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속에 토끼
토끼는 예로부터 예지의 동물로 여겨져 왔다.
우리나라 고전에 나오는 토끼는 龜公의 꾀임에 넘어가 바다속에 까지
들어갔다가 도리어 용왕을 속이고 살아났으며, 함정에 빠진 호랑이가
자기를 구해준 행인을 잡아 먹으려 할 때 훌륭한 재판장이 되어
선량한 행인을 살려주고 간악한 호랑이를 다시 함정에 빠지게 한다.
그러나 불전상에 나오는 토끼는 매우 그 양상이 다르다.
곧 자신을 보시하여 기아에 떠는 자를 구원하고 진리의 사자가 되기를
서원하는 보살토끼이다.
『옛날 베나레스 근처에 여우, 원숭이, 토끼, 세 짐승이 살고 있었다.
우정이 지극히 두터워 서로사랑하기를 제몸 같이 하였다. 석제환인은
이 모양을 보고 크게 감동하여 진실로 이 가운데 보살도를닦고 행하는
자가 누구일까? 시험코자 가만히 늙은 사람의 모양을 하고
그들 앞에 나타났다.
「너희들 별일 없이 잘 있었느냐?」
「예, 우리들은 날마다 숲과 숲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아주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너희들이 매우 사이좋게 잘 지낸다는 말을 듣고 하도 기뻐
이 늙은 몸을 이끌고 여기까지 왔으나 별안간 배가 고파 견딜 수가
없구나 너희들 미안하지만 뭐 먹을 것 좀 갖다 주지 않으렴―」
「좋습니다. 할아버지,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하고 다같이 먹을 것을 구하러 나갔다. 얼마 후 여우는 물가에 가서
생선을 잡아 가지고 오고 원숭이는 숲속에 들어가 나무 과실을 따
왔으나 토끼는 아무 것도 가지고 오지 않고 빈손으로 와
그 주위를 뱅뱅 돌았다. 노인이 물었다.
「너는 어찌하여 한 물건도 가지고 오지 않았는가?」
「아닙니다. 노인님, 저는 저대로 생각이 따로 있어 그랬습니다.」
하고 옆에 있던 원숭이와 여우에게 말했다.
「벗들이여, 미안하지만 나를 위해 마른나무 한단씩만 구해다 다오.」
여우와 원숭이는 곧 나무를 해다 쌓았다.
토끼는 곧 그 나무에 불을 놓고 훨훨 타오르는 불꽃을 보면서
엄숙한 태도로 노인에게 말했다.
「나는 쓸데없는 물건입니다. 원컨대 이 몸을 노인님께 공양하고
후세 성불을 기약합니다.」
하고 훨훨 타오르는 불꽃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때 늙은 사람은 상석(帝釋)의 본 모습으로 나타나 타다 남은 토끼를
잿더미 속에서 꺼내 들고 탄식하며,
「실로 나는 너희들이 보살행도를 시험코자 왔다. 그러나 지금 토끼의
소신공양(燒身供養)을 보고 다시 한 번 놀랐다. 이와 같이 훌륭한 정신을
가지고 있는 토끼의 자취를 영멸해 버리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차마 할 수 없다.
내 이제 토끼의 모습을 달 속에 붙여 길이 후세에 본이 되게 하리라.」
하고 곧 그의 모습을 달 속에 그려 넣었다.』
불타는 이 설화를 설해 마치고 「그때의 토끼는 바로 오늘 나다.」하였다.
이 설화는 불타가 전생에 불도를 구하기 위하여 몸을 버려 중생을 구제한
모습이다. 그런데 흥미 있는 것은 토끼의 모습을 달에 붙여 영원히 전하게
하였다는 사실이다. 인도사람들은 달을 sasin 즉 회토(懷兎)라 한다.
또 중국에서는 옥토(玉兎)라 하고 한국에서는 「옥토끼」라 부르는데
다 이는 달이 토끼를 앉고 있다는 회토사상(懷兎思想)에서 유래된 것이다.
또 달에는 계수나무가 있고 토끼는 그것을 빻아 환약을 만들고 있다
하는데 약제로서 중생의 고한(苦寒)을 치료하는 것이므로 토끼보살의
사신공양 사상에서 연유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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