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조계종 직할교구 종회 출마를 선언한 연승 성원스님(강화 선원사 주지)은 출마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어차피 쓸 돈도 없고, 돈 안 쓰면 떨어진다고들 하니, 떨어지는 게 99.99%이겠지만 그래도 정책으로 한 번 도전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성원스님은 자신은 떨어져도 쓴 돈이 없으니 크게 손해 볼 것이 없고, 또 정말로 우리 종단 스님들이 돈을 받아야 표를 준다는 것이 사실인 지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 종단의 미래를 위해서도 의미 있는 도전이라는 뜻을 밝혔다.
제16대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선거 직할교구에 출마를 선언한 성원스님.
“여러 사람들이 걱정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왜 출마하느냐며 출마를 권한 사람들에게 미안하면 병원비 줄 테니 병원에 입원해 있으라고 까지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러나 출마의 뜻에는 변함이 없어요. 당선이야 안 되겠지만, 제가 추진하고 있는 ‘연(蓮) 산업 활성화’의 당위를 좀 더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성원스님의 연사랑, 연 산업에 대한 의지는 교계에서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자신의 법호를 ‘연승’이라고 붙였을 만큼 연에 대해 스님의 열정은 신앙에 가깝다.
“소승은 40여 년이 넘는 출가생활 동안 종단 정치에는 일체 간여한 바가 없어요. 오직 수행과 전법, 그리고 한국불교가 자립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강구하는데 혼신의 힘을 쏟았지요. 연 문화축제, 연 식품 개발 등을 선도하면서 연 산업이 우리나라 농촌 활성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최적임을 입증해내고 있습니다.”
성원 스님은 그런데 정작 연을 상징으로 하고 있는 불교계가 연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연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또 예전보다는 연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높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연에 한국불교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정도까지는 인식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원 스님이 이번에 제시한 7대 공약 중 6가지가 연과 관련된 것들이다. 스님이 제시한 공약은 ▲연 대중화를 통한 사찰경제 자급자족 ▲연 대중화를 위해 여건을 갖춘 사찰에 연주 조성 운동 종책으로 수립 ▲연지 조성 희망사찰에게 종단차원에서 연 종자 무료 공급 ▲연을 활용한 문화축제와 연 산업 노하우의 조건 없는 제공 ▲이를 통한 대한민국의 연꽃세상화를 제시했다.
나머지 하나의 공약은 연과 관련 없는 정치적 공약인데, 이것이 또한 눈길을 끈다. 종회의원을 3번만 할 수 있도록 선수를 제한하는 이른바 ‘3진 아웃제’를 종책으로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루어져야 새로운 스님들이 종단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3선 이상을 일한 종회의원들은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그 경험과 경륜을 종단을 위해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성원스님은 자신이 내놓은 7대 공약은 빌공자 공약이 아닌 실현가능한 검증된 공약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밖에도 종회의원에 당선되면 종단 소유 부동산의 생산적 활용방안,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쌀 수입 개방에 대한 대처방안, 사찰 식재료 공급과 관련된 범 종단적 수익방안 등의 대안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했다. 스님들이 이번만큼은 돈이 아닌 정책을 보고 투표를 해주신다면 종단을 위해 헌신해보겠다는 것이다.
“안 되는 줄 압니다. 안 되는 줄 알지만 도전하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돼요. 저의 이런 충심을 직할 교수의 유권자 스님들이 잘 알 수 있도록 널리 알려주세요.”
스님은 “혹시 선거법 위반에 걸리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는 조크와 함께 선원사가 생산해 판매하고 있는 ‘연 김’, ‘연 차’을 정성껏 포장해 기자들에게 전달했다. “기자들은 투표권이 없으니 선거법 위반은 아닐 것 같다”는 대답에 활짝 웃는 성원 스님의 미소가 만개한 연꽃을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