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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liang    
무량 (mooliang)
세상이 너무 오염되어 있고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너무 오염되어 있습니다. 특히 종교에 있어서는 더 오염돼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을 올바르게 보고 올바르게 살자고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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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트리 이야기 5

9. 두 개의 마술 세계

 

, 보시오. 그대 눈에 보이시오?” 라미나가 숲 저쪽에서 피어오르는 한 줄기 연기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밥짓는 연기 아닐까요?” 사비트리가 짐작으로 말했다.

그럼 가서 알아보고 오시오. 당신이 올 때까지 나는 여기서 기다리겠소.”

그렇게 말하며 라마나는 그루터기에 앉았다. 하는 수 없이 사비트리는 혼자서 연기가 나는 쪽으로 걸어갔다. 잠시 후 그녀는 나무들이 모두 불타 없어지고 달구지가 망가져서 뒹구는 황폐한 마을을 발견했다. 이웃 나라의 군사들이 쳐들어와. 마을을 완전히 도륙 낸 것이었다. 모든 집들이 다 타서 재가 되었는데, 오직 한 집만이 부서지지 않은 채 온전히 서 있었다.

사비트리는 그 집 쪽으로 다가갔다. 집 앞에는 노파가 한 분 앉아 있었다. 사비트리는 공손히 예를 갖추어 인사를 한 다음 물었다.;

마을 전부가 다 타버렸는데 어떻게 해서 이 집만 온전하게 남을 수 있었나요?” 그러자 그 노파는 이렇게 대답했다.

마을에 사는 남자들이 모두 전쟁터로 나간 사이 이웃 나라 병사들이 마을로 쳐들어왔소. 우리 집도 불을 지르려 했지만, 내가 이렇게 말했다오. ‘들어올 태면 들어와 보시오 그렇게까지 용감한 사람이 있을라고? 저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열병환자들이오. 그러니 저 환자들을 보살피도록 나를 도와주시구려.’ 그러자 병사들은 겁에 질려서 더는 가까이 오지 못하고 그대로 도망 갔다오.”

사비트리는 사리 옷 안쪽에서 동전을 하나 꺼내 노파에게 주고는 다시 스승 라마나가 기다리고 있는 숲으로 돌아왔다.

스승이시여, 왜 저를 그곳으로 보내셨나요?” 사비트리가 물었다.

그 노파는 열병이라는 단 한 마디로 병사들을 물리쳤소. 현자는 죽음도 나는 존재한다.’는 한 마디로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소?”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사비트리가 그렇게 말하며 마을 쪽을 보자 마을에서는 더 이상 연기가 오르지 않고 있었다.

마을은 그저 하나의 상징에 지나지 않소.” 라마나가 말했다.

우리가 겪는 어려움과 슬픔의 상징인가요?”

아니오. 무상을 상징하는 것이오. 잘 들으시오, 사비트리. 인생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없소이다. 우리가 소유하는 것도 한번 왔다가 다시 돌아가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요. 어쨌든 우리는 크나큰 상실을 대처해야 하오. 그대는 상실감에 어떻게 대처하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가 사는 세계가 영원하다고 믿으면서 그 상실감을 무마시키려 한단 말이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것이오. 죽음은 평화로운 마을을 단 한 순간에 도륙 내는 적군의 병사처럼 동정심이나 자비란 추호도 없는 것이오. 그러나 죽음의 군사들이 쳐들어오거든 팔짱을 끼고 이렇게 말하시오. ‘내가 존재한다.’라고 그러면 죽음의 군사들은 쳐부술 것이 하나도 없으므로 그냥 돌아갈 것이오. 내가 존재한다는 것은 아무런 소유물도 없고. 기대도 없고 또 집착하는 것도 없다는 의미라오. 그대가 존재한다는 것은 지금 이승과 내세에 필요한 모든 것이며 또 존재하는 모든 것 그 자체라오.”

라마나는 아주 부드럽지만 위엄이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사비트리는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노파는 안에 열병을 앓는 사람이 있다고 거짓말을 했소. 그러나 나는 존재한다고 말할 때는 진실대로 말해야 하오. 그리고 그대는 이미 그 말을 할 준비가 되어 있소.” 라마나가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그 진실을 진실대로 말할 수 있을까요?” 사비트리가 물었다.

그건 어렵지 않소. 만약 행복하다고 느끼면 그대의 내면으로 들어가서 그 행복을 체험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를 알아보시오. 슬플 때도 마찬가지로 누가 그 슬픔을 체험하는 주체인지 바라보시오. 그 주체는 모두 똑 같은 것이오. 모든 것을 보고, 목격하는 하나의 무언가가 있을 터이니, 언제라도 그 고요함과 함께 하시오. 그냥 지나치지 말고 주목하시오. 영혼과의 친근함이야말로 그대의 가장 든든한 동맹군이 되어 줄 것이오. 그대는 존재하오. 아주 단순하고도 분명하게 존재하오. 존재함에 낯선 것이 있을 수는 없소이다. 처음에는 조그맣던 그 고요한 한 점은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고 성장해 나갈 것이오. 그대가 죽고 마침내 집착하거나 짊어질 것이 없게 되면, 그대의 존재는 우주 전체를 채우게 된다오. 현자들이 이 진리를 모든 시대에 반복하고 또 반복하였소. 그러나 그대는 이 진리를 중개인에게 사서는 안 되오. 직접 당신 안에 있는 나의 존재를 찾으시오. 그러면 그것은 확장되어 당신을 채울 것이오. 그렇게 될 때 그대는 안전하오. 그대의 존재는 그대의 영혼과 하나가 될 것이오.”

