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12. 19:34 http://cafe.daum.net/teacha/CI9B/816
그 무렵 읽은 잠언집의 한 귀퉁이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 이따금 말에서 내려 자신이 달려온 쪽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한다. 말을 쉬게 하려는 것도, 자신이 쉬려는 것도 아니었다. 행여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봐 걸음이 느린 영혼을 기다려주는 배려였다. 그리고 영혼이 곁에 왔다 싶으면 그제서야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달리는 사람만 가득했을 뿐 그 누구도 자신의 영혼을 기다려주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의 삶을 살았던 인간이다. 영혼의 걸음은 생각보다 느리고, 세월은 내가 올라탄 말과도 같은 것임을 그때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누구라도, 언젠가는 말을 세우고 자신이 달려온 쪽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다. 인간에겐 결국 영혼이 필요하고, 영혼은 인디언만의 것이 아니라 '인간'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서야
나는 말을 세우고 땅 위에 발을 내려선 기분이다. 그리고 자신이 달려온 쪽을 바라보는 인디언처럼 한동안 그 시절을 돌아보려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두고 온 한줌의 '영혼'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지금의 나는 생각한다.
돌아본다. 역시나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 해였다.
박민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중에서
Karen Marie Garrett
It's About the Rose in the Vase on the Table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