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수목장이다] (9) 영화―드라마속의 수목장
“우진아,엄마가 너 만나러 간단다.”
무명 개그맨 용기(이정재)는 아이의 분신인 단풍나무를 어루 만지며 안타까운 심정을 내뱉는다. 그는 시한부 삶을 사는 부인 정연(이영애)을 조만간 또 보내야 한다. 돌아오는 숲 길은 아름답지만 슬프다. 지난 2001년 개봉된 영화 ‘선물’의 주요 장면이다.
‘수목장’이란 용어가 정착되기 전 우리나라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가끔 수목장 모습을 화면에 담았다.
용기와 정연 부부가 먼저 떠난 자식을 그리며 정기적으로 한 나무를 찾아 물을 주고 관리하는 장면은 수목장을 중요한 소도구로 이용했다.
지난 1997년 개봉된 ‘편지’는 주인공 환유(박신양)가 사랑하는 부인 정인(최진실)을 두고 눈을 감는 영화다.
정인은 서너살된 아들과 함께 ‘남편을 만나러’ 수목원으로 향한다. 남편의 묘지는 잣나무다. 그는 아들에게 나무에 인사를 시키고 뽀뽀도 해 주도록 한다. 너른 잔디밭은 추모의 동산이자 이들 모자의 쉼터다.
이 영화는 전국에서 8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산림연구원이었던 환유의 일터이자 묘지의 배경이었던 ‘아침고요 수목원’에는 이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물론 두 영화 모두 주인공들의 장례를 어떻게 치렀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남은 가족들이 자주 찾아 와 고인을 그리며 나무에 물을 주며 관리를 했던 것인데 우리에게는 아직 익숙치 않은 수목장이란 장사방식이었던 것이다.
1995년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모래시계’ 마지막 장면에도 죽은 이를 자연으로 돌려 보내는 산골로 끝을 맺는다.
주인공 태수(최민수)가 사형을 당한 이후 친구 우석(박상원)과 연인 혜린(고현정)은 지리산 노고단에 앉아 있다. 혜린의 손을 떠난 태수의 골분은 산 정상을 휘감으며 날린다. 그 아버지가 묻히고 어머니의 유골이 뿌려진 것처럼…. 이처럼 산골이나 수목장의 대전제는 인간을 자연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출처-국민일보 7/11> [장례문화신문에서 퍼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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