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힘든 이유

박희택/ 열린행복아카데미 원장

<불교성전> 제2장 2절 7항은 연기와 업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데, 그 항제(項題)를 ‘삶은 이렇게 흘러간다’라 한 것은 업과 연기에 따라 우리 삶이 유전(流轉, 윤회)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2절 ‘삶이 힘든 이유’를 근본번뇌인 탐진치 삼독(4~6항)에 말미암은 업의 연기(7항)로 철학적 해명을 하고 있는 주요한 내용이 된다. 특이한 점은 7항의 모든 가르침을 <니까야>로 채우고 있다는 점이다.

“연기를 보는 자는 법을 보고, 법을 보는 자는 연기를 본다”는 말씀을 우리는 이제까지 주로 <중아함경> 제7권의 “약견연기변견법 약견법변견연기(若見起便見法, 若見法便見起)”로 독송하였지만, 불교성전은 <맛지마니까야> 중 <큰 코끼리 발자국 비유경>의 말씀으로 붓다의 육성을 생생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것이 니까야로 원음(原音)을 읽는 기쁨이라 할 것이다.

12연기에 대한 해설을 담고 있는 <상윳따니까야> 중 <분석경>의 내용은 붓다의 친절하고 자상한 원음을 잘 전해 준다. 12연기에 대한 이해를 돕는 내용으로 아주 제격인 붓다의 가르침이다. 사실 연기법은 심오하여 이해하기가 용이한 것은 아니나, 윤회를 끝내려면 깨달아야 하고, 깨닫는다는 것은 연기법을 깨닫는 것이기에 깨닫는 수준으로 연기법을 이해하여야 한다. 그러기에 붓다께서도 “연기법을 깨닫지 못하고 꿰뚫지 못하기 때문에 처참한 곳, 불행한 곳, 파멸처, 윤회를 벗어나지 못한다(불교성전 2-2-7)”고 <디가니까야> 중 <대인연경>에서 말씀하고 계신다.

분석경에 기록된 붓다의 12연기에 대한 해설은 ‘전체 괴로움의 무더기’로 표현된 12지분(支分)이 생겨나는 순서를 일러줌과 동시에, 각 지분의 내용을 명료하게 적시해 주고 있어서 12연기를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먼저, 12지분의 순서와 관련하여 <무명-의도적 행위들(行)-알음알이(識)-정신과 물질(名色)-여섯 감각 장소(六處)-감각 접촉(觸)-느낌(受)-갈애(愛)-취착(取)-존재(有)-태어남(生)-늙고 죽음과 근심·탄식·육체적 고통·정신적 고통·절망(老死憂悲苦惱)>의 순서대로 생겨나는 12연기에서, 뒷 지분은 앞 지분을 ‘조건으로’ 생겨난다고 표현하고 있다.

무명을 조건으로 의도적 행위들이, 의도적 행위들을 조건으로 알음알이가, (…) 존재를 조건으로 태어남이, 태어남을 조건으로 늙고 죽음과 근심·탄식·육체적 고통·정신적 고통·절망이 생겨난다고 설하신 것이다. 연기는 인연생기(因緣生起)의 준말이며, ‘인(因)’은 원인을, ‘연(緣)’은 조건을 뜻한다. 원인은 주관적 조건 또는 내인(內因)이라 하기도 하고, 조건은 객관적 조건 또는 외연(外緣)이라 하기도 한다. 인연생기(연기)에서 인과 연은 모두 조건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며, ‘조건으로’라는 표현 속에는 ‘내인이 외연과 화합(sagati)하여’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고 하겠다.

다음으로, 각 지분의 내용과 관련하여서는 12연기의 역순서로 설명하면서, 각각 몇 가지라는 식으로 명료함을 보여주고 있다. 요약하면 제12지분(늙고 죽음 등)-제11지분(태어남)-제10분(세 가지 존재, 욕계·색계·비색계의 존재)-제9지분(네 가지 취착)-제8지분(여섯 가지 갈애)-제7지분(여섯 가지 느낌)-제6지분(여섯 가지 감각 접촉)-제5지분(여섯 가지 감각 장소)-제4지분(느낌·인식·심리 현상들·감촉 그리고 올바른 마음 기울임의 정신+사대와 사대에서 파생된 물질=오온의 작용)-제3지분(여섯 알음알이)-제2지분(세 가지 의도적 행위들, 신구의 삼업의 행위)-제1지분(네 가지 무명, 사성제에 대한 무지)의 설명이다.

여섯 가지는 6근·6경·6식을 가리킨다. 인상적인 설명은 네 가지 취착 곧 감각적 욕망에 대한 취착, 견해에 대한 취착, 계율과 의례·의식에 대한 취착, 자아의 교리에 대한 취착이다. 우리 시대의세태와 연관 지어도 설득력이 크다.

[출전 : 불교신문 3720호/2022년6월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