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7.27.

몸과 마음이 너무 편해서인가

쏟아지는 건 잠 뿐이더라....

그래 싫컷 자거라, 하고 내버려 두었더니

며칠을 몸 비틀며 비몽 사몽 뒹굴기만 했네.

마음 절룩이던 본씨는 그래도 O형남자 인지라

어느새 시치미 뚝 떼고 여기 저기 불려 다니시는군.

혼자 남은 나는 공연히 이 방 한번 열어 보고, 저 방 한번 열어보다가

에라 모르겠다,  저녁 먹고 온다고 하셨으니 할 일도 없지.

그렇게 또 잠에 빠져 밤새도록 꿈속을 헤메이다 이튿날까지 또 늦잠을 잤다.

멀어진듯 했던 본씨가 어색하게 다가와 옆에 누우며 하는 말이

갑자기 약 먹는 삶이 지겹다는거야.

'참아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건가?'.....

이구, 여보씨!                                                                                       

힘 없는 왼 발이 말썽 좀 부렸다고 그렇게 풀이 죽었소?

'떼 쓰고 고집피고 우기며 큰 소리 칠때'가 좋았다고 편들어 주니까

그래도 기분이 좋은지 또 다시 스스르 늦잠에 빠져 드시네.

아침도 안 먹고 자고 싶대서 홑이불 덮어주고 나오며

무얼 만들어 줄까, 생각하다가 심심한 명태전 하나 부쳐줘야지.....

머리를 올리며 부엌으로 나오니 어머나, 이게 뭐야?

오랫만에 보랏빛 나팔꽃이 반겨준다.

어느새 옥상의 상추며 쑥갓도 한줌 따다 놓으셨네.

정수기 위에 올려 놓은 수반에 핀 나팔꽃을 바라보며

본씨의 은근한 '나팔꽃 사랑'을  떠 올렸다.

순수 토종 나팔꽃이라며 해마다 심어 놓고

가끔씩 따다가 컵에 담아 무거웠던 아침을 밝혀 주었지.

말없이 전해 주는 본씨의 나팔꽃 사랑

그대 마음 내가 아니 힘을 내시구려.

다 가고 다 떠나도 내가 옆에 있어 주리다.

오늘은 일찍부터 장 바구니 챙기는 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