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율사(590∼658)의 성은 김씨이고, 이름은 선종랑(善宗郞)이다. 부모님이 늦도록 자식이 없어 “아들을 낳으면 부처님께 바쳐 불교를 빛내도록 하겠 습니다.“ 며 기도를 올리자 천분의 관세음보살을 조성하라“는 부처님의 계시를 받고 천수관세음보살을 조성하였다.
그러자 어느 날 모친이 별이 품안으로 들어오는 태몽을 꾸고 4월 초파일에 자장율사를 낳았으니 태생부터 불연이 아주 깊은 사람이었다. 자장율사는 정관10년(636) 당(唐)나라에 유학하고 있을 때 오대산 문수보살 을 친견하기 위해 기도를 하는데 당시 중국에 태화지 太和池라는 연못주위에 문수보살을 조각한 석상(石像)이 있었다.
이 문수보살 앞에서 기도를 하면 모든 소원이 성취된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 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 문수보살의 성지(聖地)이다. 자장율사도 태화지에 가서 7일 동안 정성껏 기도를 올렸다. 그때 꿈에 낯선 스님이 나타나서 네 구절의 시(詩)를 알려 주었다.
꿈을 깨고 나니 기억은 또렷하나 모두 범어로 되어있어 뜻을 풀 수가 없어 답답하였다. 고민을 하고 있던 이튿날 어떤 스님이 자장율사에게 오더니, 스님의 고민을 물었다.“어젯밤 꿈에 어느 스님께서 들려준 그 시의 뜻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자, ”한번 외워 보라“ 하여 일러주자 듣고 난 스님이 다음과 같이 풀이해 주었다.
“세상의 모든 이치를 깨달으니, 우리는 본래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도다. 이와 같이 세상의 진리를 깨달으니, 그것이 곧 부처님의 말씀이어라.“ 하였다. “ 이는 석가여래께서 쓰시던 물건과 사리(舍利)니 스님의 나라로 모시고 가서 잘 보호(保護)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며
석가여래께서 쓰시던 금란가사와 사리(舍利)다섯 과를 자장율사에게 주면서 “신라는 매우 아름다운 곳이고, 일만 문수보살께서 머무시는 오대산이 있다 하는데 귀국하시거든 그곳에 안치하시오. 훗날 내가 스님을 찾아 갈 번지로 갈 것이니 그곳에서 만납시다. “ 하고 그 스님은 어디로 가고 없었다.
자장스님이 부처님의 가사와 사리를 모시기 위해 신라로 돌아오려 하는데 태화지의 용왕이 나타나서 말하길 " 전날 부처님이 쓰시던 가사와 사리를 전하던 스님은 다름 아닌 문수보살이십니다. 스님께서 돌아가시거든 곧 절을 짓고 탑을 세워 잘 봉안토록 하십시오.“ 하였다.
자장율사는 귀국하여 문수보살에게 받은 부처님 금란가사와 발우와 사리 한 과를 영축산 통도사에 모시고. 설악산 봉정암. 사자산 법흥사. 오대산 상원사 태백산 정암사에 사리를 나누어 모셨다.
삼국유사 제4권 자장정율 조에 자장율사가 선덕여왕 14년(645) 태백산 갈번 지에 석남원을 세웠는데 그 절이 지금의 정암사(淨巖寺)이다. 당나라에서 귀국하여 불교융성에 힘쓰던 자장율사는 신라 28대 진덕여왕 때 대국통을 그만두고 석남원에서 수행을 하면서 문수보살이 나타나기를 기다 렸다.
그러던 어느 날 남루한 옷차림에 가사를 걸친 스님한분이 죽은 개를 삼태기 에 메어달고 와서 자장을 찾았다. 이를 본 시자가 큰스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이 버릇없이 보여 호통을 치자 늙은 스님은 천연스럽게“자장에게 내가 왔다고 전하라. 나와서 보면 누구인지 알 것이다. 어서 가서 전하기만 하라.“ 고 하였다.
시자는 하늘같이 받드는 스승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대는 객승의 무례한 짓이 매우 불쾌하였으나 스승에게 사실을 고하였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자장스님 은 어느 객승이 절을 찾아온 것으로 무심히 생각하고 만나주지를 않았다.
그러자 거지 스님은“아상(我相)이 있어 자신이 남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남을 업신여기는 교만한 자가 어찌 성현을 알아 볼 수 있으리오.“ 하면서 삼태기를 뒤집자 죽은 강아지가 푸른 사자(獅子)로 변화시켜 그 사자를 타고 서기를 방광하며 하늘로 솟구쳐 학처럼 날아가는 것이었다.
이 거지 객승은 다름 아닌 문수보살이었던 것이다. 이야기를 전해들은 자장 스님이 깜짝 놀라 곧바로 그분의 뒤를 쫓았으나, 문수보살은 이미 떠나 가버 린 뒤였다. 자장율사는 몸을 남겨두고 떠나며“석 달 뒤 다시 돌아 올 터이 니 내 몸을 태워버리지 말고 그냥 두라“고 당부를 하였다.
그러나 한 달 두 달이 지날 무렵 어느 스님이 와서 다비를 하지 않고 그냥 두고 있는 것을 크게 꾸중하여 자장율사의 육신을 화장해 버렸다. 석 달 뒤 자장율사가 돌아왔으나 이미 몸이 없어진 뒤였으므로 자장율사는 " 내가 의탁할 몸이 없어졌으니 어찌하겠는가? 나의 유골을 석혈에 안치하라“는 부탁을 하고 사라져 버렸다.
정암사는 석가여래의 진신 사리를 모신 곳이기도 하지만, 자장율사가 일생을 마친 곳이기도 하다.
글 흥 륜 사 주 지 정 법 륜 합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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