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난디야 원숭이의 전생 이야기
이 전생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제바달다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어느 날 비구들은 법당에 모여 그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
「법우들, 제바달다는 사납고 거칠며 잔인하여
부처님에 대해 산적(山賊) 무리들을 부리기도 하고
바위를 굴리기도 하며 나라끼리 코끼리를 놓기도 하면서,
부처님에 대한 조그만 인내도 자비도 연민(憐愍)의 정도 가지고 있지 않다.」
부처님은 거기 오셔서 물으셨다.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지금 무슨 이야기로 여기 모여 있는가.」
비구들은 사실대로 사뢰었다. 부처님은
「비구들이여, 제바달다가 사납고 거칠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없는 것은
지금만이 아니요, 전생에도 그러했다.」
하고 그 과거의 일을 말씀하셨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은 설산지방에 사는 난디야라는 원숭이었다.
그리고 그 아우를 작은 난디야라 하였다.
그들은 八만의 무리를 거느리고
장님인 어머니를 부양하면서 살고 있었다.
그리하여 우거진 숲속의 침대에 어머니를 남겨 두고
그들은 숲 속으로 들어가 갖가지 맛난 과일을 따서 어머니에게 보내었다.
그런데 중간에 심부름하는 녀석이 그것을 그녀에게 전하지 않았다.
그녀는 주림에 시달려 뼈와 가죽만이 남았다.
숲에서 돌아온 보살은 그것을 보고
「어머님 우리들은 어머니에게 맛난 과일을 보내 드렸는데
어머님은 왜 그처럼 쇠약해졌습니까.」고 물었다.
「나는 아무것도 받은 것이 없다.」
보살은 생각하였다.
「내가 내 무리들만 돌보고 있으면 그 동안에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말 것이다.
나는 이 무리들은 버려두고 어머니만 봉양하자.」
그는 그 아우 작은 난디야를 불러
「너는 이 원숭이들을 돌보아라. 나는 어머니를 봉양하리라.」고 하였다.
그러자 아우도
「형님 내가 저들을 돌본들 무엇 하겠습니까. 나도 어머니를 봉양하겠습니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같은 뜻으로 원숭이 무리를 버리고
그 어머니를 모시고 설산으로 내려갔다.
그리하여 변경에 있는 어떤 니구율 나무에 자리를 잡고
그 어머니를 봉양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라나시에 사는 어떤 청년 바라문은
득차시라에 있는 세상에도 가장 유명한 아사리 밑에서
일체의 기예를 다 배우고는 집으로 돌아오려고
그 아사리에게 하직을 고하였다.
그 아사리는 관상을 잘 보기 때문에
그 청년이 사납고 거칠며 잔인한 것을 알고
「그대는 성질이 사납고 거칠며 잔인하다.
그런 이는 언제 어디서나 번영해지지 않는다.
반드시 큰 파멸을 당하여 큰 고통을 받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대는 그런 성질을 고쳐 뒷날 후회할 업은 결코 지어서는 안 된다.」
고 충고하여 돌려보냈다.
그는 아사리를 작별하고 바라나시로 돌아와 한 가정을 이루었다.
그러나 다른 기예로써 생활해 갈 수 없었으므로
화살로써 살아가자 생각하고 사냥꾼으로 생계를 세워나가려고
바라나시를 떠나 변경의 어떤 마을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하여 그는 화살과 전통을 메고 숲 속에 들어가
갖가지 짐승을 잡아서는 그 고기를 팔아 생계를 세워가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숲 속에서 아무 것도 잡지 못하고 돌아오는 도중,
나무 없는 빈터 끝에 서 있는 니구율 나무를 보았다.
그는「저기에 무엇이 있을지는 모른다.」생각하고
그 곳을 항해 달려갔다.
마침 그 때에 그들 형제는 그 어머니에게 과일을 먹인 뒤에
그 나무 가지 위에 앉아 있었다.
그 사내가 오는 것을 보고
그들은 어머니를 보호하려 하나
할 수 없어 나무 가지사이에 숨어 버렸다.