 

10. 폭풍을 헤치며

 

사비트리는 스승 라마나를 신뢰했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자 다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샤트야완의 건장한 몸이 죽음의 신 야마의 올가미에 걸려 생명을 잃고 차갑게 변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모든 것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그녀를 엄습해

왔다. 라마나가 사비트리를 쳐다보았다.

모든 걸 잃는 것이 두렵소?” 라마나는 사비트리의 마음을 읽고 있었다.

, 그래요.” 사비트리가 절망적으로 말했다.

그러자 라마나가 앞쪽을 가리켰다. 길 옆 숲 속에 누군가 세워놓은 소박한 사원이 하나 있었다. 제단의 큰 소나무 가지가 비슈느 신의 형상을 덮어주고 있었다. 비슈느가 생명을 살리는 신이라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사비트리는 곧장 그곳으로 달려갔다. 야생화를 꺾어 제단에 바쳤다. ‘이건 틀림 없이 좋은 징조야.’ 사비트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라마나는 멀찍이서 사비트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비트리는 고개를 숙이고 비뉴스 신에게 간절하게 도와달라고 청했다. ‘무슨 일이라도 다 하겠습니다.’ 하고 그녀는 애원하였다. 사비트리가 기도를 마치고 눈을 들었을 때, 실재로 비뉴스 신이 그녀 앞에 서 있었다. 사비트리는 놀라고 두려웠다.

내가 그대의 남편을 구해주면 그대는 나를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하겠는가?”

비뉴스 신이 물었다. 사비트리는 간절한 마음으로 그러겠노라고 했다.

그러면 우선 저 강에 가서 물 한 바가지를 길어다 주게.” 미뉴스 신이 말했다.

그 길로 사비트리는 비뉴스 신이 분부한 대로 강으로 달려갔다. 라마나는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강가에 도달했지만 마땅히 물을 담아갈 그릇이 없었다. 사비트리는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렸다. 그 때 강둑 저편에 누군가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 사랑하는 남편 샤트야완이었다.

너무 기뻐서 사비트리는 한 걸음에 남편에게로 달려갔다.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넘쳤다. 남편은 그녀를 끌어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사비트리는 울먹이며 죽음의 신이 당신을 데려가기 위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집으로 돌아가지 맙시다.”

샤트야완은 단호하게 말하고는 부드럽게 사비트리의 손을 잡았다. 부부는 강가를 따라 걷다가 배를 묶고 있는 사공을 만났다.

예의를 갖춰 인사를 한 사공은 자신은 이제 막 낚시를 끝냈고, 강 한 가운데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참이라고 말했다.

그 곳이 제 집이죠.”

그가 말했다. 그러자 남편 샤트야완은 그와 재빨리 흥정하면서 사공에게 도움을 청했다. 샤트야완과 사비트리는 배를 빌려 섬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사비트리는 더할 수 없이 행복해졌다. 얼마 동안 죽음의 신 야마는 샤트야완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남편 샤트야완은 고기 잡는 방법을 배웠고, 둘은 섬에서 평화롭게 살았다. 몇 년이 흘렀다. 축복처럼 두 아이도 얻었고, 매일 매일이 즐거웠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커다란 폭풍이 일더니 섬을 완전히 덮쳐버렸다. 아침에 되어보니, 모든 것이 다 쓸려나가 있었다. 사비트리는 간신히 나무에 밧줄을 걸고 살아남을 수가 있었다. 해다 떴을 때, 남편도 아이들도 집도 모두 강물에 휩쓸려 사라진 것을 알게 되었다. 사비트리는 겨우 배 한 척을 구해 강가로 나왔지만, 너무나도 슬프고 절망스러워서 땅에 주저앉아 슬픔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때, 사비트리 위로 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올려다보니 비뉴스 신이었다.

그대는 물 떠오는 것을 잊었는가?” 비뉴스 신이 물었다.

사비트리는 자신을 내려다보고 깜짝 놀랐다. 그 모습은 바로 몇 년 전 비뉴스 신이 자신 앞에 나타났을 때의 옷차림 그대로였던 것이다. 게다가 물을 뜨기 위해 강물에 몸을 숙이는 순간, 강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여전히 젊고 아름다운 과거의 모습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그녀가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그러자 비뉴스 신이 대답했다.

나에겐 시간이란 없소. 나는 죽음 밖에 있기 때문이지. 시간은 획득과 상실의 장이오. 그대가 시간 안에 살아 있는 한, 그대가 그 상실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일 뿐이오. 그것은 다만 변화의 다른 말일 뿐이오.” 사비트리는 소리쳤다.

그를 구할 수 있을까요?

그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비뉴스 신은 이미 저만치 사라지고 있었다. 사비트리는 비뉴스 신의 형상을 잡으려 했지만 손에 잡히는 것은 허공뿐이었다. 그녀가 돌아서자 길가에 라마나가 서 있었다.

이제야 알겠소? 그대가 잃는 걸 두려워하는 것은 그게 무엇이든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오. 죽음은 실재하는 것을 드러내지 못하오. 그것이 바로 죽음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라오.” 사비트리는 낙심하여 말했다.

저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어요.”

그대가 죽으면, 물질세계에 속한 것은 모두 잃게 되어 있소. 하지만 여전히 남는 것이 있소. 그것이 바로 영혼이오. 그것만이 진정한 것이오. 그러므로 그대는 잃는다는 것을 축하해야 하오. 존재의 껍질들은 언제라도 떨어져 나갈 수 있는 것이오. 하지만 그 본질은 사라지지 않소. 그리고 그 본질이 바로 당신이라오.”

 

2018.04.13 17:19:06 | 내 블로그 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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