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말고 하나로~
진우 스님 : 신심명강설
본문
요급상응(要急相應) 유언불이(唯言不二)
재빨리 대응하고자 한다면
오직 둘 아님 만을 말하라.
강설
뒤로멈춤앞으로
이 구절 또한 분별(分別)하지 말라는 뜻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어떤 대상을 대하고 만나더라도, 좋고 싫은 감정을 일으키지 말라는 말이다.
기본적으로 오욕락(五慾樂)에 있어서 고락(苦樂)의 감정을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 먼저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 가운데 수면(睡眠-잠)이 있다. 누구나 잠을 자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잠이 오면 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지 말고 그냥 자면 된다. 일이 있는데 잠을 자서 때를 놓치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할 수도 있다. 그러면 잠을 자지 않으면 된다. 잠을 못 자면 몸에 이상이 생겨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갈등이 생길 때, 재빨리 둘 아님을 깨달아서 잠을 자거나 자지 않는 것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잠은 오는데 잠을 자거나 늦게 일어나서 할 일을 못하면 어쩌나 하는 집착에서 벗어나 걱정 근심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잠을 너무 많이 자도 문제지만 잠이 오지 않아 불면증을 앓는 사람도 많다. 참선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장애가 잠이 오는 수마(睡魔)다. 잠은 본능적인 욕구이기 때문에 자지 않고 버틸 수는 없다. 그러나 잠이라는 것도 활동을 하기 위해 에너지를 비축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활동을 한다는 것은 내게 필요한 것을 얻으려는 욕심에서 비롯된다. 이 또한 인과(因果)의 과보(果報)를 면치 못한다. 활동을 통해 욕심을 채우면 즐겁고 기쁜 마음이 생기게 되고 반대로 얻지 못하거나 가지고 있는 것을 잃게 된다면 괴롭고 슬픈 과보(果報)가 똑같이 생긴다. 이와같이 즐겁고 괴로운 고락(苦樂)의 인과(因果) 업(業)이 반복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고락(苦樂)의 두 가지 인과(因果) 업(業)을 멸해야 중도(中道)의 한량없는 마음이 되어 고통과 괴로움이 없기 때문에 참선을 하는 것이다.
참선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행동만 해야 한다. 잠을 자지 않고 작게 먹으며 무소유해야 하고 성행위를 하지 않으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않는 것 등이다. 즉 본능에 해당하는 오욕락(五慾樂)인 수면욕(睡眠慾), 식욕(食慾), 재산욕(財産慾), 성욕(性慾), 명예욕(名譽慾)을 최소화해 분별하지 않음으로써 고락(苦樂)의 인과(因果) 업(業)을 받지 않기 위한 수행을 한다.
잠 자는 것, 먹는 것, 재산을 모으는 것, 이성과 교제하는 것, 나를 알리는 것, 고락(苦樂)의 인과(因果) 업(業)에 묶여 있다. 따라서 결국 좋고 나쁜 것이 인과적으로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이므로 결코 고락(苦樂)이 둘이 아닌 것이다.
때문에 어떤 일에 있어서나 어떤 대상을 만나고 어떻게 살더라도 좋고 나쁜 고락(苦樂) 인과(因果)의 모습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은 결코 두 가지가 아니라 한 몸에서 나온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성내거나 옳고 그른 시비(是非)를 할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요급상응(要急相應-재빨리 대응하고자 한다면)하여 어느 때 어느 곳에서도 순간순간 바로바로 유언불이(唯言不二-오직 둘 아님 만을 말하라)해야 한다. 즉 항상 좋다 싫다의 분별하는 감정을 갖지 말아야 한다.
바라는 마음도 내려놓고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하는 마음도 내려놓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어쩌나, 저렇게 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도 내려놓고 ‘이것은 옳고, 저것은 그르다’는 마음도 내려놓고 ‘이익이 되는가, 손해가 되는가’ 하는 마음도 내려놓아야 한다. 욕심과 분별심을 지금 당장 내려놓아 방하착(放下着) 해야 한다.
왜냐하면 아무리 머리를 쓰고 요령과 재주를 부린다 해도 모두가 고락(苦樂)의 인과(因果)를 면치 못하는 까닭이다. 이렇게 해도 고락의 인과에 걸리고, 저렇게 해도 고락(苦樂)의 인과(因果)에 걸리기 때문이다.
모든 의심과 집착을 내려놓아 인과(因果) 인연에 맡기기만 하면 된다. 이는 바로 부처님 법에 귀의하는 것이고, 부처님 품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며, 참다운 기도와 참다운 참선이자 진정한 보시이며 용맹한 정진이 된다.
<출전 : 불교신문3789호, 2023.10.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