그러나 사냥꾼은 잔인한 사나이였으므로
그 나무 밑으로 가서,
그들의 어머니가 늙고 쇠약하며 장님인 것을 보고도
「나는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다.
저 원숭이를 잡아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
고 생각하고는 그를 쏘려고 화살을 당겼다.
그것을 본 보살은 그 아우를 불러 말하였다.
「아우야, 저 사내는 우리 어머니를 죽이려 한다.
내가 어머니 대신 죽을 것이니,
너는 내가 죽은 뒤에 어머니를 잘 부양해다오.」
그리하여 그는 가지 사이에서 그 모습을 나타내어 말하였다.
「이 사람아, 우리 어머니를 쏘지 말라.
어머니는 장님으로서 나이 늙고 쇠약해 있다.
내가 그 대신이 되었다.
당신은 우리 어머니를 죽이지 말고 나를 죽여 다오.」
보살은 그에게 이렇게 부탁하여
그 승낙을 받고는 화살을 맞을 곳에 앉았다.
동정심도 아무것도 없는 그 사냥꾼은
보살을 쏘아 넘어뜨린 뒤에
다시 그 어머니를 쏘려고 화살을 활시위에 대었다.
이것을 본 작은 난디야는
「저 사내는 우리 어머니를 쏘려 하고 있다.
하루라도 어머니가 더 살아 계신다면
나는 어머니를 대신한 것이 된다.
나는 어머니 대신하리라.」
생각하고 가지 사이에서 나와
「여보시오. 사람아,
내가 대신할 것이니 우리 어머니를 쏘지 마시오,
당신은 나를 쏨으로써 우리 형제를 다 죽이고
어머니 목숨만은 살려 주시오.」하고 애원하였다.
그리하여 그가 승낙하였으므로 그 화살을 맞을 곳에 앉았다.
그 사내는 이 원숭이마저 쏘아 죽인 뒤에
그것을 그 아이들에게 주려고 그 어미마저 쏘아 죽여
세 마리를 삼태에 넣어 집으로 향하였다.
그런데 그 사냥꾼 집에는 벼락이 떨어져
그 아내와 두 아이는 죽고 그 집은 다 타버렸다.
그리하여 그 들보와 대나무와 기둥만이 남았다.
그가 그 마을 어귀에 이르렀을 때
어떤 사내가 그 사정을 전부 이야기해 주었다.
그는 처자에 대한 큰 슬픔에 충격을 받아
원숭이가 든 삼태와 활을 모두 그 자리에 던져버리고는
옷을 벗고 발가숭이가 되어 팔을 벌리고 울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 때 기둥이 부러져 떨어지면서 그 머리를 때려 부수고
땅은 갈라져 아비지옥에서 불꽃이 솟아 나왔다.
그리하여 그는 땅 속으로 빠지려 할 때,
그 아사리의 충고를 생각하였다.
그는 「이것을 미리 알고 바라사나 바라문은 내게 충고한 것이다.」
하고 슬퍼하면서 다음 게송을 외웠다.
1. 이것은 바라사나 아사리가
내게 말한 그 말이네
진실로 너는 나쁜 짓하지 말라
뒤에 가서 후회할 그 나쁜 짓을
2. 누구나 그 행할 일 있으면
반드시 스스로 그 과보 받으리
선업을 지은 이는 선의 과보를
악업을 지은 이는 악의 과보를
이와 같이 그 종자 뿌렸을 때는
그 종자와 같은 그 열매 얻으리
그는 이렇게 슬퍼하면서 땅 속으로 들어가 아비지옥에 떨어졌다.
부처님은
「비구들이여, 제바달다가 사납고 거친 것은
지금만이 아니요, 전생에도 그러했다.」하고
이 설법을 마친 뒤에 다시 전생과 금생을 결부시켜
「그 때의 그 잔인한 인간은 지금의 저 제바달다요,
세상에서 유명한 그 아사리는 저 사리불이며
그 작은 난디야는 저 아난다요,
그 어머니는 마하파사파제 구담미이며
마하난디야는 나였다.」고 말씀하셨다.
<동국역경원 발행 한글 본생경(本生經)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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