교계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는 못합니다. 개신교, 가톨릭 일부에서 진행되고 있을 뿐입니다. 불교에서는 템플스테이 등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을 진척시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양에서 오히려 체계화되고 발전된 명상치유 프로그램이 전통적인 불교수행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여러 스트레스로 고통 받고 있는 현대인을 치료할 수 있는 과학적인 수행체계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우리나라 의학계와 종교계의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정리=김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